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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계산인 홍석경 Aug 13. 2023

[돌로미티 #8] 친퀘 토리(5 Torri)(1)

5 Torri는 운무에 모습을 감추었고, 대신 야생화가 우리를 반겼다.

7월3일(월), 아침 일찍 라가주오이 산(2,751 m)을 산책하고 내려오니 11시쯤 되었다. 라가주오이 산 허리를 감싼 두터운 구름은 시시각각 제 모습을  바꾸었다. 이탈리아는 바이크의 나라이고, 돌로미티는 싸이클링 천국이다. 또 이탈리아는 모터 바이크의 나라이고 돌로미티는 모터 바이킹의 천국이기도 하다. 파쏘 팔자레고 고갯길은 자전거족이랑 모터 바이크족의 만남의 광장이었다. 돌로미티 산길을 주마간산으로 살펴본 지 겨우 하루 반나절에 불과했지만 '네들은 우리랑 다르네'하고 생각되는 행동 패턴이 몇 가지 눈에 들어왔다.


첫째, 싸이클링으로 돌로미티 고갯길을 오를 때, 안장에 앉아서 패달을 밟고 낑낑 대며 올라간다. 일어서서 패달을 밟느라 좌우로 크게 휘청이는, 즉 댄싱 자세로 올라가는 모습을 한 번도 못 본 것 같다. 이것은 아마도 고갯길이 워낙 길어서 그런 것 같다. 댄싱 자세의 패달링으로 이 길고 긴 고갯길을 넘으려 했다가는 얼마 못 가서 퍼질 것임에 틀림없다.


둘째, 남녀 불문하고 이 기나긴 언덕길을 꾸역꾸역 패달링해서 올라간다. 자전거에서 내려 두손으로 핸들을 잡고 끌고 올라가는 이른바 '끌바'는 못 본 것 같다. 정말 이태리 바이크족들은 체력왕이다.

 

세째, 모터 바이크족들은 열이면 여덟 명은 뒷좌석에 동반자를 태우고 가는데, 확실치는 않지만 대개는 남자 친구인 듯 하다. 요것도 우리랑 다른 것 같다. ^^

사진 1. 파쏘 팔자레고 케이블카 탑승장: 여기는 바이크족의 만남의 광장이었다.

이태리는 바이크 왕국이다. 그 명성에 걸맞게 유명한 싸이클링 대회가 여럿 있지만, '마라토나 들레스 돌로미테(MARATONA DLES DOLOMITES)'란 그란폰도가 매년 7월 초에 하룻동안 돌로미티에서 열린다. Gran Fondo는 하루 주행거리 120-200 km를 5-6시간 안에 주파하는 장거리 싸이클링 대회를 말한다. 마라토나 들레스 돌로미테 그란폰도는 단 하루동안 진행하지만, 이 날을 포함한 1주일을 대회주간이라 하여 다양한 싸이클링 행사가 열린다. 올해(2023년)는 7월 2일(일)에 열렸는데, 파쏘(Passo)로 불리는 고갯길을 지나게끔 코스 설계가 되어 있어 다행히 우리 여행 일정/여행 지역이랑 충돌하지 않았다.


마라토나 들레스 돌로미테 그란폰도의 주행 코스는 단거리/중거리/장거리 세 종류(Sella Ronda Course; 55km / 중간 코스; 106km / Maratona Couse; 138km)가 있고, 돌로미티의 고갯길 (Campolongo, Pordoi, Sella 및 Gardena 패스 등)을 지나도록 코스 설계가 되어 있다.

사진 2. 돌로미티의 마라토나 그란폰도: 매년 7월 초에 열린다. 장거리 마라토나 코스(138km)를 완주하면,  높이 4,230 m의 산을 불과 5-6 시간만에 오른 것과 같다

대회 참가자는 세 코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여 참가하며, 선수의 주파 능력에 따라 A/B/C 그룹으로 나뉘고 (138 km 마라토나 코스를 기준으로 그룹 A(남자)는 5시간 20분 안에 주파해야 하고, 그룹 B는 6시간 안에, 그룹 C는 8시간 안에 주파해야 한다.) 그룹 D는 주파시간을 따지지 않고 참가에 의미를 둔, 그야말로 싸이클링을 즐기는 아마추어 그룹이다. 참가인원은 총 9천명으로 제한한다.


