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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계산인 홍석경 Aug 09. 2023

[돌로미티 #7] 웅장한 라가주오이 산

돌로미티 알프스 산맥의 야성을 날 것으로 보여준다.

돌로미티 여행 이틀째인 7월3일(월)에는 라가주오이 산과 친퀘토리 일대를 하이킹할 계획이다. 코르티나 담페초 마을을 출발하여 구불구불한 산길을 약 30분간 오르면 '파쏘 팔자레고(Passo Falzarego)'로 불리는 하늘재(해발고도: 2,105m)에 도착하는데 여기에 케이블카 탑승장이 있다. 아침 8시 조금 너머 숙소를 출발했더니 고갯길의 무료 주차장에는 차를 세울 공간이 충분했다. 주차장에는 네 명의 암벽 등반가가 차에서 암벽 등반장비를 꺼내 땅바닥에 펼쳐 놓고는 장비점검을 하고 있었다.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탑승권(수퍼썸머 카드)을 구입하고, 케이블카를 타고 산 꼭대기에 있는 정거장에서 내리니, 산 오른쪽에는 마치 병풍이라도 둘러친 듯 거대한 암괴가 시야에 들어온다. 와~ 정말 가슴이 웅장해지는 풍경이다. 케이블카 탑승장 바로 위에는 라가주오이 산장(Lagazuoi Refuge: 2,752 m)이 보인다. 돌로미티 알프스 산맥의 모습을 날 것으로 보여주는 장쾌한 풍경을 잠시 구경하다 위쪽으로 난 길을 따라서 산책하듯 걸어 올라가니 십자가가 세워진 라가주오이 정상(2,778 m)에 도착하였다. 

사진 1. 라가주오이 산(2,778 m)과 친퀘토리(2,361 m)는 산길을 사이에 두고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어 하루에 두 곳을 구경할 수 있다.

이태리/오스트리아 접경지대인 돌로미티 알프스 지역(South Tyrol)은 원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영토였지만, 제1차 세계대전 후 승전국인 이태리가 차지한 땅이다. 이태리는 1915년 5월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당시 수백 년간 오스트리아의 영토였던 코르티나 담페초를 점령했다. 이에 오스트리아는 고산지대인 라가주오이에 참호를 파서 방어선을 구축하고, 이태리군과 3년간(1915-1917) 전투를 치루었는데 전투는 이태리의 승리로 끝났다. 그 때 당시 전투의 흔적(참호, 군사용 터널)이 2000년대 초에 복원되어 야외박물관이란 명칭으로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있다.


아래 <사진 2>에 라가주오이 지형도를 보였다. 파쏘 팔자레고(고갯길)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부에 오른 다음, 산장의 옆길을 따라서 정상을 향해 천천히 오르면 산꼭대기(2,778 m)에 세워져 있는 전몰자 추모 기념비에 이르게 된다. 이곳의 벼랑에는 카이저 재거 패쓰(Kaiserjäger path)가 있다. 이 깍아지른 벼랑길은 오스트리아 황실의 최정예 부대로서 라가주오이 산을 지켰던 왕의 사냥꾼 부대(Kaiserjäger)의 참호와 진지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병참로였다.


사진의 오른쪽에는 전체 길이가 1 km인 라가주오이 터널이 보이는데, 이 터널은 이태리군이 오스트리아군의 공격(폭약으로 바위를 폭파시켜 돌사태를 일으켜 바위를 기어오르는 이태리군을 격퇴시켰다고 한다)을 피하면서 정상을 공격하기 위해 산 위쪽을 향하여 판 것이다. 현재는 라가주오이 트레킹 코스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 2. 라가주오이 지형도: 왼쪽의 Kaiserjäger(왕의 사냥꾼 부대) 등산로는 오스트리아군의 병참로였고, 오른쪽의 라가주오이 터널(1 km)은 이태리군이 판 것이다.

라가주오이 산의 높이는 백두산보다 살짝 높은 2,778 m이다, 파쏘 팔자레고의 높이는 2,105 m이니까 600 m 를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 이른 아침에 고갯길에 도착하니 짙은 운무가 산허리를 감싸고 있었고 운무를 뚫고 케이블카가 운행되었다. 7월초 돌로미티 날씨는 밤새 비가 내리고, 아침-오전-이른 오후까지는 쨍하니 햇빛이 들다가, 늦은 오후부터 다시 구름이 몰려오면서 소나기가 쏟아지곤 하였다.

사진 3. 파쏘 팔자레고(팔자레고 고갯길)의 케이블카 탑승장

파쏘 팔자레고의 케이블카 탑승장에서 수퍼썸머 카드(SuperSummer Card)를 구입했다. 이 카드로 돌로미티 지역(코르티나, 오르티세이)의 케이블카/곤돌라/리프트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카드 종류에는 1일 이용권(성인 1인 56유로), 4 중에 3일 이용권(성인 1인 120유로), 7일 중에 5일 이용권(성인 1인 160유로)이 있다. 우리는 7일 중 5일 이용권을 구입했는데, 2년 전에 비해 가격이 크게 오른 것 같다. 하지만, 우리처럼 돌로미티의 여러 곳을 하이킹하는 경우에는 수퍼썸머 카드를 구입하는게 비용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카드를 구입할 때 여권을 달라고 해서 건네 주었더니, 수퍼썸머 카드에 구매자 이름/성별/유효기간을 인쇄하여 주었다. 아마 유효기간내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 못하게 하려고 그런 것 같은데, 실제 수퍼썸머 카드를 사용할 때 본인 여부를 확인한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다.

