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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1. 2023
열무김치 담을 때 생각나는 시 어머니의 자식 사랑
올봄은 지구의 온난화 탓인지 다른 해 보다 빨리 봄이 찾아왔다. 봄꽃도 어느 날 갑자기 일제히 피어나고, 빨리 온 봄은 달음질치듯 달려가고 있다. 계절은 어김없이 변하고 계절이 변하는 만큼 우리 밥상의 먹거리들도 달라진다. 우리는 무얼 먹고 살아가야 하는지 항상 신경을 쓴다. 그게 사는 일이라서 그럴 것이다.
겨울 동안 먹어 왔던 묵은 김치는 젓가락이 가지 않는다. 가끔이면 찌개만 해서 먹고 있을 뿐이다. 어쩌다 썰어 밥상에 올리는 묵은 김치는 처음엔 젓가락이 가지만 두 번만 내놓아도 언제 보았나 싶게 냉대를 하면서 모른 체한다. 그러니 묵은 김치만 밥상에 내어 놀 수가 없다.
봄이 오면서 밥상 차리는 일이 새 반찬이 없으면 재미가 없다. 봄에만 먹던 새로운 나물 반찬에 입맛을 들일즈음 어느 사이 봄나물도 내년을 기약하고 우리 눈에 뜨이지 않는다. 그나마 한 번씩이라도 먹어 보고 싶었지만 나물들은 어느 사이 사라지고 없다. 아직 먹어보지도 않은 나물도 많은데 계절은 바뀌고 새로운 먹거리들이 시장에 나와 우리를 유혹한다.
부지런을 내지 않으면 계절에만 먹을 수 있는 나물들을 그냥 보낸다. 그때그때 만나지 못하면 다시 만나지 못할 그 모든 것들, 아쉬움이 마음 안에 남는다. 날마다 살아내야 하는 일들이 얼마만큼 부지런을 내야 할까,
나이 든 내게는 지나가는 모든 것들이 그리움이 된다.
사람이 먹고사는 일은 우리가 숨을 멈출 때까지 이어져야 하는 일이라서 밥상 차리는 주부들은 늘 고민이다. 아침을 먹고 나면 점심은, 또 저녁은, 주부들 머릿속은 늘 밥상 메뉴에 온 신경을 쓴다. 나이 든 나도 때로는 귀찮은 생각이 왜 없을까마는, 그 생각이 드는 날은 나는 깜짝 놀라 다시 마음을 고쳐 제 자리에 돌려놓는다.
남편과 같이 먹고 싶은 걸 만들어 밥상 차리는 일이 얼마나 감사하고 축복인걸 왜 잊고 다른 생각을 하는지, 사람은 순간순간 잊고 사는 것이 많다. 나는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자고 다짐을 한다. 삶은 순간이다. 빛의 속도로 빠른 날들을 위해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걸 잊지 말기를.
며칠 연휴가 끝나고 동네 병원엘 갔다. 날마다 사는 일이 무엇이 그리 바쁜지, 시장 갈 시간도 없이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만 파먹고 살았다. 오늘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재래시장엘 갔다. 식탁에 새로운 반찬을 올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눈에 익숙하던 나물들을 사라지고 없고, 대신 마늘쫑이 나왔고 싱싱한 열무와 얼갈이배추, 총각김치 재료들이 내 눈길을 끈다.
마늘쫑도 며칠이면 없어지는 식재료다. 게으름을 피우면 먹지 못하고 봄을 보낼 것 같아 얼른 한 다발 주머니에 담는다. 철이 바뀌면 입맛이 없어진다. 물김치와 열무김치를 담아 볼까 해서 가격을 물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싸다. 싱싱한 열무 한 다발이 5천 원, 무를 물어보니 한 개에 4천 원이라 한다. 얼갈이배추도 5천 원, 파 2천 원, 얼른 머리로 계산해도 이건 가성비 으뜸인 식재료다.
시장이나 마트에 갈 때마다 물가가 너무 올라 무엇을 사다가 밥상을 차릴까 고민을 했는데 열무김치와 열무 물김치를 담으면 가성비 최고인 밥상의 메뉴가 된다. 유산균이 많은 물김치는 아침 깨죽 먹을 때 먹으면 되고, 열무김치는 된장을 바글바글 끓여 들기름 넣고 보리 섞은 밥에 비벼 먹으면 밖에서 사 먹는 비빔밥 보다 훨씬 맛있다. 이건 순전히 내 입맛이다.
열무김치와 열무 물김치 담는 것은 의외로 쉽다.
1. 연하고 싱싱한 열무를 산다. 얼갈이배추와 함께 넣으면 더 맛이 있다.
2. 열무를 다듬는다. 작은 무 꼬랑지도 버리지 않아야 한다.
3. 두 번 정도 씻어 흙을 떨어내고
4. 소금물을 풀어 절인다. 살짝 뒤집고 30분만 절여도 간이 다 베인다.
5. 다시 3번 정도 살살 씻는다. 너무 팍팍 씻으면 풋내가 나기 때문이다.
6. 씻어 놓은 간 절인 열무를 ㅗ쿠리에 담아 물을 뺀다.
7 밀가루 풀을 끓여 놓고 냉장고에 있는 각종 야채 파. 마늘, 생강. 미나리가 있으면 넣고 없으면 넣지 않아도 된다.
8. 끓여 놓은 풀에 고춧가루와 멸치젓과 새우젓을 조금 넣고 매실 진액도 빼지 않고 넣는다. 열무김치는 너무 주무르면 풋내가 나서 살살 아기 다루듯 만져 김치를 담아 놓으면 한동안 반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