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한 가지 일에 집중하고 세월을 보낸다는 것은 대단한 인내와 의지가 필요한 일이다. 자기가 워낙 좋아하는 일이 아니면 해 낼 수 없다. 나는 다도 생활을 30년이 넘게 해 오고 다른 곳에 눈길을 보내지 않고 차 생활에 도취되어 살았던 것 같다. 다른 곳에 마음을 주어 본적이 없이 차만 즐기면서 살아왔다. 차가 주는 가치와 차생활이 좋았다. 다도는 차의 정신이 좋았고 나와는 연이 맞기도 했던 같다.
차를 하면서 행사를 참 많이 해왔다. 무려 30년이 넘게 해왔으니, 말해 무엇하랴. 많은 짐을 가지고 전국을 누볐다. 힘든 만큼 성장하고 그냥 주어지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성장은 그만큼 아픔도 함께 한다. 사람과 관계를 맺고 그 속에서 질서를 지키고 산다는 것은 힘겹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랜 생활 반복되는 틀이란 것도 때론 자유롭지 않았고 구속이었다.
사람 사는 일은 영원 한건 하나도 없다. 차를 아무리 좋아하지 만 24시간 차만 마시고 살 수 없지 않은가! 앞으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면서 밤에 잠을 설치고 했었다. 사람도 만남이 있으면 언젠가는 헤어져야 하는 날이 있는 것이다. 나는 온전히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기를 원했다. 사람과 어울려 살아야 하는 일은 참아내고 고통을 견뎌야 하는 일도 있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자기 만의 자리가 있는 것이다. 내 삶의 자리가 아닌 곳에 있으면 허망하고 쓸쓸하다. 차생활을 하면서 좋아해서 하기도 했지만 가끔은 힘든 시간도 있었다. 사람 사는 일은 마찬가지이다. 때론 사람 때문에 힘든 시간도 있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편안하고 네 의지대로 살고 싶어 진다.
내가 좋아하는 걸 지킨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차를 공부하고 사람들과 차 생활을 해오고 혼자된다는 외로움을 견디기 어려워 사람은 사람 속에 같이 묻혀 살아왔다. 사람은 세월 따라 나이가 들어가고 마음도 변한다. 차 생활은 좋지만 타인에 의한 삶은 피곤할 수 있다. 그냥 한가롭게 조용히 차를 마시며 나 답게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나는 뜨개 옷을 좋아해서 뜨개방을 다니며 내 옷을 뜨개 해서 입는 것도 내가 좋아하는 일 중에 하나다. 그날 도 뜨개방에서 카디건 세타를 뜨고 있는데 뜨개 뱡 선생님은 동네에서 일어나는 소식들을 전하다. " 동네 한길문고에서 동네 작가가 에세이 수업을 해 준다고 하네요" 그 말을 들은 나는 " 아, 그래요?" 하고 반가운 반응을 했다.
그다음 날 서점을 찾아간 것은 내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 나는 원래 책을 좋아하고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을 가끔 느끼며 살아왔었다. 글을 쓰며 책을 함께 하는 시간으로 나머지 노년을 살고 싶었다. 사람 들고 함께 하는 삶도 나쁘지는 않지만 언제나 차만 마시면서 목표 없는 삶을 살 수는 없었다. 나는 서점에 전화를 하고 서점을 찾아갔다. 작가님은 쉬는 시간이었지만 서점으로 달려와 나을 만나주었다.
새로운 일을 도전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와 의지가 필요하다. 작가님을 만나고 나는 맨 먼저 물어본 말이 " 제가 나이가 많은데, 나이 든 사람도 수업을 할 수 있나요? 조금은 걱정스럽게 물어보았다. 작가님은 매우 친절한 분이었다. "걱정 마세요, 선생님처럼 나이 든 분이 글을 쓰고 책을 내고 그림을 그린 유명한 미국 작가가 계셔요" 그 말과 함께 나에게 권해 주는 책이 한 권 있었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나는 책을 사들고 와 읽어 내려갔다.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가 중 한 분으로 손꼽히는 화가다. 가정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자수를 놓고 열심히 살아가던 그는 76세부터 글을 쓰고 한 번도 배운 적 없는 그림을 아기자기하게 그려냈다.
작가는 말한다."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신이 기뻐하시며 성공의 문을 열어 주는 것입니다. 당신의 나이가 80이라 하더라도요" " 사람은 늘 '너무 늦었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지금'이 가장 좋은 때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천천히 하세요. 재촉하더라도 서두르지 마세요" 책을 읽으며 책 속의 언어들이 나에게 위로를 던졌다. 76세부터 101세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다가 세상을 떠난 작가는 참 최선을 다한 삶이 아름답다.
모지스 할머니의 삶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나는 용기를 얻었고 어럽지만 한 걸은 한걸음 발걸음을 옭겨서, 서점에 다니며 글쓰기에 도전을 하고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그때 선텍은 탁월했다. 내가 서점에 가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면, 그 저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으려나, 삶은 예기치 않게 느닷없이 찾아온다.
노년에 만나게 된 책한 권이 내 삶을 나답게 살게 해 주었다. 책 읽고 글 쓰는 일이 없었다면 내 삶을 얼마나 적막하고 재미없을까, 지금 햇살 가득한 서재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행복하다. 나이 들면 만나야 할 사람 가야 할 곳도 줄어든다. 나는 온전히 내가 좋아하는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