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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Jun 26. 2021

며칠 동안, 콩을 까고 마늘도 깠다

콩도 까고 마늘도 까서일년 먹을것 준비를 한다

어제오늘 계속 콩을 까고 마늘도 깠다. 까면서 정리된 것을 사진을 찍어  딸들 카톡으로 사진을  보낸다. " 완두콩 필요한 사람 부탁하렴" 주문량에 따라 양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딸. 막내딸이 " 엄마 나 가져갈래요"라고 답이 왔다. 우리 부부만 먹으려면 2 자루면 되는데 주문이 들어오니 시장에 가서 2자루 더 사 와서 깠다. 남편은 나보다 더 잘 깐다. 콩 울 까는 게 일이라기보다 티브이를 보면서 까니까 무료하지 않고 좋다.


일 년을 살아가면서 계절에 따라 해야 할 일들이 있다. 특히 6월이 오면 완두콩이 나오는 계절이다.  완두콩은 밥에 넣어 먹어도 맛있지만 각종 요리에도 사용하고 카레 만들 때도 넣어 먹는 방법이 다양한 콩이다. 비타민이 많아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콩이다. 나는 매년 콩이 나올 때는 콩을 넉넉히 사다가 까서 냉동고에 저장을 해 놓는다. 찰밥을 해 먹을 때도 팥 대신 완두콩을 넣고 찌면 밥이 포근포근하고 맛있다.


                                           완두콩 까기


올해도 어김없이 콩을 사서 깠다. 까놓은 콩은 팔팔 끓는 물에 소금을 조금 넣은 후 깐 콩을 넣고 조리개로 휘휘 몇 초 저은 다음 건진다. 너무 오래 놓아두면 비타민이 손실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져놓은 콩은 새파랗게 통통해진다. 건져낸 콩은 뜨거운 김이 조금 식으며 지퍼백에 넣어 냉동고에 보관하고 필요할 때 꺼내여 먹는다.  해마다 잊지 않고  콩을 까서 보관했다.


                                                   지퍼 백에 넣어 보관 하기


6월에는 마늘도 나오는 철이라서 마늘도 사서 깐다. 까서 빻아 냉동고에 보관해야 일 년을 먹고 딸들도 필요한 사람은 가져가라고 준비해 둔다. 우리 집 냉동고는 먹거리로 필요한 걸 저장해 놓 보물 창고다. 딸들이 친정 왔을 때 필요한 걸 가져가는 재미도 있어야 한다. 


 직장 생활하는 딸들은  하루하루 삶이 바쁘고  집에서  손으로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 여유가 없다.  사람이 먹고사는 일은 참 복잡하다. 집이란 사람이 먹고 자고 쉬는 공간이면서 말 그대로 생존의 공간이다. 그 속에서 사람이 쉼 없이 움직임이 있어야 집도 숨을 쉬며 삶에 활력이 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집은  온기가 없어  냉랭하기만 하다.


나는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아니지만 괜히  토요일은 쉬고 싶은 요일이다. 꽃그림 그리는 일도 쉬고, 책과 노는 일도 쉬고 싶어 진다. 그렇지만 쉬지 않고 해야 하는 일은 산책이다. 우리 삶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은 운동을 하고 건강을 관리해야 하는 게 우선순위다. 건강 이상 더 중요한 일이 없다. 아프면  모든 게 소용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특히 나이 들 수록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


오늘 아침 자고 일어나니 이슬비가 오고 있었다. 요즈음 유난히 비가  자주 온다. 흐리고 비 오던 날씨는 금방 갠다. 운동을 가기 위해  서두른다. 낮에는 너무 뜨거워  걷기가 힘든다. 아침나절 시원할 때나 해가 지고 저녁에 산책을 하면 바람이 살랑살랑 친구 해 주며 걷기가 상쾌하다. 나는 혼자 산책을 할 때마다 요즘 피어난 꽃들과 대화를 하며 기분 좋은 걷기 운동을 한다.


사람 사는 일은 매일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다. 운동을 하고 집에 들어와 남편은 "오늘 마늘 깔까?" 하고 묻는다. 나는 지난번부터 큰 집에서 가져온 마늘이 베란다에 놓여있는 게 마음에 걸렸다. 큰집에서 마늘을 줄 때 " 마늘 바로 까야해, 오래 두면 썩을 수 있어" 당부를 하면서 시숙이 농사지은 마늘을 주셨다. 며칠 전에 조금 깠는데 힘들어 다 못 까고 남겨 놓은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해야 할 일은 해야지  남겨놓으면 숙제 같다.


사람이 살면서 먹고살아야 하는 종류가 많기도 하다. 철마다 준비해 놓아야 하는 것들도 때를 놓치면  먹을 수 없어 낭패를 볼 수 있다. 생존이란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항상 신경을 써야 한다. 오늘 마늘을 다 까야지 싶어 집으로 들어와서 바로 마늘을 물에 넣고 뿌리를 제거하고 쪽을 나누어 까기 시작했다.


오늘 깐 마늘

다 까고 난 뒤 사진을 찍어 딸들 카톡방에 보냈다. " 아엄마 오늘 한 일" 하고 보냈더니 막내딸은 " 왜 이렇게 맨날  까, 요새, ㅎㅎㅎ" 하면서 답을 했다. 어제도 콩까는 사진을 보내고 오늘은 마늘 까놓은 사진을  보내었더냐  막내딸이 하는 말이었다. 그 말에 빵 터 웃고  말았다. 그냥 무심코 던지는 말투지만 아빠 엄마 힘들까 봐 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사람 사는 일은 별소리 아닌데도 기쁘고 흐뭇하다.


날마다 사는 소소한 일상 별일 아닌 작은 일로 우리는 행복하다. 일 년 먹을 콩 까고  마늘을 까서 저장해 놓으니 마음이 홀가분하고 느긋하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때 오는 여유는 마음을 가볍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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