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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명 공원의 봄 풍경

남편과 공원 산책을 하면서 느끼는 소회

by 이숙자

계절의 아름다운 풍경은 자칫 게으름을 피우면 놓치는 경우가 있다. 무슨 사물이든 가장 아름 다운 정점인 시간이 있어 우리를 늘 애닮 게 한다. 지난해는 매일 월명공원 산책을 해 왔지만 여름이 돌아오면서부터 다리가 아프기 시작하고 가을이 시작되면서 서울 병원을 드나들고 나의 공원 산책길은 그렇게 멈추고 말았다.


남편도 혼자서는 운동을 하지 않는 분이라서 몇 개월간 월명 공원 산책은 휴지기였다.


얼마 전 벚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 잠시 동생과 함께 벚꽃 구경을 한 후 산책하는 걸 멈추었다. 연세가 많고 나이 들어가는 남편은 자꾸 움직이지 않으려 한다. 바람 불면 바람이 분다고, 미세 먼지가 많으면 미세먼지가 많다고, 어느 날 날씨가 조금만 추워도 집안에서 소파와 한 몸이 되고 만다. 나이란 사람을 무력하게 만드는 것 같아 마음이 울적해 온다.


아침을 먹고 창밖을 보니 날씨가 좋아 공원 산책이나 가지고 남편에게 말을 걸어본다. 남편은 망설이며 "바람이 많이 부는데" 하면서 밖에 나가기 싫어하신다. "그럼 나 혼자라도 갈 거예요." 슬며시 싫은 표현을 했더니, 아무 말 없던 남편은 마지못해 "그럼 다녀오게" 하시며 운을 뗀다.


이곳 군산 월명 공원은 사 계절이 아름답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주차장 입구 도로까지 차가 줄지어 있다. 지금은 산책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기만 해도 공기부터 다르다. 온갖 나무들은 초록초록 잎새를 뾰족이 내놓고 새로운 생명을 싹 틔운다. 사람도 아기가 예쁘듯 모든 식물들도 어린잎이 예쁘고 사랑스럽다.


새로이 피어 나는 어린 초록 잎들

아직 남아 있는 산벚꽃은 아직 피어 하얀 맑은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애기 사과꽃

아직도 환하게 피어 있는 산 벚꽃이 아름답다

월명 호수 주변으로 산 벚꽃 새로 나뭇잎들이 아름답다. 호수의 물결도 잔잔하고.


일 년 사계절 중 월명 공원은 지금이 가장 아름답다. 호숫가 주변에 새로 돋아난 연두색 잎과 산벚꽃이 어우러진 풍경은 산수화를 옮겨 놓은 듯 사람을 취하게 한다. 일 년 삼백 육십 오일 산책하는 풍경 중에 지금이 가장 아름답다. 아름다운 풍경은 순간 지나가 버리고 짧다. 우리는 이 순간을 마음 안에 담고 또 일 년을 기다린다.


삶은 늘 기다림의 연속이다. 기다림은 그리움이 되고 그리움은 사랑의 씨앗이 된다. 이 멋진 봄날이 가고 있다. 남편과 함께 벤치에 말없이 앉아 산 벚꽃이 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마치 하늘에서 내리는 눈꽃처럼 꽃잎은 휘날리며 낙화를 한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더니,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데, 우리도 어느 날 꽃잎이 떨어지듯 그렇게 갈 것이다. 벚꽃은 지고 봄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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