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정한 사회 속 마시멜로(1)

고비를 맞은 직장인 3년 차의 소회

by 고구마맛탕

*오늘도 매정한 사회 속에 뛰어들어 고군분투하고 있는 마시멜로들에게 심심찮은 위로를 표한다.




직장 이전까지의 세상에서는 다른 사람을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내 돈 왕창 내고 다니는 대학교, 그만둬도 큰 타격 없는 아르바이트, 시간이 지나면 끝나는 군대... 태생적으로 '좋은 게 좋은 거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힘들게 누군가를 설득하고 누군가의 맘에 드려고 한 적이 별로 없다. 군가와 충돌하면 그냥 하자는 대로 하면 그만이었다.


허나 고생끝에 입사한 학창시절의 종착지, 대기업이라는 공간은 수많은 이해관계에 얽혀 온갖 종류의 설득이 필요한 곳이었다.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해도, 하지 않으려고 해도 타당한 이유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를 전적으로 믿어주는 가족이나 친구는 더 이상 없고, 내 수준 이상의 능력 발휘를 요구하는 상급자와 본인의 일감이 늘어날까 봐 경계부터 하는 직원들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나 같은 마시멜로에게 "아마 그럴걸요?"가 통하지 않는 이곳에서의 은 아직까지는 버겁.


물론 알고 있다. 수많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이윤을 창출해야만 하는 이 사회에서는 수치화된 정보가, 타당한 근거에 기반한 주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사실 나도 를 위해 어린 시절부터 준히 수련(?)해 왔기 때문에 사회가 요구하는 각진 정사각형 껍데기에 내 마시멜로 같은 본질을 욱여넣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켜보면 우리들의 선생님들은 이런 세상에 대해 힌트를 지속적으로 던져주셨다. 부모님들은 항상 '사'자 직업을 가지라 하셨고, 교수님들은 대학원에 오라고 하지 않으셨는가? 선택한 것은 나의 책임이니 일단 내 본모습을 숨기고 출근한다.


그래도 나는 매일 아침 생각한다. "음... 대충 그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라고 말해보면 어떨까? 보고를 듣던 팀장님의 표정이 움찔하려는 순간, "장난입니다~ㅎㅎ ( ͡° ͜ʖ ͡°) 13명이면 될 것 같대요~" 하고 어물쩡 넘어가버리면 그만일 것 같은데 말이다. 분명 다들 같은 마음일 텐데 묵묵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 참 하다.(티 내지 않아서 다행이긴 하다, 티 내는 순간 단단한 존재들에게 곧바로 뭉개질 테니) 입사 3년 차, 머릿속을 맴돌던 퇴사라는 단어가 가슴을 거쳐 목구녕까지 올라올 무렵, 슈퍼맨처럼 정체를 숨기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 세상 마시멜로들을 대표해서 하소연이라도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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