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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Sep 13. 2023

추석이 오기 전 김치 담기

딸들에게 줄 김치를 담는다

지난 토요일이었다. 한 동안 발길을 멈추었던 재래시장에 갔다. 시장에 가면 삶의 활기가 넘친다. 살아가는 일은 먹어야 하고 먹는 일이 생명을 보존하는 엄숙한 일이다. 누군가가 말했다 우울하고 힘든 일이 있으면 시장엘 가보라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존 모습에서 삶의 의욕을 얻을 거라고,


시장에는 각가지 야채와 과일들이 있고 우리가 먹어야 하는 식재료가 풍성하고 손님을 기다린다. 추석이 곧 돌아오는 시기라서 그런지  사람들도 많았다. 야채값과 과일 값이 비싸다 비싸도 너무 비쌌다. 여름 동안 날씨가 덥고 홍수로 야채와 과일 작황이 좋지 않아서 그렇다는 야채가게 아줌마의 변명이 돌아온다. 아무리 비싸도 먹을 건 먹고살아야 하지 어쩔 건가.



곧 있으면 친정에 찾아오는 딸들에게 김치라도 들려 보내야 엄마 마음이 편하다. 딸들은 그만하라고 말들은 하지만 막상 해 주면  좋아하고 잘 먹는다. 시장에서 속이 꽉 찬 통통한 배추 세 포기와 열무 한 박스를 샀다.  양념으로 들어가는 파도 비다. 비싸다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꾸 지난날의 물가와 비교를 하고 있다. 다른 야채도 들었다 놓았다 망설이고 있다.


 부부만 살고 있는 우리는 사실  김치를 많이 먹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재래시장 가는 일도 드문드문 간다. 어쩌다 딸네 가족이 오거나 특별한 일이 있으면 시장을 간다. 곧 있으면 추석은 돌아오고 딸들은 한 가족씩 군산에 내려온다. 가족이 모이면 기본적으로 먹어야 할 음식이 필요해서 냉장고가 비어있으면 마음부터 불안하다. 딸들이 오면 무엇이라도 손에 들려 보내고 싶은 것이 엄마 마음이다.




주중에는 날마다 스케줄이 촘촘하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생각하면 헛웃음이 나온다. 시낭송 수업을 가야 하고, 시 극 연습에 군산시 시간여행 축제에 참가해야 할 시 낭송과 또 색다른 연극도 있다. 모두가 연습이 필요한 일이기에 시간이 많이 소요한다. 그 모든 일을 소화하려면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주중에는 시간이 없어 주말에 밀린  일을 한다.


추석이라도 특별한 음식을 준비하는 건 아니지만 맨 먼저 해 놓아야 할 일은 김치를 담가 놓아야 마음이 놓인다. 우리 한국인들을 오래전부터 밥상에 김치가 떨어지는 일이 없이 살아왔다. 밥 먹을 때 김치 한쪽이라도 먹어야 밥을 먹은 것 같은 느낌과 밥상이 허전하지 않다. 우리의 건강을 지켜 주는 김치는 가장 친숙한 음식이다.


김치를  담그려면  품이 많이 다. 그렇다고 아직은 김치를 사서 먹어 본 적은 없다. 내가 움직이지 못하면 그때는 모를 일이다. 딸들은 "엄마 이젠 힘드니까 김치 담그지 마세요."라고 말은 하지만 나는 아직 그러고 싶지는 않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해 줄 수 있는 것도 축복이다.


엄마가 딸들 살아가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어 마음이 흐뭇하다. 산다는 건 늘 시간과의 싸움이다.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딸들은 김치 담글 마음의 여유가 없을 것이다. 사실 시간이 있어도 손에 익지 않은 김치 담기가 번거로울 수 있다. 만약에 내가 없다면 또 다른 방법으로 김치를 사서 먹고살 것이다. 사람은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방법을 찾는다.


딸들에게 담가 주는 김치는 엄마의 사랑이다. 딸들과 사위, 손자는 분명 인연이 되어 내게로 온 사람들이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평생을 살다가 생을 마칠 사람들, 그 인연들이 소중해서 나는 그들에게 무엇을 줄 것인지 고민하면서 살아가려 한다.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일은 관계다. 때때로 관계가 어려울 땐 사랑을 먼저 택하라는 말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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