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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만나러 가는 날

by 이숙자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7월이면 연꽃이 핀다.


며칠 전

"우리 연꽃 보러 가게요."

그 말이 반가워 얼른 손을 들었다.

연꽃을 만나려 가자는 지인의 전화는

나의 오감을 깨운다.


연꽃 만나로 가는 길


설레는 마음으로 연꽃 만나로 가는 길

햇살이 따갑다 연꽃은 나를 알아

보기나 할까? 그게 궁금하다.


연꽃이 필 때면 잊지 않고

마주했던 청운사 연꽃

연꽃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기다림을 했다.


찾아주지 않은 마음 한편 그리움은

희미해진 기억 속에 남아 있는데

연꽃이 나를 잊었다 한들

할 말은 없다.


청운사 연꽃 본지 몇 년

혹여 나를 잊고 못 알아 보지나 않을지

너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날이 맑거나 흐리거나 기다림을 했고


나는 너를 자주 찾지를 못 했으니까

연꽃이 섭섭하다 말할 것만 같다

우리는 서로 엇갈린 인연이었다

오늘 다시 만나 다정한 눈빛으로

사랑한다 말이나 할까 보다


꽃이 진다고 너를 잊은 적 없다


살다가 어찌하여 만난 인연이 닿은 세 사람

만나면 반갑고 고마운 사람들, 우린 서로의 마음 안에

꽃이 핀다. 이런 인연이 있을까?


더워도 많이 더운 날 우리는 셋이서 연꽃을 보러 김제 청운사로 달린다.

여름의 한 복판 한낮의 더위는 모든 사물을 녹일 듯 뜨겁다. 청운사 연꽃은 피어 우리를 반긴다.

연꽃 밭 바로 앞에 카페가 생겼다. 쉬는 날이지만 스님은 들어오라 청하신다.



무엇이든 주문하라 말씀하시는 스님. 그 모습이 참 맑다. 우리는 팥빙수와 연잎차를 주문하고 앉아 창 밖의 연꽃 구경을 하고 있다. 연잎은 바람에 흔들리며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춤을 추는 둣 하다. 참 한가로운 풍경이다. 연꽃은 뿌리를 내리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는 없지만 연잎은 서로 얽혀 저희들끼리 얼싸안고 반기는 모양이다. 연잎도 감정이 있을까 서로 부딪치며 흔들리는 모습이 보기 좋다.



아무도 없는 절집 처마 끝에 달린 풍경도 졸고 있다. 누가 불러 주는 사람이 없어서일까, 바람 친구라도 불러야 할 것 같다. 산자락에 조용히 앉아 있는 절도 소박 하다. 우리는 절 마당을 한 바퀴 돌고 사진 몇 장 찍고 청운사를 떠난다. 연꽃은 그 자리에 언제나 서 있겠지 보고 싶으면 또 오리다. 작별을 한다.


함께 함께, 사람도 연잎도 서로 외로워 기대며 산다. 팥빙수를 먹고 연잎차도 마시고 연밥도 사가지고 우리는 청운사 떠나 각지의 자리로, 초대해 주신 꽃 천사님의 선물, 귀찮다고 마다 하지 않으시고 우리를 이동해 주시는 시인님 우리는 무슨 인연일까요? 인생은 시간의 직접이고 기억의 직접이다. 시간과 기억이 쌓여 추억이 되고 인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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