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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Jan 07. 2021

걷기를 하면서 보내는 하루

걷기 하고  눈 녹지 않은 운동장에서 눈꽃 놀이를 하면서 논다

 

지난해 12월 들어서면서 날이 춥다고, 귀찮다고 말하고서  집안에서 컴퓨터 하고 노는 시간이 길어졌다. 며칠을 나를 지켜보던 딸은 내게 한마디 했다. " 엄마 글을 쓰시고 다른 분과 소통하고 즐기시는 것도 좋지만  운동하시고 건강을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니에요.?"  그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 그래, 맞다. 운동하고 건강관리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지." 때론 옆에서 한마디 해 주는 소리가 삶의 방향을 유도하는 키가 된다.


내가 아프면 큰일이다.  주변 사람에게 불편을 줄 수는 없다. 더우기 당뇨가 있는 나는 운동이 필수이다. 요즘세대들을 사는게 모두 바쁘다.자녀들도 자기들만의 삶이 있는 것이다. 각자도생을 해야 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몫이다. 그렇지 않으면 요양병원이나 가야 하는 현실 앞에 생각하면 아찔하다. 본인 스스로 자기 관리 가족에게 짐을 덜어 주어야 하는 일이 첫 번째 해야 할 일이다.


새해부터 걷기를 시작했다. 년말 연시  며칠은 운동할 수 있는 은파도, 공원도 코로나로 막아놓았다. 그리고 눈이 온 뒤라서 그늘이 진 곳은 미끄러워 다닐 수가 없다. 나이 들어 넘어지면 큰일인 것이다. 나는 작년에 넘어져 팔목에 깊스를 하고  한 달 반 가량  엄청 불편한 경험을 해보았다.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운 날들을 견뎌낸  그일을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햇살이 비추어 눈이 녹은 집 바로 옆 학교 운동장을 걷기 시작했다. 혼자 걷기를 하면 평소에 미쳐 생각 못했던 일도 기억을 하면서 정리할 수 있다. 차를 타고 지나던 길도 걸으면 보지 못했던 다른 모습도 볼 수 있고 걷는 즐거움이 있다. 어제는 내가 살고있는  번화가인 수송동을 한 바퀴 돌아 만보를 걸었다. 뭔가 할 일을 해낸 듯 마음이 뿌듯했다.


아침을 먹고 늘어지기 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10시만 되면 따뜻한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간다. 오늘은 아파트 옆 길 너에 있는 초등학교 운동장을 걷기로 하고 학교로 갔다. 손자가 다니는 학교지만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을 하기 때문에 학교는 조용하다. 학교 운동장은 아직 하얀 눈이 남아 있어 걷기가 조심스러워 눈이 없는 길옆으로 걸었다.

아파트 길 건너 학교 운동장                                                                                   

운동장에 찍힌 발자국들                                                            신발로 찍은 눈꽃


운동장은 모래 땅이다. 눈이 없는 모래땅에는 발자국과 자동차 지나간 자국들, 여러 자들이 엉켜있다. 나는 그 발자국을 보면서 그 길을 걸었을 사람들을 생각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일을 발자국을 남기며 살아가는 일이다. 그 발자국이 그 사람 삶에 흔적이다. 혼자 걷기를 하면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글을 쓴다는 것은 사색의 늪은 걷는 일이나 마찬가지 라서 생각주머니를 만들어낸다.


운동장 녹지 않는 눈을 조금씩 밟아 보았다. 처음에는 미끄러울까 조심스러웠는데 아니다. 모래 위에 눈은 퍼석퍼석하며 미끄럽지가 않다. 오!! 요것 재미있네, 혼잣말을 하며 눈이 더 많은 곳으로 걷기를 하며 눈길을 걷는 느낌을 즐긴다. 퍼석퍼석 걷는 느낌이 좋다.  겨울이지만 눈이 자주 오지 않는다. 언제 또 눈길을 걸을지 모르는 일이다. 오늘이 지나면 오늘이 다시 오지 않듯이 나는 혼자서 눈을 즐기며 놀고 있다.


예전 어렸을 적 눈이 오면 눈 위에 누워 사진 찍기 놀이도 하고 눈 위에 발자국으로 꽃도 찍어 꽃놀이도 하였다.

눈 위에 신발 발자국으로 꼭꼭 눌러 꽃모양을 찍고 놀던 친구들을 지금 다 어디로 갔을까, 혼자서 생각하면서 나는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다. 눈이 소복이 모여 있는 곳을 골라 신발로 꾹꾹 눌러 눈꽃 찍기 놀이를 하고 있다. 내가 하고 있는 모습이 누가보면 폭소를 하고 말일이다. 나이가 몇 살인데 이러고 논단 말인가. 남이 알면 어이없다고 말할 것만 같다. 다른사람이  뭐라 한들 대수 인가,  나는 그저 옛날 추억놀이에 즐겁다.


멀리 있는 걸 그리워 말고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서 즐길일은 즐기며 사는 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법이다. 나는 실제 나이와 상관없이 동심의 세계에서 나하고 논다. 걷기를 하면서 나에게 선물하듯 보내는 하루가 내게는 자족하는 삶이다. 하루하루 내가 좋아하는 놀이에 집중하고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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