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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Apr 22. 2020

동백꽃이 후드득 후드득 떨어집니다

아파트 화단에 떨어지는 동백꽃을 보면서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동백나무가 드문드문 심심치 않게 자라고 있다. 

 다른 꽃들이 지고 나면 화사하게 꽃이 피어 아파트가 환해진다. 


                                                        아파트 화단에 피어 있다


 긴 겨울, 회색빛으로 음울했던 풍경은 동백꽃이 환하게 피어 마음을 밝게 해 준다. 

곱고 화려한 빨간색과 봄의 상징인 핑크색이 화사하게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듯하다.


순백의 하얀색은 고고한 순결함을  상징하는 듯 저마다 각기 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꽃을 피워 낸다.  어떤 나무는 빨강 꽃과 하얀 꽃을 같이 피워 낸다.


일 년 내내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동백 꽃의 자태는 의연하고 화려하고 찬란한 느낌이다.

당당한 모습으로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래서인지 동백 꽃은 선비의 절개와 지조를 뜻한다.


빨간 강한 색은 동박새를 불러들여 꽃가루 받이를 한다. 도심 공원이나 아파트 화단 나무숲에서  사

는 동박새는 이름만큼이나 귀엽고 새소리 또한 청아해서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마음이 상쾌해진다. 아파트 안에서 새소리를 듣다니  놀라웠다.


동백 꽃은 슬픈 전설을 가지고 있다.  어느 섬에 고기 잡는 어부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남편이 고기를 잡으러 간 사이 도둑이 들어와 부인을 해치려 할 때 도망가다 벼랑에 떨어져 죽고 말았다는 전설이다. 남편은 돌아와 부인의 죽음을  보고 통곡한 다음  묻어 주고 떠난 뒤 얼마 후 돌아와 보니 무덤에서 빨간 꽃이 핀 동백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전설이다.


남편을 못 잊어 핀 꽃.  '꽃말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남편을 못 잊는 부인의 마음이 담겨 있으니 애절한 꽃말이다. 꽃말처럼 사람이 살아가는 가장 위대한 가치는 사랑이고 사랑은 곧 인생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아파트 화단에 떨어진 동백 꽃


꽃이 피어 있는 걸 볼 때는 기쁘지만 꽃이 질 때의 모습은 쓸쓸하고 아프다.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찰 주변에 동백 꽃이 많다는 설이 있다. 꽃은 피고 지는 게 자연의 순리라 하지만  동백 꽃이 후드득 후드득  떨어져지는 걸 보면  마음이 처연해진다. 떨어진 꽃은 마치 나무 위에 달려 있는 꽃처럼 생생하다. 꽃이지는 게 서러워서 일까,  우리는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을 수 없을 진데,

                                                                         

동백꽃을 사찰 경내에 많이 심는 것은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던 꽃이 한순간 떨어지는 모습을 통해 인생무상을 깨닫게 하기 위함 이었다고 한다.  수행하는 스님들은 지는  동백 꽃을 보며 인간의 삶을 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수행을 했을까 궁금하다.


밖에 외출하고 돌아올 때마다 내가 사는 아파트  입구 화단에 동백 꽃이 곱게 떨어져 있다. 떨어져 있는 꽃을 보고 많은 생각에 젖는다.  무슨 한이 그리 많아 시들기도 전에  후드득 후드득 떨어져 핏빛으로  누워 있는지,  


우리는 자고 나면  변화하는 계절의 변화 앞에 서서  기쁘고, 슬프고, 애닮고 각가지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나는 이 봄 동백이 다 지기 전에   동백꽃이  수북이 떨어져 있는 선운사 동백나무숲을 거닐어 보고 싶다. 그리고  용해원 님의 시 한 편을 읊조리며 동백꽃 들의 서러운  울음소리를 듣고 싶다.  꽃이 지는 찬란한 봄을 가슴 안에 담고 싶다.                      


    선운사 동백꽃           


선운사 뒤편 산비탈에는 소문난 만큼이나  무성하게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숲을 이루어 셀 수도 없을 만큼


많고 많은 꽃망울 터뜨리고 있었다


가지가지마다 탐스러운 열매라도 달린 듯

큼지막하게 피어나는 동백 꽃을 바라보면


미칠 듯한 독한 사랑에 흠뻑 취한 것만 같았다  

가슴 저린 한이 얼마나 크면 


이 환장하도록 화창한 봄날에 


피를 머금은  듯 피를 토하듯이

보기에도 섬뜩하게 검붉게 피어나고 있는가


용혜원의 시인이 남기는 시어들이 동백 꽃의 아픔만큼 가슴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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