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명의 작가들이 함께 펴낸 <한길통신 : 모두의 군산이야기> 출판회
겨울비가 소리 없이 내린다. 마치 가을비처럼, 나는 평소와 는 다른 복장으로 우산을 받쳐 들고 군산 한길문고로 향하고 있었다. 행사가 있는 날이다. 다름 아닌 '한길 통신: 군산 이야기' 출판회가 있는 날이 오늘이다. 군산 이야기 책이 나오게 된 동기는 한길문고 최영건 상주 작가가 한길문고에 일곱 달 동안 출근하면서 군산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면 서다. 최영건 작가는 군산에서 살아온 사람은 아니다.
그 사이 한길문고가 100년 가계라는 걸 알게 되었고 백 년처럼 긴 긴 시간이 흐른 뒤에도 계속 이어 나갈 이야기를 기대하면서 '한길 통신: 군산 이야기'가 출간된 것. 군산에서 글 쓰는 작가들에게 공모를 하고 원고를 받아 한길문고를 중심으로 군산 시내에서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모았다.
한길 통신: 모두의 군산 이야기군산 이야기를 모아 기억에서 잊히지 않도록 책으로 출간
나는 80대 나이임에도 호기심이 많고 도전하길 좋아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다. 이번 출간 모임에도 신청하고 글 쓴 원고를 보냈다. 감사하게 책 속에 내 글도 올라갔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결과도 없다는 걸 늘 실감한다. 나이 듦이란, 세상에 남겨질 시간이 짧다는 것, 내가 좀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다.
실은 나는 군산 사람은 아니다. 내가 낳고 자란 고향은 전주다. 어쩌다 군산 사람 남편과 결혼을 해서 지금까지 군산에서 살아가고 있다. 딸 넷을 낳아 기르고 살아온 세월이 무려 반세기가 넘는 57년이다.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이제 군산이란 도시가 낯설지 않아 지금은 고향처럼 친근하다.
어쩌면 죽어서도 뼈를 묻어야 할 곳이 군산이다. 사실 군산에서 살면서도 아이들 키울 때는 군산의 구석구석 얽힌 이야기를 알지 못하고 살아왔다. 늘 다니던 곳만 생활권이 전부였다. 글을 쓰면서 군산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었고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다. 군산이란 정겹고 매력 있는 도시라는 걸 알았다.
이번 <한길통신 : 모두의 군산 이야기> 출간은 나름 나에게 의미가 있다. 군산을 기억하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 군산에 대한 애정을 더 느끼도록 기억하고 싶은 책이다. 군산은 특별한 지역으로 숨은 이야기가 많은 도시다. 일제 강점기 때는 쌀을 수탈당하는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 군산. 해방이 된 이후에도 적산 가옥의 철거를 비켜가고 지금도 일제 잔재의 적산 가옥들이 남아 있어 시간이 멈춘 듯 관광객이 '시간 여행'으로 찾아오는 곳이다.
어쩌면 군산이란 도시는 아직도 내가 모르는 숨은 이야기가 훨씬 많이 남아 있어 조금씩 알아가며 공부를 하려 한다
세상에는 알아야 할 것도 많고 공부해야 할 일도 많다. 나이 탓만 하면서 티브이 앞에서 남의 이야기만 듣다가 생을 마감한다면 이 보다 더한 낭패가 어디 있을까. 나는 공부하는 걸 즐긴다. 세상에 공부처럼 재미있는 일이 어디 있을까. 그래서 지금도 나는 글쓰기도 멈추지 않고 젊은 사람들과 일주일에 한 번 한길문고에서 글쓰기를 하고 있다.
기억 상을 받고 사진 한컷 군산이야기를 글로 써 주신 문우들
자칫 외롭고 허무할 나이지만 나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아 바쁘다. 어제 출판회도 나처럼 나이 든 사람은 눈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없었다. 책 출간에 참여한 사람은 열여섯 명이다. 그 사람들 모두를 불러 내어 기억상이란 이름으로 상장과 한길문고 마일리지 삼만 점을 상품으로 나누어 주었다. 책 선물도 받았다. 이 보다 즐거운 일이 어디 있는가.
이 나이에 글 쓰고 원고료도 받는 작가라고 불리고 있으니 생소하지만 그 말에 감동한다.
상을 받고 모두 한 마디씩 소감도 말을 한다. 각자의 생각대로, 한길문고라는 책방이 있어 이처럼 멋진 기획을 하고 글 쓰는 사람들에게 기회도 주는 사장님의 반짝이는 생각이 너무 고맙다. 우리 동네에 백 년 넘은 서점이 있다는 자체가 놀랍고 자랑스럽다.
이처럼 자랑스러운 도시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나는 참 좋다. 앞으로 군산을 더 알아가는 이야기를 글로 남겨 기억하도록 해보려 한다. 나는 군산을 사랑한다. 이곳 나운동과 한길문고는 삶의 터전이며 나의 놀이터요 배움의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