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돌아왔다. 세월은 어김없이 쉬지 않고 달려간다. 6월이 돌아오니 여름답게 덥다. 오늘은 일정이 많아 바쁜 날이라서 아침부터 부지런을 낸다. 아침 먹고 월명공원 산책을 다녀와서 한길 문고 그림책 수업에 갔다가 곧바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철길 마을에 가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다. 금요일은 언제나 시니어 예술단 어르신들이 철길 마을에서 공연을 한다.
트럼펫을 불고 다른 악기도 불면서 옛날 노래를 연주한다. 노래를 듣고 있으면 기분도 썩 괜찮다. 예전에는 좋아하지 않던 옛 노래도 지금은 삶의 애환이 묻어 있어 듣기 좋다. 나이가 들어가고 느끼는 감성은 어떨 수 없나 보다. 옛날이 그리워지고 노래도 추억이 있는 노래가 감성을 자극하고 옛 노래를 듣고 있으면 무언지 모를 애달픈 마음이 밀려온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남편이 좋아하는 '물레방아 도는 내력'이란 옛날 노래가 나온다. 노래를 듣고 있으려니 남편의 삶을 뒤돌아보면서 나도 몰래 눈물이 흐른다. 예전에 가족들과 약주를 한잔 하시면 노래방에 가면 눈을 지긋히 감고 부르던 노래다.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그냥 즐거워 부르는 노래가 아닌 삶의 회한에 가까운 남편 특유의 모습으로 노래를 부르곤 했다. 난 남편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참 매력적이고 마음이 찡해 오곤 했었다.
남편과 같이 살아온 세월이 자그마치 54년이다. 그 많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그 사람을 알게 되었다. 그 자그마한 체구에서 거인 같은 큰 생각을 하고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 조금도 흩트러지는 모습이 아닌 정확한 삶을 살고 있다. 남편의 틀림없는 생활 방식이 젊어서는 불편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남편의 삶의 태도가 우리 가족을 지켜주는 일이었구나. 그 걸 깨닫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내일이면 서울 올라가 막내딸 집들이 겸 가족 모임을 한다. 딸네 집들이는 그냥 갈 수 없다며 은행에 다녀오셔서 제법 많은 금액을 내 앞에 말없이 내놓는다. 오늘 노래를 들으며 왜, 자꾸 어제 남편 모습이 떠 올라 눈물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본인 자신을 위해서는 사치 한번 안 하시고 근검절약만 하고 살아오신 남편의 삶이 먹먹해져서 그럴까? 아님 한 마디 말이 없이 아빠의 몫을 하고 있는 남편이 고맙고 감사해서 그럴 수 있다.
그리 살지 않아도 되련만 자녀들이 다 독립을 해서 살고 있어도 언제나 긴장을 하며 살고 있다. 언제 어느 때라도 딸들에게 힘든 상황이 오면 비빌 언덕이 되어 주는 남편,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살까 싶을 정도로 절제하면서 가족을 위한 삶이 우선으로 알고 살고 계시니 남편은 바라보는 내 마음은 애달프고 아프다. 아마도 남편의 연세가 많아지면서 더 그런 것 같다.
남편과 나는 무슨 인연일까? "이 세상 아무리 사소한 사물일지라도 인연으로 일어나 인연으로 사라지지 않는 것은 없다." 용수 보살의 중론에 나오는 말이다. 인연 따라 만나고 인연 따라 사라진다는 말이 사람과의 관계다. 남편과 나도 아마 그런 인연 관계 일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남편의 마음을 헤아려 외롭지 않은 삶을 살 도록 해 주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