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고찰 월 정사

여행 둘째 날 월정사 숲길 걷기

by 이숙자

어젯밤에 잔 호텔은 아주 조용하고 침실도 아늑하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 공기가 다르다. 어제 오던 비는 그쳤으나 공기는 서늘하고 상큼하다. 비 온 뒤라서 그런지 오늘도 역시 쌀쌀하다. 이곳은 시내와 떨어진 시골, 산에 둘러싸인 지형이라서 그런지 기온이 더 서늘하다. 아침에 호텔 주변 산책을 했다. 호텔 주변은 조용하고 정원은 유럽식으로 잘 만들어 놓아 정돈이 잘 되어 있었다. 투숙객을 위하여 볼거리 즐길거리 도 다양하다. 토끼, 염소, 사슴, 귀여운 여러 짐승들도 있어 아이들이 좋아하도록 해 놓았다.


호텔 주변 유럽식 정원 주차장과 수영장

호텔 내부 모습

오래된 호텔이라고 하지만 내부는 리모델링을 해서 깨끗하고 시설이 잘 되어 있다. 평창 올림픽 때 손님들도 투숙을 했다고 한다. 피겨의 여왕 김연아 사진도 있고 올림픽 기도 전시되어 있다. 무엇보다 손님이 많지 않아 조용하고 여유롭다. 어느 곳을 가나 사람이 많지 않아 소란스럽지 않아 좋다. 아무리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이지만 여행 와서 너무 많은 사람이 있어 복작거리는 것은 마음이 산란해서 여행의 여운을 느낄 수가 없다.

여행이란 매일 똑같은 생활에서 일탈이다. 자유롭게 쉬면서 사색을 하며 나를 찾는 시간일 수 있고 낯선 곳에서 새롭게 발견하는 삶의 방향일 수도 있다. 우리는 천천히 이곳저곳을 살피며 한가롭게 시간을 보낸 후 아침은 조금 늦게 뷔페를 여유롭게 즐기면서 먹었다. 맛있는 음식이 많다. 이런 때 돈 쓰는 맛을 느낀다. 여행은 좋은 숙소와 맛있는 걸 먹어야 여행 온 맛을 느낀다. 돈은 이런 때 써야 한다.


음식도 깔끔하고 호텔 직원들도 친절하다. 모처럼 여유롭게 천천히 식사를 한 후 열한 시가 넘어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에서 나왔다. 가족끼리 다니는 여행은 시간에 쫓기지 않아서 좋다. 우리 마음대로 여유롭게 시간을 마음대로 쓴다. 무엇보다 적은 인원이 이동을 하기 때문에 기다릴 일이 없는 것도 좋은 점이다.


단풍나무에 달아놓은 작은 등 조용한 사찰 경내


호텔에서 월정사 까지는 15분 정도 걸린다. 월정사 주차장도 한산하다. 주말이 아니라서 그런지 아님 관광철이 아니라서 그런지 사람이 드문드문 몇 사람뿐이다. 한가하고 고즈넉하다. 월정사는 동대 만월산을 뒤로하고. 만월산의 정기가 모인 곳에 고요히 들어앉은 곳이다. 월정사는 사철 푸른 침엽수림에 둘러 싸여 고즈넉한 사찰로 아름답다. 643년 지장 율사가 창건한 사찰로 천년의 풍요로운 기품을 지니고 있는 사찰이다.


경내 단풍나무에 아주 작은 등이 달려있는 모습이 참 귀엽다. 연두색 나무에 분홍색 노란색 등이 조화를 이루어 예쁘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소원을 적어 단풍나무에 매달아 놓았다. 국보로 지정된 팔 각구층 석탑은 수리 중이라 커다란 가림막을 쳐 놓았다. 가림막이 쳐 있지만 그림으로 감상할 수 있어 조금 서운한 마음이 덜 한다. 그림으로 보는 팔각 구층 석탑이 아름답다.