사진 4. 돌로미티 수퍼썸머 카드: 7일 체류기간 중에 5일간 케이블카/곤돌라/리프트 무제한 이용권을 160유로에 구입했다. 카드에는 소유자 이름과 유효기간이 인쇄되어 있다.
사진 5. 라가주오이 케이블카 운행 모습
사진 6. 케이블카를 타고 라가주오이 산의 정상부에 올랐다.
사진 7. 라가주오이 케이블카: 산 정상부에 있는 승하차장(해발고도: 2,735 m)은 백두산 높이(2,750m)와 비슷하다.

현재 라가주오이 산장은 알타비아-1 트레일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산장(숙박과 식사 가능)이다. 돌로미티 지역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이 산장(해발고도: 2752m)에 묵으면서 일몰을 감상하는게 이 산장의 매력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숙박하려면 1년 전에 예약을 해야 묵을 수 있다고 한다. 운 좋으면 예약 취소자의 침대(1개)를 한달 전에도 잡을 수는 있는데, 대신 매일같이 라가주오이 산장 홈페이지의 숙박 예약상황을 새로고침하면서 지켜봐야 한다. 우리가 케이블카를 타고 라가주오이 산에 올랐을 때에도 알타비아-1을 트레킹하는 많은 트레커들이 배낭을 메고 산장 아래쪽 비탈진 길을 따라 내려가거나 올라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알타비아-1의 출발지점인 브라이에스 호수에서 출발하면 보통 3일차 되는 날에 이곳 라가주오이 산장에 도착하는데, 약 4시간 동안 오르막이 계속되는 가장 빡센 구간이다. 

사진 8. 라가주오이 산 정상부에 있는 케이블카 탑승장을 나서면 이런 풍경이 눈앞에 나타난다. 동영상 화면의 트레커들이 걷는 비탈진 길이 알타비아-1의 일부이다. 
사진 9. 라가주오이 케이블카 탑승장 주변 풍경. 왼쪽 길을 따라 산책하듯 걸어 올라가면 산 정상에 이른다.
사진 10. 라가주오이 산 정상으로 가는 길. 휠체어도 이동할 수도 있도록 벼랑 옆에 잔도를 만들어놨다.
사진 11. 라가주오이 산 정상에는 라가주오이-친퀘토리 일대에서 벌어진 전투(the White War: 1915-1917) 전몰자 추모비가 있다.
사진 12. 라가주오이 산 정상에 있는 백색전쟁(1915-1917) 전몰자 추모비. 아래 소뿔처럼 생긴 조형물은 포탄 껍질이다.
사진 13. 라가주오이 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풍경
사진 14. 라가주오이 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풍경. 구름 아래 가늘게 이어진 길은 코르티나 담페초(동쪽)에서 오르티세이(서쪽)로 갈 때 달리는 길이다.
사진 15. 라가주오이 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풍경. 장쾌하다
사진 16. 라가주오이 산 정상에서 다시 산장으로 내려가는 한국인 트레커들. 대개 60대로 보이는 건강한 노인(?)들이었다.
사진 17. 돌로미티에는 이처럼 거대한 판상 암괴가 드물지 않게 눈에 띈다. 운무가 갑자기 짙게 끼기 시작했다.

2,752m 고도에 위치한 라가주오이 산장은 코르티나 담페초 지역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산장으로 돌로미티에서 가장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한다. 여기서 에스프레소를 한잔 하면서 운무에 감싸인 돌로미티 알프스 풍경을 감상하였다.

사진 18. 라가주오이 산장. 여기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면서 주변 풍경을 감상하였다.
사진 19. 라가주오이 산장에서 마신 에스프레소 커피
사진 20. 라가주오이의 벼랑길 (Kaiserjäger path: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산악부대 이름인 '왕의 사냥꾼' 부대의 병참로) 보는 것만 해도 아찔하다.
사진 21. 라가주오이 산장에서 내려다 본 풍경

알프스 고산지대에 사는 까마귀과 새인 알파인초프 (일명 노랑부리까마귀)가 떼를 지어 날아 다닌다. 까마귀과 새라는데 까마귀와 다르게 울음소리가 청아하다.

사진 22. 라가주오이 산장에서 내려다 본 풍경. 마치 까마귀처럼 생긴 새(알파인초프)들이 활발하게 날아다녔다.
사진 23. 라가주오이 산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하산 중
사진 24. 라가주오이 산을 오르는 출발지인 파쏘 팔자레고(고갯길) 이태리는 자전거의 나라이고, 돌로미티는 싸이클링의 천국이다.

우리는 라가주오이 산을 구경하고 나서 이곳에서 3.9 km 떨어진 친퀘토리 리프트 탑승장 (Seggiovia Cinque Torri)을 향해 비탈길을 내려갔다. 여기엔 꽤 넓은 면적의 주차장이 있어 차를 대는데 문제가 없었고, 심지어 주차비도 받지 읺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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