매정한 사회 속 마시멜로(3)

인사팀 막내가 보는 인사팀

by 고구마맛탕

인사팀. 직장인의 시작과 끝이 있는 곳이다. 갓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들을 맞이하는 부서이기도 하며, 인력이동을 주관하기도 하고, 오랜 기간 회사와 함께한 분들의 마지막을 배웅해주기도 한다. 돈을 벌어오는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이지만 '사람'이 일을 하는 한 회사에 꼭 필요한 조직이다. 나는 인사 분야에 확실한 뜻을 가지고 있는 편은 아니었고,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본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교육(HRD) 업무는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하게 되었다.


내 상상 속의 인사팀은 직원들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하며 행복한 직장생활을 돕는 다소 낭만적인 부서였다. 채용과정을 진행하는 인사팀 직원들의 상냥한(가식적인) 모습에 속은 것도 있는데, 늘 그랬듯이 큰 이유는 없었다. 는 인사관리(HRM) 부서에 배치되었고 나의 성향과 맞을지 한번 더 고민해보지 않은 나 자신을 질책하게 되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절을 많이 해야 한다. 인사관리 부서는 사내 규칙을 운영해야 하는 부서이다 보니 예외적인 상황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원칙에 의거해서 업무를 진행해야 하며 한번 틈을 주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려고 한다. 간단한 예를 들면 이렇다. 회사에서 특정 기준에 부합하는 직원들에게 전일 재택근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해당 기준에 90%만 부합하는 직원이 개인적인 사정을 호소하며 한 번만 처리해달라고 한다. 나 같은 마시멜로들은 마음이 흔들려 "이번 한 번만 이에요, 다른 분들한테는 말씀하시면 안 돼요"라고 하며 명단에 올려준다. 이제 나는 기준의 일부만 충족하는 수많은 직원들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고 대략 '중노' 정도 상태가 된 감자 팀장님에게 불려 가 왜 기준대로 업무를 처리하지 않았냐고 질책을 받을 운명에 처한다. 이런 상황을 원천에 차단하기 위해 정해진 기준에 미달하는 사람들은 칼같이 자르고, 계속해서 사규만을 들먹이는 앵무새가 돼버리는 것이다.


둘째, 부담스러운 결정이 많다. 어느 회사에 가든지 인기, 비인기 포지션은 정해져 있다. 그것이 특정 직무이든, TFT와 같은 기회이든, 심지어 우수사원 포상 T/O까지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결과물을 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결정은 사람들의 회사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 직무나 사업에 배치된 사람은 과연 의욕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아니,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는 있을까? 물론 최종 결정은 윗분들이 하시겠지만 실무자가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간다면 뒤집어엎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는 아직 경험이 부족해 큰 건을 맡은 적은 별로 없지만, 내가 검토한 결과물로 누군가의 회사생활이 급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 항상 부담스럽다.


마지막으로, 사장님과 너무 가깝다.(물론 임원분들도 포함이다) 이분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던지는 말이겠지만, 직책자들은 어떻게든 이유를 만들어서 '원하시는 대로' 만들어드려야 할 사명감에 갇히게 된다. 반대되는 기준이 있다면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기준이 없다면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상황이 올 때마다 나는 사장님과 가까운만큼 "이러이러한 사유가 있어서 이번에는 안될 것 같아요~"라고 가볍게 말씀드릴 수는 없는 건가 상상해보곤 하지만, 헉! 으깨져버린 감자 팀장님의 표정을 보면 자연스럽게 동기들과의 저녁 약속을 취소하고 야근을 준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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