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한두 번, 먹는데 사치를
합니다

사위가 사주고 간 맛있는 밥

by 이숙자

지난 주말 말랭이 마을 '봄날의 산책'에서 시 낭송회가 있었다. 엄마가 매번 행사가 있어도 곁에 한 번도 와 주지 못한 아쉬움 때문인지 분당에 살고 있는 딸네 가족이 군산에 내려왔다. 행사 시간을 맞추려 했지만 나들이 객이 많은 주말이라서 명절 때처럼 차가 밀려 늦을 거란 톡이 왔다. 행사가 끝나고 집에 와 있는데 그때야 딸네 가족이 도착을 했다.


한 동안 보지 못한 딸네 가족, 사위와 손자가 오니 반갑다.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 행사를 딸들에게 알리지 않는다. 딸들은 직장 생활하면서 살림을 해야 하는 매일이 바쁘고 사는 게 정신이 없다. 저희들 사는 것도 힘드는데 엄마일로 자식들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서다. 서로 각자의 삶에 충실하면 된다. 자유를 구속하면 부모 자식이라도 힘들 수 있다. 살면서 서로 위로가 되는 사람이 있다는 것 만으로 감사하다.


사위는 다음 날 올라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집에 앉아 쉬고 있을 일이 아니다. 반찬을 만들어 보내야 할 것 같아 남편과 시장에 갔다. 요즘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야채도 비싸고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 김치 담글 배추. 무. 깻잎. 파 나물들을 한 아름 사 왔다. 부지런히 다듬고 준비를 해서 저녁 먹기 전까지 끝내야 한다.


요즈음 손목이 아픈 나는 무거운 것도 못 들고 힘주어해야 하는 칼질도 못한다. 지난번 한번 넘어진 일이 있는데 손목뼈가 잘 못 되었나 싶어 정형외과에서 사진을 찍어 보았지만 다행히 뼈는 이상이 없는데 돌출된 작은 뼈가 있어 아프다고 한다. 손을 많이 쓰고 나이 들다 보니 아픈 곳이 자꾸 생긴다.


딸이 사위에게 깍두기 담글 무를 썰어달라고 부탁을 한다. 사위 손은 요즈음 말하는 금손이다. 무슨 일이던 손을 대면 완벽히 해낸다. 깍두기도 잘 썬다. 사 먹고 살 수도 있지만 사 먹는 음식은 언제가 갈증이 난다. 아직은 아이들 교육과 힘든 딸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밑반찬을 내가 해서 보내 준다.


옆에 사는 동생도 건너와 도와주어 몇 가지 김치를 종류별로 담갔다. 딸네 가족이 먹을 생각에 마음이 흡족하다. 엄마 마음은 지식이 힘들면 마음이 아프다. 직장생활을 해야 하는 딸이 종종 대며 늘 바쁜 모습에 안쓰럽고 짠하다. 아직은 도와줄 힘이 있어 다행이다. 언제까지 일지는 몰라도 도움을 받기보다 자녀들에게 도움을 주고 살고 싶은 마음이다.


나이 든 우리 세대는 절약이 몸에 베여 사치를 못한다. 남편의 근검절약정신으로 떨 넷을 서울로 대학을 보냈다. 단 일 년에 한두 번 온 가족이 모이는 날 남편은 거하게 멋진 밥을 산다. 우리에게는 사치하는 날이다. 그러나 코로나가 오면서 연말이면 행사처럼 해 오던 가족모임을 못했다. 오늘 저녁은 사위가 멋진 저녁을 호텔 일식집에 가서 산다고 한다. 아마도 지난해 일 년 코로나로 힘들 때 같이 해준 고마움 때문에 그러는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서 그럴 것이다.


딸이 예약해 놓은 호텔 일식집으로 갔다. 이곳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집이다. 도착을 하니 방으로 안내를 해 준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이방 저 방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시끄럽고 소란한 사람들 소리가 들린다. 언제 코로나로 조용했나 싶은 정도로 활기를 띤다. 예전 코로나 확진자가 많을 때는 정말 조용했는데 사람이 이리 많다니 깜짝 놀랐다. 이제는 정말 코로나 이전 일상으로 돌아온 듯 해 반갑다.


식사 자리에 앉으니 금방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이 나온다. 각가지 회에다가 초밥에 다른 음식까지, 매번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지만 일 년에 한두 번을 먹는데 사치를 부려도 괜찮을 듯하다. 젊어서와 달리 나이 들면 밖에 나가 외식할 일도 줄어든다. 드문 드문 자녀들과 먹는 외식이 가끔 있을 뿐이다. 더욱이 코로나를 겪으며 다른 사람과 밥 먹는 일이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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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식 집에서 나온 주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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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열심히 돈을 벌고 수고하는 일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때때로는 좋은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도 행복 중 하나다. 돈은 꼭 쓰고 싶을 곳에 쓸 때 값진 것이다. 남편은 딸에게 "이것 비싼 밥이네" 하면서 맛있게 드신다. "아빠가 알기는 아시네"


남편 나이가 적은 나이가 아니다. 일 년이면 몇 번이나 맛있는 음식을 가족과 먹을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이 자리를 마련 해준 사위와 딸에게 고맙다. 사람 사는 게 별 일이 아니다. 가족들 무탈하고 큰 걱정 없이 살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서로 소중히 알고 감사하며 사는 삶이 최고의 삶이 아닐는지.


오늘 맛있는 밥 먹는 데는 또 다른 의미가 있어 더욱 감사하고 감동이 된다. 지난 2년, 코로나로 힘들게 학원도 안 다니고 방학이면 집에서 공부하고 과외 한 번도 못한 손자, 그 어렵다는 대학에 합격을 한 일이다. 세상은 그냥 주어지는 일이 없는 듯하다. 아픈 만큼 성숙하고 힘든 날이 있으면 웃는 날도 있으니 세상만사 공평하지 않나 싶다. 곧 가을 학기만 되면 손자는 미국으로 떠난다.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고 눈물이 나온다.


오늘은 먹는 일에 사치를 해도 되는 명분이 있는 날이기도 하다. 모두가 참고 견디고 살아 내느라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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