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프면서 주변에 빗을 지고 산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부담 주는 일을 싫어한다. 나 역시 같은 마음이다. 가볍게 살고 싶었다. 생활도 간결하게, 누구에게 불편 주는 일을 되도록 하기 싫다. 가까운 가족에게도, 무엇이든 주는 것이 편하고 행복하다, 그러나 삶은 때때로 의도치 않은 일이 찾아온다.
내가 몸이 아프기 시작하고 병원에 입원을 했다.
병원에 입원하고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친다. 병문안 문화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올 사람은 찾아온다. 병원에 있으면 알게 되는 일들이 있다. 내 주변을.
코로나 이후로 병문안 문화도 많이 사라져서 번거롭지 않아 한결 조용하다. 나이 듦이란 삶의 방식도 생각하는 복잡함도 정리를 해서 마음을 간결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걸 느끼곤 한다. 세상이 바뀌고 사람의 생활 방식도 달라진다. 사는 일을 단순하게 간소하게 사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젊어서와 다른 점이다. 주변 인연도 간소할 필요가 있다.
몸이 아프고 병원에 입원을 하고 누워 있으니 내 삶에 대한 정리를 해 본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싶다. 집착이란 허망한 것이다. 집착은 곧 헛 욕심이라는 걸 알게 된다. 내 몸 하나 건사하는 일도 이리 어려운데 무엇을 더 욕심을 내 본들 모두가 부질없다.
지금 내게 가장 중한 일이 무엇인가, 그 일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잘 살아가는 일. 내가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살아 있으니 내 의지대로 잘 살아 내야 할 것이다.
병원에서 퇴원해서 딸네 집에서 머물고 있을 때 친구들이 병문안을 왔다. 말이 서울이지 서울도 동과 서는 먼 거리다. 사양해도 굳이 찾아오는 친구들을 말릴 기운이 없다. 친구들도 자기 기준대로 살아야 편하기에 더는 사양 하기 힘든다.
어려운 시절 힘듦을 같이 해온 친구, 그들은 내게 선물 같은 존재들이다.
친구 몇 명이 아직 서울에 살고 있어 연락울 하면서 지내고 있다. 내가 수술하고 병원에 입원 한걸 안 친구들은 내가 머물고 있는 딸 집으로 병문안을 왔다. 이 왔다. 일 년이 넘게 보지 못했던 친구는 노인의 빛을 감추지 못하고 더 노인의 모습이 된 걸 보고 나는 놀란다. 마음은 아직도 젊은이인데 눈에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다.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늙음이란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착잡해 온다. 세월 이기는 장사 없다고 변해 가는 우리의 모습을 서로 바라보며 애잔해 온다. 아직은 살아 있어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살고 있음이 감사하다. 같은 서울 안에 아파 머물고 있는 친구를 그냥 보낼 수는 없어 찾아왔다는 친구들, 그 말에 울컥해 온다.
그중 친구하나는 서울에 올라와 성공을 한 사람이 있다. 그러나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마음으로 친구들을 챙기는 여장부가 있다. 그 친구를 바라보면 나는 한 없이 작아지는 기분을 느낀다. 언제나 베풀면서도 티도 안 낸다. 그날도 두툼한 봉투와 아주 비싼 과일을 선물로 들고 왔다.
주변에 힘든 친구들이 있으면 말없이 도움을 준다. 그러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 친구지만 존경스러울 정도다 나 보다 남편을 더 챙기는 사람, 남편 역시 그 친구를 좋아한다. 서로가 팬인 셈이다. 입맛 없을까 봐 손수 전복죽을 끓여 온 친구, 이게 웬일인지 모르겠다. 반갑고 고맙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으로 부담이 된다.
친구 들 모두가 팔십이 넘은 노인들이다. 아직은 혼자 움직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인데 아픈 친구를 챙기는 모습이 고맙고 따뜻하다.
우리는 차를 마시며 옛날 같이 했던 추억을 소환하는 시간은 즐겁고 유쾌하다. 사람의 관계는 세월과 맞불린다. 즐거웠던 일, 아팠던 일 그런 일들이 모여 우리 삶의 역사다 삶을 마감해야 할 친구가 있음에 우리는 서로의 의지처처럼 든든하다. 만날 날이 짦아 오는 이 순간들이 소중하고 생각하면 애달프고 아려온다.
친구들이 돌아 간 뒤 봉투를 열어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병문안 위로금이라고 말하기는 너무 많은 금액의 돈을 보고 깝짝 놀랐다. 나는 놀라 그 친구에게 카톡을 하니 " 이 작가, 맛있는 것 사 먹고 회복 잘해라"라고 덕답을 건넨다. 그 친구는 나를 보면 항상 이 작가하고 불러준다. "애 너 그렇게 부르지 마 쑥스럽게."라고 말하면 누가 불러 주냐 친구니까 부르지...
친구의 말에 울컥한다. 내 의지와는 달리 친구에게 빗을 지고 말았다. 부자 친구 덕에 나도 마음 부자가 된다.
몸이 아프고 수술을 하고 글을 브런치에 올리면서 이웃 작가님들의 응원과 따뜻한 격려 말씀에 나는 또 한 번 용기를 낸다. 살아갈 수 있는 힘, 그건 마음을 치유하는 치료제와 같은 기능을 한다. 사람은 사람에게 받는 사랑이 나를 살게 한다. 세상은 아직 살만 하다. 이처럼 따뜻하고 좋은 사람들이 많음에 놀라곤 한다. 얼굴 한번 본 적이 없는 분들의 기도와 응원은 가슴 뭉클하게 한다.
사람은 역시 사랑으로 사나 보다. 가족 간의 사랑, 주변 지인들과의 사랑,
엄마 아프다고 온 마음으로 신경 써주는 가족들 역시 눈물 나게 고맙고 감사하다. 우리의 삶이란 돌고 도는 물레방아 같다. 어느 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사는 우리들. 몸이 아프면서 느낀다. 사람을 살게 하는 것도 사랑이라는 사실을 , 사랑 사랑 사랑... 사랑이란 말 한마디를 마음의 기둥을 세우고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