마라토나 그란폰도에서 가장 짧은 단거리 루트는 1,780 m의 산을 오르는 것과 같고, 가장 긴 마라토나 코스는 4,230 m의 산을 불과 5-6 시간 만에 올라가는 것과 같다고 한다. 내년(2024년) 마라토나 그란폰도는 7월7일에 열린다. (https://www.maratona.it/en/)

사진 3. 파쏘 팔자레고를 사이에 두고 라가주오이 산(2,751 m) / 토파나 산(3,243 m)과 친퀘토리(2,361m) / 아베라우 산(2,649 m)이 마주보고 있다.

우리는 라가주오이 케이블카 탑승장이 있는 파쏘 팔자레고(고갯길)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친퀘 토리 리프트 탑승장(Seggiovia Cinque Torri)을 향해 차를 몰았다.  차를 몰고 퀘토리(5 Torri: 5개의 탑) 코 앞까지 올라갈 수도 있지만 이 산길은 차 1대가 지날 수 있는 좁은 길이라서 우리는 스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기로 했다. (이곳의 스키 리프트 운행 개시날짜는 돌로미티에서 가장 늦은 6월24일 전후인 듯한데, 확인이 필요하다.) 오늘 오후 하이킹 코스는 친퀘토리(2,361 m) - 아베라우 산장 (2,416 m)- 누보라우 산장(2,575 m)까지 왕복하는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 중에 돌로미티의 여러 곳에서 이탈리아군과 오스트리아군이 3년간(1915-1917) 치열하게 고지전을 벌였는데 이를 백색 전쟁 (The White War)라고 부른다. 겨울에 폭설이 내리는데다 6월 초에도 사람 키 높이의 흰눈이 쌓여있는 지역 특색으로 인해 이렇게 부르는 것 같다. 백색 전쟁 중에 파쏘 팔자레고(고갯길)를 사이에 두고 두 진영 사이에 처절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북쪽의 라가주오이 산(2,751 m) 일대엔 오스트리아군이 포진해 있고, 남쪽의 아베라우 산(2,649 m)과 친퀘토리(2,361 m) 일대엔 이탈리아군이 포진하여 쌍방이 치열한 참호전과 포격전을 벌였다고 한다.


이탈리아군은 아베라우 산에서 망을 보고 적군의 위치를 탐지하여 사령부에 알려주면 친퀘토리 일대에 포진한 포병이 오스트리아군을 향해 포격을 했다고 한다. 이 전투는 이탈리아의 승리로 끝났고 전후 처리과정에서 이 지역(South Tyrol)이 이탈리아의 영토로 편입되었다. 이 동네의 모든 간판이나 이정표에 씌여있는 지명에는 독일어 지명이 먼저 적혀 있고 그 아래에 이탈리아어 지명이 적혀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이 지역에서 지금도 대대손손 살고 있는 오스트리아인을 배려하는 차원이 아닌가 싶다.

사진 4. 오후 하이킹은 친퀘토리 - 아베라우 산장 - 누보라우 산장까지 왕복하는 것이었지만, 체력이 딸리고 날씨도 안 좋아 아베라우 산장까지 왕복하였다.
사진 5. 백색 전쟁 (The White War: 1915-1917) 중에 친퀘 토리에 포진한 이탈리아 포병

친퀘토리 리프트 탑승장 주변의 주차장은 상당히 넓어서 차를 주차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RF 무선기능이 있는 수퍼썸머 카드로 리프트 탑승장에 입장하고 스키 리프트에 올라탔다. 리프트를 타고 해발고도 360 m를 올라가는 동안 주변 경치가 환상적이라 눈이 심심할 틈이 없었다.

