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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아래 번지는 차향

by 이숙자

가을은 행사가 봇물처럼 밀려온다. 다도 수업을 마치고 이 나이에 행사장 무대에 오를 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 까지 무대에 올라 시 낭송을 하고 있으니 내 인생도 참 별나다. 다도 수업을 하면서 수없이 무대에 설 수 있었고 다도 활동을 접으면서 조용히 시나 낭송하고 살겠다는 생각으로 참여한 시 낭송 모임은 무대에 오르는 일이 만만치 않게 많았다.


때론 이 나이에 무대에 오르는 일이 민망한 일 아닌가 생각도 해 보지만 모임의 일원이 되면 회원으로 해야 할 몫이 있다. 행사가 있을 때마다 나는 나이를 잊고 무대에 오른다. 인생은 연극을 하는 배우라 했던가, 80이 넘은 나는 지금도 무대에 오르는 배우 노릇을 하고 있으니 이건 무엇이라 표현해야 할까. 정의 내리기 어렵다. 살아온 세월의 경륜 탓인지 무대에 오르는 일이 두려움과 떨림이 없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 주말에 군산 지역 다도 단체에서 '차 문화 마당' 행사가 있었다. 나는 차인이 아니라 시 낭송가로서 무대에 올라 차와 연관된 다시를 낭송했다. 수 없이 많은 아름다운 찻자리와 어린이들 차 겨루기 대회는 잠시 내 안에 머물고 있던 차 생활을 하면서 저장해 놓은 추억이 떠 올라 감회가 새로웠다. 내 안에 차향이 피어오른다.



행사 날 비가 온다는 소식에 야외 행사가 실내로 옮겨 공설 운동장 실내 체육관 넓은 공간에서 행사가 시작되었다. 나는 차(茶) 자라는 글자만 보아도 마음이 울렁인다. 그도 그럴 것이 수없이 많은 세월 차와 함께 물들고 생활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시 낭송회원은 식전 행사로 맨 먼저 내가 무대에 올라 다석이란 시를 낭송했다.


다석은 오래전부터 차 생활 하면서 늘 외워 혼자서 낭송을 하면서 즐겨왔던 시라서 떨림도 없어 편하게 낭송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무대에서 내려와 다른 회원들 낭송도 듣고 찻자리를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 차를 음미하는 순간 너무 좋았다. 차를 마시는 이유는 건강에 이롭기도 하고 마음의 눈을 뜨게 하고 사색공간을 넓혀주고 사람으로 하여금 예의롭게 하기 위해 차를 마신다.




여러 차잣자리를 돌아가며 차를 마신다. 차 맛은 차와 팽주가 우리는 마음가짐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유난히 맛있는 차를 마시고 차를 내는 모습이 아름다운 곳에 발길이 머물렀다. 다과도 정성껏 만들었다. 김 위에 치즈를 넣어 말은 예쁜 다식, 예쁘기도 하지만 맛도 있었다. 오랫동안 차와 함께했지만 이런 다식은 처음 만났다. 차를 내는 팽주의 두 손 모으고 손님을 기다리는 다소곳한 모습도 아름다웠다.


찻자리는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없어야 아름답다. 내가 만난 그분 찻자리가 가장 멋지고 내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일 년 동안 초등학생들은 학교 밤과 후 수업 때 차를 배웠던 학생들이 차 우리는 겨루기 대회를 한다. 누가 잘하고 못하고 문제는 없다. 어린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예의 바른 사람으로 자라기를 소망해 본다. 날씨가 비가 올 듯 추웠지만 따뜻한 차를 마실 쉬었어 추위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포근하다.


차는 정서적 공간을 마음껏 활용하고 시간에 쫓기고, 일에 쫓기고, 분주한 마음에 쫓기고, 시비에 쫓기고, 체면과 겉치레에 쫓기는 분들에게 도피처를 만들어 준다. 차를 음미하는 일은 천년의 여유를 가져다준다고 했다. 차를 마시는 것은 건강에도 이롭지만 정신적으로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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