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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Apr 01. 2024

월명 공원 산책길

어제오늘 날씨가 참 포근하다. 완연 봄기운을 느낄 정도로 바람이 살갗에 닿으면 차가운 느낌이 아니었다. 몸도 조금은 회복되고 오랜만에 남편과 함께 공원 산책을 나섰다. 지난가을에 다녀오고 한 계절을 넘기고서야 찾아간 월명 공원, 아직 봄 이 넘실거리는 빛깔은 아니지만 나무들은 조용히 봄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


봄이라서 그런지 산책하는 사람도 제법 많다. 운동하는 사람들을 만나니 활기가 느껴진다.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요양 병원 노치원을 두루 거치고 나서야 새삼 느낀다. 사람이 타인의 도움 없이 혼자서 자기 관리를 하고 살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매일 기쁜 마음으로 일상을 보내야겠다.


정말 오랜만에 자연 속에 숨을 쉬니 기분이 상쾌하다. 한참을 걷다 보니 어 진달래 꽃이 피었다. 아니 어느 사이, 군락은 아니지만 산자락 멀리 군데군데 꽃 핀 것이다. 깜짝 놀라 휴대폰을 꺼내여 사진을 찍었다. 지난가을에 오고 나서 처음 와 보는 공원을 소리 없이 자기들 자리에서 꽃을 피워내고 있다. 자연은 언제나 순리데로 의연히 자기 자리에서 자기 몫의 삶을 살아낸다.



개나리도 꽃망울을 터트리고. 곧 았으면 꽃 잔치가 열릴 것이다. 이처럼 계절의 아름다움에 우리는 위로받으며 살고 있다. 나는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봄 마중을 한다. 한 동안 오지 않은 공원을 새로운 면모를 하고 변화 중이다. 수변을 끼고도는 길을 내고 있는 공사 중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려면 기존 자연환경을 훼손하고 있음이 나는 아프다. 왜 그냥 두지 못할까, 모든 자연 물은 있는 그대로가 아름다운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사람들은 모르는가. 나이 들어오는 경직성 때문일까, 아니면 친근한 사물에 대한 애착심일까, 나 혼자 생각에 생각을 해 보는 날이다. 나이 든 사람의 관점인지 모르겠다.


햇살 좋은 벤치에 남편과 한참을 앉아 쉰다. 집안 공기와는 다른 공기를 마시며 봄 살을 즐긴다. 하늘도 맑고 산에서 마주하는 공기 또한 상큼하다. 걸을 수 있고 내 눈으로 바라볼 수 있고 같이 할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하루의 여유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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