사진 6. 레스토랑(Baita Bai De Dones) + 리프트 탑승장 + 주차장
사진 7. 스키 리프트를 타고 해발고도 2255 m에 있는 스코야또리 산장 (Rifugio Scoiattoli)으로 오르는 중
동영상 1. 스키 리프트를 타고 친퀘 토리 트레킹의 출발지인 스코야또리 산장(해발고도: 2255 m)으로 올라가는 중

스코야또리 산장(해발고도: 2255m) 주변엔 운무가 짙게 끼어 있어 산장 코 앞에 있는 친퀘 토리가 전혀 보이질 않았다. 아까 오전에 라가주오이 산 정상에서도 한국인 단체 트레킹 팀을 만났는데, 똑같은 일행인지는 모르겠으나 여기서도 한국인 단체 팀을 만났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나잇대는 60-70대로 보였는데 다들 활력이 넘쳐 보였다. 100 m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운무가 짙게 끼어 있어 초행길인 우리는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 한국인 가이드 2명이 길을 안내하는 한국인 단체 트레킹 팀을 뒤따라 가기로 했다.  

사진 8. 친퀘 토리 트레킹의 출발지인 스코야또리 산장(해발고도: 2255 m) 에는 운무가 짙게 끼였다.
사진 9. 코 앞에 있는 친퀘 토리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길을 잃지 않기 위해 한국인 단체 트레킹 팀을 뒤따라 갔다.
사진 10. 7월초 돌로미티에는 야생화가 지천이다.
사진 11. 파쏘 팔자레고 고갯길 너머 라가주오이 산에 포진한 오스트리아군을 견제.공격하기 위해 이탈리아 군이 친퀘 토리에 참호를 파고 진지를 구축했다.

제1차 세계대전은 말이 세계대전이지 사실은 유럽 제국주의 국가끼리 두 편으로 나뉘어 죽기살기로 싸운 유럽 내전이었다. 기원전 4세기경에 지중해에서 중앙아시아에 이르는 광대한 영토를 차지했던 알렉산더 대왕의 마케도니아 제국은 그의 갑작스런 죽음 후에 4개의 왕국으로 분열되어 지들끼리 박터지게 싸운 끝에 폭망하고 그 자리를 신흥강국 로마 차지했듯이, 유럽은 2차례에 걸친 월드 클래스 내전 끝에 공멸했고 세계 최강의 지위는 미국으로 넘어갔다. 이를 두고 '어부지리(漁父之利)'라고 한다. 제국의 붕괴는 내전을 통해 가속화되고 외침에 의해 완성된다.


나는 한반도도 예외가 아니라고 본다. 우리는 현재 사실상 내전 중이다. 대한민국은 별똥별처럼 반짝하다 사라지느냐? 아니면 스위스를 능가하는 번영의 길을 달리느냐? 갈림길에 서 있다고 본다. 한반도에 또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남북한은 공멸이고, 1950년 내전처럼 일본만 돈을 벌고 잃어버린 30년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이런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 또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어부지리를 하진 못할망정 일본한테 2번씩이나 어부지리를 당해서야 되겠는가? 일본(왜) 663년 백마강 전투에서 나당 연합군에 패하고나서 한반도와 절연했다. 이후에 일본은 우리를 끊임없이 약탈하는 해적 나라가 되었다. 반성하지 않는 일본을 우리 앞에 무릎 꿇리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일본 국민은 강약약강이란 침팬지 근성이 몸에 배어 있기때문에 경제.군사적으로 일본을 압도하면 굳이 싸우 않아도 침팬지 일본은 신흥강대국 대한민국 앞에서 스스로 무릎을 꿇고 알아서 긴다.


자아를 상실한 윤석열 정권처럼 얼간이 짓만 안 한다면 5년 안에 그렇게 만들 능력이 우리 안에 있다. 자신감을 갖고 장사꾼 마인드로 세상을 바라보자.

