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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 파트너 이석재 Sep 16. 2020

실직 후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목적 있는 삶을 구상하자

세상 밖에 던져졌을 때


그녀는 회사를 그만두던 날을 잊을 수가 없다. 10년 이상을 함께했던 공간을 떠나는 것은 자신의 한 일부를 떼어내는 것 같았다. 그 날이 이렇게 빨리 오다니 믿을 수 없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사실인지 허구인지를 변별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그때의 심정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세상에  던져진  같았습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군중  한가운데에 말이죠. 친숙한  삶의 공간에서 낯선 삶의 공간에 던져진 기분은 상실  자체였습니다. 내가 누구인지를 갑자기 잃어버렸습니다. 저는 준비를  전혀 못했거든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버려진 것입니다."


  그녀는 전문가로서의 삶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나이에 새로운 일터를 찾기란 낙타가 바늘 구명에 들어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시장이 좁고 자신의 전문영역에 맞는 일자리도 경쟁이 치열하다. 처음 회사에 입사할 때가 떠올랐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 갔다. 몇 사람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무엇인가에 몰입한 상태로 보였다. 생기가 도는 듯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냉기가 흘렀다. 그리고 그 공간에 익숙해질 무렵이었다. 한 명, 두 명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아주 가끔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지금은 그 공간을 떠난 자신을 마주하고 있다. 나는 그가 원하는 삶의 모습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앞으로 5년 후 어떤 삶을 살고 있기를 원하십니까?"

"작가이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는 그런 글을 쓰는 작가."


  그의 말을 들으면서 왠지 아픔이 느껴졌다. 지금까지의 삶이 평탄하지 못했을 것 같았다. 실직은 타인의 인정이 부족했기 때문일까? 일과 자기 자신에 대한 그의 시선이 궁금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내가 맡은 일을 잘 해내고 있다는 피드백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에 대한 타인의 평가라고 보시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맞아요. 그동안 일하면서 인정을 받기 쉽지 않았습니다. 늘 목말라하는 것이었지요. 스트레스의 근원이기도 했습니다."



어떤 삶을 살 것인가?


  그동안 실행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갖는 공통점은 외부 요구에 맞추는 데 관심을 집중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존재감이 외부 요구에 대한 평가와 피드백에 의해 휘둘린다. 긍정적일 때는 현실을 이겨나가고 있는 자신을 보며 위안을 얻는다. 그러나 부정적일 때는 존재감이 상처를 받는다. 타인의 부정적 피드백과 자기 존재감을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그의 말에서 인정을 목말라한다는 것과 스트레스의 근원을 대화의 탐구 주제로 더 깊게 가져갈 수 있다. 그러나 먼저 삶 전체에 대한 현실인식을 확인해 보고자 다음 질문을 던졌다.  


"지금 당신은 누구의 삶을 살고 있습니까?"


  그는 잠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의 시선이 멈춰있다고 생각했다. 나를 보고 있지만, 그의 시선은 자기 내면을 향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마음은 떠돌기 시작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다. 이어서 그는 탄식이 섞인 어조로 속마음을 드러냈다.


"지금 하신 질문은 저에게는 충격입니다. 지금까지 조직의 요구, 상사의 요구, 고객의 요구에 맞추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살았습니다. 그것이 내 삶의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외부 요구를 맞추면서 내 삶도 꾸려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상 깊게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생각해 보니, 내 삶이 아니었군요."

"그럼 내 삶이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저의 글에는 늘 뭔가 빠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밤을 새우며 맡은 일을 끝내느라 애를 썼지만, 결과물을 볼 때 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결과물에 내가 없습니다. 내 색깔, 내 스타일, 내 영혼이 빠져있었습니다. 외부 요구에 맞추기 위해 그동안의 경험으로부터 답을 만들어 냈지만, 그 결과물에 내 삶의 이야기가 빠져있습니다."


  이제 그는 시선을 밖에 두지 않고 자기 자신의 내면에 두고 있다. 그동안 원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 삶의 시작은 외부 요구이다. 자신이 놓친 것은 바로 그 일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성장하고, 그 성장의 이야기를 글에 담지 못한 것이다. 왜 그는 10년 이상 같은 일을 했으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창의적인 글 쓰기의 자원으로 활용하지 못했을까? 그 원인을 찾지 못하면 외부 요구의 영향력에서 벗어 날 수 없다. 지금 상황에서 5년 후의 미래 모습을 그려 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일 수 있다.



지금, 나는 어떤 모습이고 싶은가?


"지금까지 나눈 대화를 요약하면, 어떻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까?"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나의 문제점을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많은 일을 했지만, 스스로 변화를 주저했습니다.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드는 데 필요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무엇이 그 변화를 주저하게 했다고 생각합니까? 어떤 생각이 제일 먼저 드세요?"

"자기 확신이 부족했습니다. 외부 요구에 맞는 일을 하고 받았던 인정과 피드백, 포상, 보상 모두 그 일에 국한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일의 결과가 부정적일 때 상처를 받고, 긍정적일 때 당연한 것으로 흘려버렸습니다. 주위 사람로부터 받는 피드백을 나 자신과 제대로 연결시켜 보지 못했습니다. 늘 다음에 더 잘해야지라는 생각만 했네요."


  그는 지금 새로운 출발선에 서있다. 그는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더 많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자각했다. 일 중심의 삶을 챙기면서도 존재 중심의 삶을 꼭 챙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신과 삶의 환경 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지에 대해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삶의 환경은 급변하고 예측할 수 없지만, 자신은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5년 후 어떤 모습의 삶을 살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동시에 지금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그는 일 중심, 실행 중심의 삶을 살았다. 이제 존재 중심의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임을 깨달았다.



나는 어떤 모습을 '나답다'고 생각하는가?


  흔히 사람들은 실직한 후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데 주의를 집중한다. 현실의 논리로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현실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삶의 현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전략을 구상할 수 있다. 일정한 연령이 지난 후 지속적인 삶의 근원적 경쟁력은 자기 존재로부터 나온다. 자신의 잠재성을 차별적 경쟁력을 지닌 나다움으로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어떤 모습을 ‘나답다’라고 생각하는가?"


  '나답다'라는 것이 단지 자기의 독특성을 드러내는 수준에 머무르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자원이 되지 못한다. 독특성이 창의성으로 질적 변화를 보여야 한다.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한다. 외부 요구의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이면,  요구를 채워주는 삶에 머무른다. 나다움이 외부의 관심을 끌어내고 가치를 창출할  있는 자원이 되어야 한다.  가치가 크면 개인사업을 시작할  있다. 만일 개인사업에 관심이 없다 외부 요구가 지배적으로 작동하는 사회 시스템 속에서 나다움을 소비해야 한다. 나다움을 기반으로 삶을 구상하고 주도할  있어야 한다. 나다움을 찾는 과정에서 그에게 필요한 사고 방식은 다음  가지이다.


*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기

* 자기 한계를 제한하지 않기 (즉, 자기제한적 신념에 묶이지 않기)

* 자기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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