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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May 25. 2024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아카시아 꽃을 두 번 찌고 5월을 보낸다

이글 은 얼마 전 아카시아 꽃이 지기 전 꽃을 따다가 두 번째 떡을 찌고 쓴 글을 이제야 올립니다.


우리 부부의 하루 일과는 아침 산책을  하면서 시작한다. 마치 학생이 숙제를 하듯 중요한 일정이 있을 때만 거르고 아침 먹고 바로 월명 산으로  가서 나무들에게 출근 인사를  한 다. 어제도 그랬다. 남편이 차를 주차하는 동안 나는 언덕 위에 피어 있는 아카시아 을 바라보고 있을 때, 아카시아 나무 아래 주차 되어있던 트럭 주인인 듯한 분이 말을 걸어온다.


왜? 아카시아 꽃 따려고요?

 "아니요, "그냥  구경하고 어요. 꽃을 따려해도 봉투가 없네요."


내 대답을 듣고 아저씨는 차 운전석 문을 열고 작은 봉투를 하나 건네시며 아저씨는 트럭 짐칸으로 성큼 올라 가 아카시아 꽃가지 하나를 내 손에 잡혀 주신다. 가시에 손이 찔리시면서 까지, 엉겁결에 봉투를 받고 아카시아 꽃을 따기 시작했다. 높은 나무 아카시아 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꽃은 싱싱하다.


며칠 후면 꽃은 져서 땅으로 다 떨어질 것이다. 얼마 전 아카시아 떡을 쪘지만 양이 적어 약간 섭섭했는데 의도치 않게 꽃을 따고 다시 한번 떡을 찔 수 있었다. 사람이 마음 안에 간절함을 담으면 이루어지는   보다.


지금, 꽃이 피는 가보다 하면 어느 사이  꽃이 지고 있다.


꽃이 필 때는 마음에 기쁨이 차 오르고 꽃이 질 때는 왜 그리 애달프고 쓸쓸한지, 알 수 없는 마음이다. 지는 꽃을 보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꽃잎에게 말을 건넨다. "꽃이 진다고 너를 잊은 적 없다"  지는 꽃이지만 누군가의 가슴에 그리움이 된다면 꽃은 환하게 다시 피어 날 것이다. 매년 만나는 꽃을  봄이 오는 길목에서 나는 설렘으로 기다릴 것이다.


꽃과 사람의 삶을 대비해 본다. 사람은 한번 세상에 태어나 살다가 이별하면 그걸로 끝이지만 꽃은 다음 해 다시 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면 기억하겠지만 그 일도 한시적이다. 영원할 수 없다. 꽃이 진다 한들 그 꽃에 대한 기억도 남아 있을 것이다. 꽃나무가 죽지 않는 한 피고 지고 순환의 범칙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 점이 사람과 다르다.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처럼  열흘 붉은 꽃이 없다고 했는데, 모든 꽃이 그렇다. 지금은 아카시아 꽃이 만발했지만 며칠이면 지고 뒤이어 찔레꽃이 피기 시작한다. 찔레꽃도 피어있는 날들이 길지 않아 아쉽지만. 피고 진다. 월명산책길은 사계절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할 수 있어 내겐 보물 같은 곳이다.


걷다가 손이 닿는 곳에 아카시아 꽃을 보면 꽃을 땄다. 남편은 언제나 나의 조력자다. 지난번 꽃 딸 때는 말리던 남편은 어제는 적극적으로 도와주며 꽃을 함께 땄다. 아마 아카시아 떡의 효과인 것 같다. 아침밥 대용으로 먹는 아카시아 떡은 달달하고 아카시아 향이 입안에서 향긋하다. 정말 봄을 온몸으로 느낀다.


꽃으로 떡을 만들고 자연과 노는 시간은 나에게 힐링이다. 모든 세상일을 내려놓고 사는 노년의 삶은 자연에서 작은 걸 찾으며 행복하다. 치열하게 살아왔던 지난 시간들을 지나,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운 지금 소박하고 단순한 생활이 마음 편하다. 자연스럽게 신경 쓸 일이 줄어든다.  


아카시아 꽃은 집으로 가지고 와 다듬는다. 오늘 꽃을 딸거란 생각도 못한 일이다. 순전히 트럭 아저씨의 선행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집에 와서 꽃과 잎을 분류해서 다듬고 쌀을 담그고 호박을 사다가 다듬고, 팥을 삶고 또 부산을 떤다. 며칠 후면 서울 올라갈 때 딸들 가져다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



이번에 찐 떡은 지난번 찐 떡보다 양이 많아 섭섭한 사람과 나누어 먹을 정도는 된다. 이러다 아카시아 떡 장수 할지도 모르겠다. 혼자서 생각하고 피식 웃어 본다. 젊어서와 달리 때론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떡을 찌는 것은 꽃이 피는 계절에만 할 수 있는 일이라 그 즐거움의 유혹을 떨쳐 내지 못해 서다.


5월, 끝자락 봄을 보내면서 꽃이 지기 전에 떡을 찐다.  



꽃들이 지고 있다.

봄은 가고,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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