사진 12. 포격을 준비 중인 이탈리아 군. WW1은 유럽 제국주의 국가끼리 벌인 내전이었다. 유럽은 2차례 치른 내전 끝에 공멸했고, 세계 최강의 지위는 미국이 차지했다.
사진 13. 성벽같은 참호
사진 14. 기다란 참호 중간 중간에 망루가 있다. 파쏘 팔자레고와 라가주오이 산의 오스트리아군을 감시했을 것이다.
사진 15. 참호 중간에 있는 감시 초소
사진 16. 초소에서 바라 본 전망. 운무가 끼어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아마도 파쏘 팔자레고 고갯길을 감시했을 것이다.
사진 17. 제1차세계대전 중에 오스트리아/이탈리아 사이에 일어난 백색 전쟁 (The White War)의 현장 . 참호를 빠져 나와 친퀘 토리 방면으로 향했다.

오스트리아/이탈리아 사이에 일어난 백색 전쟁(The White War)의 현장을 빠져 나와 친퀘토리 방면으로 향하였다. 한국인 단체 트레킹 팀은 여행사의 가이드 2명이 일행의 맨 앞과 맨 뒤에서 길을 안내했다. 우리도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단체 트레킹 팀의 꽁무니를 따라 다녔다. 이제 야외 전쟁박물관을 벗어나 가파른 산허리에 난 오솔길을 따라서 친퀘 토리 쪽으로 걸어갔다.

사진 18. 야외 전쟁박물관을 구경하고, 반시계방향으로 돌아 친퀘 토리 쪽으로 가는 중. 오솔길 주변에는 야생화가 널려 있어 눈을 즐겁게 하였다.

커다란 바위가 사방에 깔린 곳으로 진입하는 것을 보니 친퀘토리가 코 앞에 있는 것 같았다. 한국 단체 트레킹 팀이 바위에 걸터 앉아 쉬려 할때, 우리는 일행에게 인사를 하고 앞질러 나아갔다.

사진 19. 운무에 감춰진 친퀘 토리. 5개의 탑이란 뜻의 친퀘 토리 다섯 암벽이 잘 안 보인다.
사진 20. 친퀘 토리의 야생화
사진 21. 마침내 친퀘 토리(5개의 탑)의 암봉이 어슴프레 보였다.
사진 22. 이탈리아는 히말라야 산맥의 8천미터급 14개좌를 최초로 오른 라인홀트 메스너를 배출한 알파인 스포츠의 나라이기도 하다. 이 날도 여러 팀이 친퀘 토리 암봉에 올랐다.
사진 23. 5개의 탑 사이로 오솔길이 나 있다.
사진 24. 5개의 탑 사이로 난 오솔길은 이렇게 자연 터널을 지난다.
사진 25. 터널을 빠져 나오면 이렇게 바위 사이로 길이 이어져 있다.
사진 26. 운무가 아주 진하게 끼어서 스코야또리 산장 방향을 찾기가 힘들어 약간 헤맸다.
사진 27. 친퀘 토리 암봉이 적군의 포격에 대한 피난처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친퀘 토리 한켠에 야전병원이 있었다.
사진 28. 스코야또리 산장으로 가야하는데 운무가 진하게 끼어 어느 길로 가야할지 몹시 헷갈렸다.
사진 29. 몇 사람에게 길을 물어 스코야또리 산장으로 가는 길을 찾아냈다.
사진 30. 마침내 스코야또리 산장에 도착. 점심 때가 되었다.

이탈리아 음식도 세계적으로 알아준다. 그런데 문제는 이탈리아 말로 적힌 음식 이름만 봐서는 이게 어떤 요리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데 있었다. 그래서 몇 번은 (조심스럽게) 도전적인 음식을 주문하기도 했지만 대개는 (실패할 확률이 낮은) 토마토 소스를 얹힌 스파게티(Spaghetti al Pomodoro)를 시키곤 하였다.

사진 31. 이탈리아 음식도 세계적으로 알아준다. 문제는 메뉴의 음식 이름을 봐도 뭐가 뭔지 모른다는 데 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실패 확률이 낮은 스파게티를 시켜 먹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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