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 말랭이 마을 '봄날의 산책'에서 시 낭송회를 엽니다. 시에 관심 있는 분들 신청하세요"
며칠 전 카톡방에 예쁜 프랑과 함께 시 낭송회 참석할 분 신청하라는 공지가 떴다.
카톡 공지를 보고 나는 곧바로 신청을 했다. 시 낭송에 자신이 있어서도 아니고 시를 좋아한다. 시 낭송하는 그 순간은 내 감정도 시에 이입되어 마음이 한없이 포근해진다. 시와 연관된 행사에 관심이 많아 동네 서점에서 시 낭송회를 열 때도 빠지지 않고 참여를 헤왔다.
사람마다 삶의 소중한 본인의 시간을 어디에 방향을 두고 살 것인가는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좋아하는 일이 쌓이면 삶이 풍요롭고 즐겁다.
나이 들어 가면서 내 바람은 어떤 보이는 물질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정신 적인 소양을 마음 창고 안에 쌓아 놓는 일이다. 시를 좋아하고 필사를 하는 일도 그 일중에 하나다. 시를 낭독하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시인들이 쓴 시어들이 마음 안에 들어와 잔잔한 여운으로 감성이 말랑해진다. 아름다운 시어들은 때때로 울컥하게 하는 감동도 주고 사람 마음을 포근히 안아주기도 한다.
"시란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을 운율이 있는 언어로 압축하여 함축적으로 나타낸 문학이라고 말한다." 정말 많은 시인들의 시를 읽고 있으면 감탄하고 놀랄 때가 많다. 어쩌면 사람 마음을 응축해서 아름다운 시어로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지, 좋은 시를 읽을 때마다 시인들에게 경의를 보낸다.
'봄날의 산책' 책방에서는 5월의 봄을 보내며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아쉬움을 느껴 보자는 의미에서 시낭송회를 연다고 말한 '봄날의 산책' 책방지기는 보기 드물게 열정이 넘치는 분이다.
내 삶 속에 시를 들이기로 한 시간을 되돌려 보면 오래전이다. 나의 소녀 시절은 아버지 직장을 따라 시골에서 중학교를 다니던 때다. 학교에 가려면 골목길 울타리에 봄이 오면 찔레꽃 덤불이 어우러져 아름다웠다. 찔레꽃 향기에 취해서 발걸음을 멈추고 한 동안 찔레꽃 향기를 맡으며 시심에 젖어 행복했다. 문학의 씨앗은 그때부터 마음 안에 자라왔던 것 같다.
시 낭송을 한다고 신청을 해 놓았으니 시를 외워야 한다는 생각에 공원 산책 길에도, 잠을 자려고 누워 있을 때에도 시를 중얼거리며 외운다. 그 시어들이 얼마나 가슴이 저미는지 시를 외우는 시간조차 기분이 올라가고 행복해진다. 내가 신청한 시는 문병란 시인의 '인연 서설'과 문정희 시인의 '찔레'다.
사실 행사를 기획하고 마련하는 일은 수없이 생각하고 신경 써야 하는 일이 많다. 어쩌면 그런 일련의 일들을 마다하지 않고 추진하는 사람이 있어 이 지역에서 글을 쓰고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삶은 나누며 아름다운 마음을 가꾸며 살고 있어 감사한 일이다.
주변에 좋은 영향을 만들어 가는 책방지기 선생님의 열정과 놀라운 기획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한 사람의 역량이 다른 사람들의 삶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 좋은 기운을 넣어주고 삶의 방향을 잘 가도록 제시해 주는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걸 잘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인 것이다.
어제 시 낭송회를 여는 날이다. 5월의 끝자락 날씨도 화창하고 완벽한 날이다. 나는 서둘러 말랭이 마을 책방에 도착을 하니 책방 완전 축제를 분위기다. 행사하는 것처럼 풍선도 불어 달아놓고 시화 엽서도 결어놓았다. 노란 비취 파라솔까지 잔디밭 위에 펼쳐 놓으니 완벽했다. 낭송할 시도 개인 별로 타이핑해서 코팅해 놓고 마이크 배경 음악까지, 정말 준비하느라 엄청 고생했을 것 같다. 그 안에는 보이지 않게 수고하는 분에게도 고마웠다..
햇살도 곱고 바람도 선선한 5월은 보내며 시 낭송회는 모두가 행복한 시간이었다. 동네 작은 책방에서 주부들이 하는 일이지만 우리들 삶 가운데 들어와 때론 답답하고 힘든 마음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해 주고 있어 반가운 일이다. 동네 작은 책방 덕분에 관광객도 찾아오고 이 지역에 새로운 방향을 이르키고 있어 신선하다.
작은 것, 적은 것에 행복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하고 싶다.
자칫 외로울 수 있는 노년의 삶, 책을 보고 시를 필사하고 글을 쓰면서 살고 있는 지금 내 삶은 완벽한 자유로움이다. 내 마음과 내 의지대로 산다는 것은 더 바랄 것 없는 일이다. 나는 이만하면 넉넉한 삶이 아닐까 자위해 본다. 사는 일은 일상 속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소소한 행복을 찾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