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행하듯 딸들 집 다니기

일상 회복이 되고 2년 만에 가족모임

by 이숙자

온 가족이 모이는 일은 2년 만이다. 코로나가 오면서 오랜 시간 거리두기와 오미크론 감염 염려로 함께 모여 왔던 일을 미루고 한 가족씩만 만나왔다. 지난해 12월에 막내딸이 새로 이사를 하고 집들이를 하려고 했지만 코로나는 멈추지를 않았다.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확진자도 줄어들면서 서로의 일정을 맞추어 오던 차에, 드디어 6월 4일 만나기로 약속을 하게 되고 우리 부부는 서울로 올라갔다.


온 가족이 만나기는 2년 전이다. 매년 연말이면 가족이 함께 모여 남편이 밥을 사며 가족 모임을 한다. 일 년 동안 살아왔던 날들을 뒤돌아 보며 서로의 삶을 응원해 주며 자녀들과 정을 나누는 자리다. 남편이 나이 팔십이 들어가면서 해 오던 가족 행사다. 가족도 서로 만남이 없으면 마음이 멀어질 수 있다. 나이 들어가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가족도 움직 일 수 있을 때 만나서 추억도 만들어야 하지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 모임이 설레고 마음이 기쁘다. 예전에는 자주 다니던 서울도 이제는 드문 드문 다니게 되면서 낯설어진다. 둘째 딸과 세쨋 딸도 막내 딸네 집으로 오기로 하고 막내딸은 고속 터미널까지 우리를 마중 나와 우리는 편하게 집으로 갔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동네에 막내딸이 살게 되고 나는 처음 가 보는 동네다.


어느 사이 시간을 맞추어 둘째 네 가족과 셋째네 가족 그렇게 다 모였다.


막내딸은 지난 연말에 오래된 아파트를 사서 집을 완전히 리모델링을 했다. 새로 고친 집이 마치 카페 같다. 집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막내딸은 집 고치는 데 감각이 있는 듯하다. 아파트는 앞이 가리면 답답한데 전망도 시원하고 좋다. 매번 막내만 집이 없어 걱정했는데 이제 막내까지 집 준비를 해 놓아 마음이 놓인다. 앞으로 잘 살아가는 일은 저희들 몫이다. 동네가 아직은 개발이 되지 않은 곳이지만 차차 나아질 거라 생각한다.



가족은 만남 그 순간이 기쁘고 행복하다. 이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사이, 살아가는 힘이 가족이다. 딸들 모두 서로가 소중히 알고 잘 지내고 있으니 더 바랄 것이 없다. 밥은 동네 식당에서 먹었다. 남편은 자녀들을 다 만나니 그저 좋으신가 보다. 맛있는 김치전과 굴전과 함께 모주도 한잔 하시며 막내딸을 축하하며 가족들에게 행복하고 서로 존중하고 하게 살라는 덕담도 잊지 않고 해 주신다. 가족이 다 모이면 아빠로서 제일 빛나는 자리다.


점심을 먹고 근처 청계천을 운동삼아 걸었다. 청계천은 성북구 정릉동 북한산 자락에서 동대문구 용두동으로 흘러 청계천과 합류 후 한강으로 흘러가는 곳이라 한다. 딸이 살고 있는 곳은 용두동이다. 용두동이라는 곳도 처음 와 보는 동네다. 청계천에는 붕어들도 많고 어린 새끼 고기들도 많이 놀고 있다. 물이 맑은 탓이리라. 황새 두루미도 있다.



한참을 걷다 위로 올라와 보니 풍물시장이 있다. 토요일이라서 그런 것 같다. 예전에 다도 할 때는 이것저것 옛 물건을 사느라 일부러 풍물시장을 일부러 찾아온 적도 있었다. 세월 따라 사고 싶은 물건이 다르다. 지금은 사고 싶은 물건이 하나도 없으니 사는 재미가 줄어든 것이 어쩌면 나이와 무관치 않다. 옛 생각을 하며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별의별 여러 물건들이 나와 있어 볼거리가 많다. 요것 저것 신기한 물건들은 어느 곳에서 왔을까.


물건을 파는 사람, 구경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제는 코로나 이전 일상으로 돌아간 듯 반갑다. 구경을 하면서 걷다 보니 동매문구 평화 시장과 두타 건물이 보인다. 예전 젊어서는 딸들과 많이 왔던 곳들이다. 여자들은 시장을 보면 구경이라도 해야 한다. 특히 옷 구경하는 재미는 여자라면 누구나 좋아한다. 나이 들어 옷은 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옷을 보면 입고 싶은 옷이 있다. 딸들은


"엄마 옷사"하면서 옷을 사준다. 나이 들어도 새로운 옷을 입어야 기운이 난다. 이런 때 딸이 있으니 좋다.


집으로 돌아올 때는 차를 타고 돌아와 둘째는 돌아가고 세쨋 딸을 저녁을 먹고 돌아갔다. 우리 부부는 오늘부터 딸 들 집에서 투어를 시작했다. 내일 막내 사위랑 서울에서 가고 싶은 곳을 가보고 둘째 딸 네 집으로 건너가 여행을 가기로 약속하고 오늘 하루 해가 저문다. 밥 걱정할 일도 없고 일하지 않아도 되고 좋긴 좋다.

일 년이면 며칠이나 이런 날들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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