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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May 06. 2020

명절에도 보지 못한
사람 물결 차량 물결

코로나19 소강상태... 연휴 맞아 사람들이 밖으로 나왔다

자가격리로  3개월이 넘는 날들을 집에서 마트와 시장, 집에서만 보낸 시간들이었다.  코로나19 라는 감염병에 모두의 발이 묶여있지만 연일 반가운 뉴스가 나온다. 확진자가 한 자릿수이며 그것도 해외에서 유입된 사람에게서 나오는 확진자다. 국내에서는 0이라는 통계 숫자다. 얼마나 반가운 일인지 모르겠다. 아직은 조심을 해야 한다고 방역당국에서는 염려를 하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사회적 거리도 5월 6일부터 해제하고 생활 거리두기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가는 신호가 온다. 그동안  문을 꼭 닫아 놓았던 종교 시설도 문을 열고 학교 수업도 곧 재개할 거란 말이 나오면서,  어둠의 굴속에 갇혀 있다가 햇빛이 드는 광야에 나온듯한 기분이 느껴 지진다.  사람들도  이제는 긴장을 풀고, 답답했던  마음에서 벗어난 듯 표정들 생기가 돋는다. 밖에 나가면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마스크를 쓴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더러 눈에 띈다. 확실히 얼마 전과는 다른 모습들이다.  


며칠 황금연휴가 시작되었다. 한동안 멀리 있는 가족하고도 왕래를 하지 못한 채 지내 왔었던 날들이었다. 이번 휴일에 집에서만 지내던 셋째네는 시댁 용인으로 올라가고 대신 서울에 사는 둘째네 가족이 군산에 내려왔다. 각자 삶의 방식으로 휴일을 즐기기 위한 나름의 선택을 한다.


사람 사는 일상은 집에서만 보낼 수는 없다. 여행도 하고 일도 하며 밖에서 얻는 에너지로 삶을 충전하고 살아간다. 집안과 집 밖 생활이 병행될 때 조화롭다.


서울 올라가는 차는 밀리지 않았지만 내려오는 차는 많이 밀렸다고 한다.  명절 때도 3시간이면 왔던 군산을 아침 7시 30분 출발해서 오후 3시 넘어 도착을 했다.  무려 7시간이나 걸렸다. 명절 때보다도 고속도로가 더 혼란스러웠다고 한다.   해외여행을 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서 더 심했을 것 같다.  


한 동안 가족 친척도 만나지 못하고 살았었다. 코로나라는 감염병이 소강상태로 긴장에서 풀려나니 마치 댐의 봇물이라도 터진 듯 사람들이 차를 몰고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딸네 가족과  산책을 하기 위해 은파 호수를 한 바퀴를 돌았다. 요즈음 군산 은파호수에는 양쪽을 이어주는 물빛다리를 만들어 놓아 걷기 운동을 하는데 즐거움을 더 해준다. 물 위에 기둥을 세우고 데크를 만들어 산책로를 만들었다. 차를 마시는 공간과 그네도 만들어 놓아 쉴 수 있도록 만든 산책로다. 마치 물 위를 걸어 다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올 정도다. 처음 와보는 둘째 딸네 가족은 놀라워한다.  


"군산이 자꾸 예뻐지네요"


군산 은피 물빛다리

"나중에 정년 하면 물가 경치 좋은 곳에 집하나 지어 놓고 여유롭게 살아도 되겠어요"


사위는 군산을 좋아한다. 맛있는 것 많고, 갈 곳이 많다고 군산에 오면 꼭 맛집을 찾아 아귀찜을 먹고 간다.


산책 후 저녁을 먹기 위에 식당에 들어가니 사람들이 만원이다. 코로나 때 사람없어 영업이 안된다던 말이 언제였나 싶다. 모든 사람들의 일상은 예전으로 돌아온 듯하다. 다행이고 반가운 일이다.


다음날 선유도를 향했다. 새만금 바다를 바라보며 달리는 길은 마음이 확 트이고 시원스럽다. 양쪽 바다에 간간히 떠있는 작은 섬들도 눈이 호사를 누리는 풍경이다.  선유도를 처음 와 보는 사위는 너무 좋아해 주니 같이 다니는 사람도 같이 기쁘다. 바람이 많이 불어 걸어 다니기가 힘들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바닷가 옆에 텐트를 치고 가족 소풍인지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 먹는다. 여름도 아닌데, 집에만 있었던 답답함을 날려 보내려 함인지 색다른 모습이다.


예전 같으면 배로 선유도를 다녔었다. 2시간 넘게 배를 타야 올 수 있었던 이 땅이, 지금은 집에서 30분 남짓 차로 달리면 올 수 있다. 참  많이 달라졌다. 선유도에 도착하니 이곳도 사람이 많다. 가는 곳마다 사람이 넘쳐난다. 카페에 들어가 차 한잔 놓고 바다를 바라보는 여유도 오랜만에 느끼니  마음이 시원하고 시야가  확 트이고 좋다. 얼마 후 사람을 피해 차를 돌렸다.


                                                선유도 망주봉


무녀도로 향했다. 무녀도 쪽도 차가 많아 주차하기가 정말 복잡했다. 무녀도는 군산 구불 8길로 바닷가 옆에 데크를 만들어 산책길을 만들어 놓아 바다를 바라보며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소리를 듣노라면 여기가 제주도 인가 착각할 정도다. 바로 옆은 산이고, 산속에 피어있는  꽃들도 너무 예쁘다.  딸과 사위는 계속 탄성을 지른다.


"사는 곳 가까이에 이런 멋진 곳이 있다니 놀랍네요."  


                                          무녀도 데크 구불 8길


군산은 멀리 휴가 가지 않아도 즐길거리가 있어 좋다. 바닷가 데크 산책길은 20분 남짓 파도소리를 귀에 담고 뒤돌아 차를 몰고 나온다. 길거리에 나서니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이어진다. 정말 놀라웠다. 표현이 그렇지만 사람들이 잡에만 갇혀 있다가 댐의 둑이 무너져 봇물이 터져  쏟아지듯 밖으로 나온 느낌이다.  선유도는 차량이 많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내내 염려가 된다. 차를 돌리지도 못 할 것만 같다. 이런 모습은 처음 보았다. 명절에도 못 보던 모습을 이번 연휴 때 보았다. 사람의 물결, 차의 물결을.


사람들은 코로나19를 잘 참아냈다. 정부의 지침을 잘 따르고, 이제는 정말 멈추고 예전처럼 살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 염원으로 많은 사람이 밖으로 나왔으리라 생각한다. 사람들이 외부생활을 많이 함으로 경제도 살아나리라 기대해본다. 우리는 코로나19 에서 해방됐다고 단언하기는 이르지만 그렇게 믿고 싶다.  


앞으로 코로나 이전과 이후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많은 과제가 우리 앞에 산적해 있지만  오면 오는 데로 가면 가는 데로 흐름에 따라 잘 살아 낼 것이다. 앞으로 오는 세상이 두렵다고 말들 하지만 난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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