경내가 조용하니 이 절에 있는 사람은 다 어디에 있을까? 궁금하다. 천년 고찰이라는 월정사는 템풀 스테이 하는 사람들도 많고 출가학교도 있는 사찰이다. 도량이 넓어 스님들도 많은 듯한데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사실 절은 고요해야 절 다운 맛이 있다. 종각이 있는 곳, 사찰 경내를 이리저리 다미며 구경을 한다.


월정사 요사체들 국보 8층 석탑 수리 중

경내 이곳저곳 예쁜 곳을 사진 찍는다. 경내는 사찰에서 일보는 분들이 한 두 명 보일 뿐 다른 사람은 없다.

딸과 남편은 선제길 의미라는 글을 읽고 있다


< 문수보살은 지혜와 깨달음을 상징하는 불교의 대표적인 보살이다. 이러한 문수보살의 지혜를 시작으로 깨달음이라는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분이 화엄경의 선재동자다. 선재란 착한 사람이라는 뜻도 내포되어있다. 그러므로 선재길을 걷는 것은 이 길을 통해서 세상사의 고뇌와 시름을 풀어버리고 새로운 행복으로 나가는 것과 더불어 서로에게 행복하고 착한 사람으로 기억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 한다. 선제길을 걸으며 우리는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목적을 찾는 깨어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는 문수보살의 지혜와 조우하게 될 것이다.> 오대산 국립공원 사무소 표지에 쓰여 있는 말이다.


말 글대로 선제길은 아름답고 고요하고 이름 모를 새소리조차 다른 곳에서 들어보지 않는 청아한 소리다. 선제길은 사찰 뒤쪽으로 가야 나온다. 선제길은 걸으면 자연의 소리인 길 옆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도 듣기가 좋다. 산이 깊어서 인지 새소리도 다른 곳에서 들어 보지 못한 소리다.


이 길은 처음 걸어보는 길이라서 더 새롭다. 데크길로 연결해 놓아 걷기도 편하다. 길을 걷는 순간이 치유의 길이란 말이 맞다. 머리도 맑아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앞에 걸어가는 스님의 걷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한 폭의 그림이다. 나는 얼른 사진을 찍는다.


선제길을 걷고 있는 딸 말없이 걷고 있는 스님의 모습도 아름답다. 한 폭의 그림이다

계곡에 놓인 다리도 예쁘다 월정사 출가 학교

월정사 경내에 있는 전통 찻집 찻집에서 차 한잔 하면서 숲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하고 고요하다


정말 세속의 번뇌 다 씻어 버리고 오직 즐거운 것은 차 한잔 마시는 그 순간이다. 언제 이런 날이 또 올까 딸과 사위에게 고맙다. 주말이 아닌 날이라서 그런지 가는 곳마다 사람이 복작거리지 않고 우리는 조용한 곳만 골라 다니는 것 같다. 자연과 고요함을 마음에 담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다. 삶은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내가 행복해지도록.

월정사 전나무 숲길 전나무 숲길을 걷고 있는 남편과 손자


천년이 넘었다는 전나무길, 월정사 하면 맨 먼저 떠 오르는 곳이 전나무 숲길이다. 이 길을 걷고 있으려면 마음이 무상 무심으로 모든 걸 내려놓는다. 세상사 사는 것은 마음을 비우면 평화로운데 그리 사는 일이 왜 어려울까, 자꾸 비우는 연습을 해야 할 듯하다. 전나무와 같은 침엽수에서 내뿜는 방어 물질인 피톤치드가 사람에게는 유익한 작용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럴까 마음이 평온하고 걸림이 없어 이 길을 걷는 내내 기분이 좋다.


손자가 재대한 다음날 같이 여행을 와서 기억에 남는 추억을 만들어 기쁘다. 앞으로 살아갈 무수히 많은 날들, 아름다운 추억을 새김질하며 일상으로 돌아간다. 살아있음은 축복이다. 여행이란 사람 마음을 순화해 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월정사의 고즈넉하고 멋진 모습을 가슴에 담고 우리는 다음 코스로 이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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