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숙자 Aug 24. 2021

2평 남짓한 공간에서 내 삶이 충만해 진다

내수많은날 삶이 녹았는 곳 다실

 나에게 나만의 장소를 말하라고 하면 우리 집에서 가장 작은 2평 남짓한 다실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하고  아니 어쩌면 30년이란 긴 세월, 내 삶이 녹아있는 장소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나는 매일 다실에서 차를 마시고 명상도 하고 마음을 고요히  하면서 나 만의 세계로 침잠을 한다. 


나는 다실에서  차를 마시며 날마다 하루를 연다. 다실은 내 마음을 다스리는 고요한 공간이다.


봄이면 화전을 부쳐 남편과 마시는 차 한잔은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소소한 행복이다. 손님이 오거나 가족이 모일 때에도 다실에서 차를 마시고. 다실은 우리 집 문화공간이나 다름없다. 계절마다 떡을 만들어 먹으면서도 차와 함께 한다. 과일이 많이 나올 때는 과일로 양갱을 만들거나 다식을 만들어 차와 먹는 음식도 빼놓을 수 없는 호사다. 차는 많은 것을 포함한 종합예술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밖에서 보내는 시간보다도 집안에서 머무르는 공간을 자신만의 취향으로 만들어 놓고 자신의 삶을 즐기는 것은 삶의 여백이다. 차는 해야 할 일도 많다. 차 생활을 하면서 필요한 소품을 만들어 사용해야 하는 일은 나를 자수를 놓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야생화 자수를 놓기 시작해서 10년이란 긴 세월을 수놓기에 집중하고 수를 놓고 바느질을 해서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바라보는 즐거움도 함께해 주었다.



딸들이 떠난 빈자리는 차 생활을 하면서 채워나갔다. 참 많은 사연과 나 만의 추억이 담긴 곳이다. 내가 유일하게 살면서 자유를 누리며 살아온 공간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내 곁을  떠나고 외로움을 견디도록 나의 정신적 위로와 차 생활은 내 인생에서 안식을 준 포근하고 따뜻한 장소이기도 하다.

 

오래전부터 많은 날, 나는 매일 나만의 공간인 다실에서 차를 마시고 내가 좋아하는 소소한 물건을 들을 모아 놓고 즐겨왔다.  다실의 다기들과 차도구는 저마다 추억과 사연들이 담겨있다. 오랜 생활 차 생활을 하면서 행사에 많이 참여해서 찻자리를 하게 된다. 그럴 때, 똑같은 다구를 사용할 수 없어 새로운 걸 사야 했고 좋아해서 사고, 선물도 받게 되고 집에 가지고 있는 다구들이 꽤 많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무슨 욕심이었을까, 후회가 밀려오지만, 그때는 모두가 다구들도 유행처럼 새로운 걸 사는 재미가 많았었다. 여행을 가서도,  차 행사를 하는 곳에 가서도 오로지 차와 관련된 것에만 마음이 집중되었다. 살면서 온통 차와 관련된 일에 묻혀 살아온 세월이다. 전국을 누비고 일본까지 원정을 다니며 행사를 하고 차에 몰두하고 차의 세게에서 살아온 것은 나에게는 축복이 아닐는지 생각해 본다.


나는 오늘 무엇을 보고 듣고, 먹고, 말하고 무슨 생각으로 사는가 그 모습이 현재의 내 모습이다. 매번 다실에서는 나를 깨운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 매일 바쁘게 살아간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누가 나 대신 그 일을 해 주지 않는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내 실존을 말해 주는 것이다. 날마다 내가 하는 일이 쌓여 내 생을 이루기 때문이다. 


2년이 다 되는 긴 시간 코로나가 오면서 자유롭지 못한 시간들을 살면서도 한 번도 외롭다고 생각할 겨를이 없이 나만의 공간에서 잘 견뎌냈다. 내 삶과 정신이 축적된 내 공간은 나를 살게 하는 곳이다. 서재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게 된 것도 내 삶의 향기를 더 해주는 곳이다. 이만하면 더 바랄 것 없는 나 만의 장소에서 향기로운 삶을 살고 있지 않는가?  나는 나에게 자문해 보며 이번 생은 잘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내 살아온 삶을 후회한 들 아무 소용이 없다. 더 많은 걸 바란다면 하나의 욕심이 아닐까? 나는 나로 만족하려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성과 여성, 똑같이 빛나는 우주의 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