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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Mar 23. 2021

올봄에도 어김없이쑥버무리 떡을찝니다

해마다 봄이 오면 쑥버무리 떡을 찝니다

봄이다. 봄이라는 말만 들어도 우리의 몸 세포 안에서는 환호성이 들린다. 봄은 그만큼 우리 일상에 환희로 찾아온다. 겨우내 얼었던 땅속에서 잠자던 모든 생물이 깨어나는 시기라서 사람 마음도 덩달아 겨울잠에서 깨어 난다. 춥고 지루했던 겨울을 보내고 봄이 돌아오면 마음부터 환해지며 기쁨으로 설렌다


죽은 듯한 나뭇가지에서 새순이 돋아나고 얼었던 땅속에서도 새 생명 새순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신기하고 대 자연 우주의 섭리에 놀라울 뿐이다. 봄이 오면 마음이 항상 바빠진다. 계절을 맞이 할 설렘으로, 마음을 놓으면 잠깐 사이 훅하고 지나가 버리고 마는 것이 봄이라는 계절이다. 나는 봄이면 해야 할 일이 나를 기다린다.



봄이 오면 나는 언제나 해마다 쑥버무리 떡을 찐다. 결혼 전 시어머님이 남편에게 해 주시던 떡이다. 결혼하고 아이들을 키울 때는 떡을 집에서 할 줄도 몰랐고, 나는 쑥버므리 떡을 좋아하지도 않았다. 봄이 오고 햇쑥이 나오면 시어머님은 쑥을 캐서 아들 좋아하는 쑥버므리 떡을 쪄서 우리에게 보내주셨다. 어머님이 보내주신 떡을 보면 남편은 반가워 얼굴에 활짝 미소가 번지며 좋아했다.


사실 쑥버무리는 쑥향과 멥쌀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다. 나는 젊어서는 단 음식에 길들여져서 쑥버무리 떡을 그 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당뇨가 찾아오고 단 음식을 피하면서 쑥버므리의 담백한 맛을 알게 되고 내가 더 좋아 한다. 이제는 설탕이 들어가고 단 음식을 먹으면 혀에서 거부 반응을 하고, 단 음식은 먹지 않으며 살아간다.


나는 다도를 공부하고 자연과 계절을 즐기며 사는 즐거움을 알게 되면서 이제 봄 마중을 하듯 매년 쑥버무리를 쪄서 남편에게 봄을 선물한다. 남편은 내가 쪄 주는 쑥버므리 떡을 먹을 때면 꼭 어머니를 기억하고 옛날 어머니와의 추억을 소환해 낸다. 정말 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우리 부부는 쑥버무리 떡 하나로 추억여행을 하듯 어머니를 그리워 한다. 남자들은 나이가 들면 부인에게 모정을 느낀다고 한다. 떡을 찔 생각에 이제 3월도 곧 지나가고 며칠 후면 쑥을 사러 시장엘 나가 보야야겠다고 생각 중이었다. 쑥버므리 떡은 쑥이 너무 크면 질기고 맛이 없다. 어린 쑥보다 조금 큰 쑥이 향도 좋고 질기지 않아 좋다.


어제저녁 무렵이다. 저녁 준비에 마음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데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언니 나 오늘 친구하고 시골에 가서 쑥 하고 나물 캐왔는데 언니가 우리 집에 와서 다듬어 가"

 와아... 


반가운 소식이다. 그렇지 않아도 쑥 사러 시장 가려고 했는데. 나는 얼른 대답을 했다.


" 응, 그래 알았다. 저녁 먹고 건너 갈게" 


동생은 남편이 쑥 버리 무리를 좋아하는 줄 알고 있다. 저녁밥을 부지런히 먹고 동생네 집으로 건너갔다. 동생은 우리가 사는 아파트 길 건너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동생이 가까이에 살고 있어 외롭지 않고 서로 의지 할 수 있어 좋다. 동생은 일 년 전 남편을 보내고 홀로 살고 있어 외로움을 견디려 거의 우리와 함께 밥을 먹고 지내고 있어 가족이나 다름없다. 사람은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것은 외롭고 슬프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다듬어 온 쑥을 씻고 쌀을 담그고 팥도 삶이 놓았다. 그래야 내일 떡을 찌기 때문이다. 낮 시간은 금방 지나가는 시간이라서 해야 할 일이 많아 시간을 아끼려 밤에 일을 하기도 한다. 쑥을 씻으면서도 마음이 아릿하다. 추운 겨울 땅속에 숨어 있다가 봄이 오면 싹으로 올라와 우리에게 먹거리로 내어 주는 신비에 또 한 번 놀란다. 참 계절과 자연 신비 앞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올해도 봄이 오고 어김없이 나는 쑥버무리 떡을 찐다.  나는 내 삶의 마지막이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봄이 오면 쑥버무리를 쪄서 남편에 봄을 선물하듯 살 것이다. 한해 한해 나이 들어 늙어가는 남편을 바라보면 마음이 아리고 애달퍼진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하고 싶다.


지난해는 사위랑 같이 떡을 찌고 보냈던 날이 새록새록 떠올라 마음이 아련해진다. 지나간 세월은 그리움이고 추억이다. 세월은 자꾸만 도망을 간다. 나는 오늘 아침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당신은 지금 무엇이 제일 부러 워요?"  " 젊음이지" 그러나 지난 간 젊음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내가 살고 있는 오늘이 선물일 뿐이다. 선물 같은 오늘을 잘 살아야 한다는 다짐을 해 본다.


아직도 끝나지 않는 코로나. 외식도 자유롭지 않은 날마다, 식탁에 봄을 맞이 하듯 아침 식사는 쑥버무리 떡을 먹으며  봄날을 보낼 것이다. 봄은 우리에게 축제처럼 찾아온다. 봄이 주는 선물들이 나는 반갑고 기쁘다. 조금 있으면 화전도 부치고 아카시아 꽃이 피면 아카시아 떡도 찌면서 봄을 보낼 것이다.


쪄놓은 떡은 이웃과도 나눔도 하고 소분 헤서 냉동고에 넣어 놓고 한 동안 식탁에서 봄을 맞이하듯 기분 좋은 봄을 보내련다. 봄은 나에게 선물이고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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