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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계산인 홍석경 Aug 16. 2023

[돌로미티 #10] 토파나 산

초여름에 3천 미터급 산에 오르니 날씨가 초겨울로 변했다.

7월 4일(화)은 돌로미티의 코르티나 담페초(동쪽 마을)를 떠나 오르티세이(서쪽 마을)로 가는 날이다. 이동 거리는 65.2 km이고 승용차로 예상 소요시간은 1.5시간이다. 오르티세이 숙소의 체크인 시간이 오후 3시니까, 이동 시간을 감안해서 코르티나에서 오후 12시쯤 출발해도 충분했기에 우리는 오전에 코르티나 마을에서 가장 높은 산인 토파나 산에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보기로 했다.

사진 1. 코르티나 마을 주차장에서 바라본 토파나 산. 하얀 구름으로 감싸인 산이 3천 미터급 토파나 디 메쪼이다.

토파나 산은 세 개의 3천 미터급 봉오리(Tofana di Mezzo: 3,243 m + Tofana di Dentro: 3,238 m + Tofana di Rozes: 3,225 m)로 이루어져 있는데, 케이블카는 가장 높은 토파나 디 메쪼(3,243 m)의 정상 부근까지 올라간다.

사진 2. 토파나 산(Mt. Tofana)은 세 걔 봉오리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높은 산이 토파나 디 메쪼(3,243 m)인데,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

해발고도 1,217m에 자리한 마을의 곤돌라 탑승장에서 해발고도 3,243 m의 산 정상 부근까지 거의 2천 미터를 올라가기 때문에, 케이블카가 한 번에 올라가지 못하고 2차례 환승하여 (곤돌라 -> 케이블카#1 -> 케이블카#2) 올라가는데, 첫 번째 곤돌라 탑승장은 마을 북쪽에 위치한 올림픽 아이스 스타디움 근처에 있다. 우리는 숙소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체크아웃한 다음, 짐 가방을 차 뒷트렁크에 실어놓고 곤돌라 탑승장까지 걸어갔다. 손목시계를 보니 오전 9시쯤 되었다.

사진 3. 올림픽 아이스 스타디움: 1956년 동계올림픽 개/폐막식이 여기서 열렸는데 당시엔 지붕이 없는 야외경기장이었다. 2026년 동계올림픽에선 컬링 게임이 이곳에서 열린다.

곤돌라 탑승장은 올림픽 아이스 스타디움(Stadio Olimpico del Ghiaccio)을 오른쪽에 끼고 돌아나가면 200 m 앞에 있다. 올림픽 아이스 스타디움은 1956년 동계올림픽의 개/폐막식이 열린 곳으로 당시엔 지붕이 없는 야외 경기장이었다. 이곳에서 피겨 스케이팅과 아이스하키게임이 열렸다. 1981년 지붕을 얹고 시민들의 아이스 스케이팅 + 아이스하키 경기장으로 사용되어 왔는데, 2026년 동계올림픽에선 컬링 경기가 이곳에서 열린다고 한다.


토파나 산이 3천 미터급 산이고 고도차가 2천 미터나 되다 보니, 케이블카로 한 번에 오르지 못하고 3번에 걸쳐 나누어 오른다. 첫 번째는 코르티나 마을 탑승장에서 곤돌라를 타고 콜 드루치(Col Druscie: 1,778 m)까지 올라간다. 여기서 케이블카로 1차 환승하여 라 발레스(Ra Valles: 2,472 m)까지 올라간 다음, 다시 이곳에서 2차 환승하여 토파나 디 메쪼(Tofana di Mezzo: 3,243m) 정상 부근까지 올라간다. 올라가는 동안, 케이블카 창 밖의 풍경은 초록초록한 한여름 풍경에서 흰 눈이 쌓여있는 초겨울로 급변했다.

동영상 1. 코르티나 마을 탑승장에서 곤돌라를 타고 콜 드루치(Col Druscie: 1,778 m)까지 올라가는 중
사진 4. 코르티나 마을에서 곤돌라를 타고 콜 드루치(Col Druscie: 1,778 m)까지 올라간 다음 케이블카로 1차 환승한다.
사진 5. 라 발레스(Ra Valles: 2,472 m)에서 2차 환승하여 토파나 디 메쪼(Tofana di Mezzo: 3,243m) 정상까지 올라간다.

레스 환승장을 출발하여 토파나 디 메쪼로 올라가는 도중에 케이블카가 허공에서 갑자기 멈춰 섰다. 그 충격에 줄에 매달린 케이블카가 2천 미터 허공에서 앞뒤로 몇 차례 흔들렸는데, 흔들리는 진폭이 작았음에도 높이가 주는 아찔함에 등줄기가 서늘했다. ^^;;

사진 6. 토파나 디 메쪼의 케이블카 승강장에 도착하는 중. 케이블카가 구름을 뚫고 올라온다.
사진 7. 토파나 디 메쪼의 케이블카 승강장. 벌써 주변 공기에서 싸~~ 한 냉기가 느껴졌다.

토파나 디 메쪼 승강장에 도착하여 케이블카 밖으로 나오니 벌써 공기가 싸늘한 게 감기 걸리기 십상이었다. 10명이 채 안 되는 탑승객은 너나 할 것 없이 각자 배낭에서 방한복을 꺼내 입었다.


사진 8. 발코니로 나가니, 나무 바닥과 탁자에는 살얼음이 두텁게 깔렸고, 공기는 싸늘했다.

산 높이가 2천 m랑 3천 m가 또 다르다. 2천 미터부터 나무가 안 보이기 시작하고, 3천 미터부터는 살얼음이 끼면서 냉기가 느껴지지만 다행히 호흡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10년 전에 중국의 차마고도 - 동티벳 - 리설산을 여행해 본 경험으로는, 4천 미터부터 고산병이 시작된다. 고산병에는 약이 없다. 무조건 3천 미터대로 내려가야 한다.

사진 9. 토파나 디 메쪼: 케이블카 승강장의 발코니와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냉기가 가득하다.
사진 10. 발코니에서 케이블카 승강장 건물 뒤쪽으로 계단이 있어 올라가 봤다. 이 계단을 통해 토파나 산 정상(3,243 m)으로 갈 수 있다. 이 계단을 오르는데도 숨이 찼다.
사진 11. 계단 끝자락은 막아놨다. 맨 왼쪽의 삼각형 봉오리가 토파나 디 메쪼 (3,243 m) 정상이다. 길에 얼음이 깔려 미끄러운 데다 벼랑길이라서 몹시 위험해 보인다.
사진 12. 토파나 디 메쪼(3,243 m)정상은 계단식 피라밋이다. 마치 시루떡처럼 보이는데, 옛날에 아프리카 판과 유럽 판이 충돌하면서 바닷속 퇴적암이 치솟아 오른 흔적이다.
* 토파나 디 메쪼 승강장의 계단 위에서 내려다 본 풍경(자료사진): 우리가 갔을 때는 정상부에 구름이 가득해서 코르티나 마을은 보이지 않았다.
사진 13. 토파나 디 메쪼의 케이블카 승강장의 계단에서 내려다 본 풍경. 흰 구름이 짙은 곳 아래에 코르티나 마을이 있다.
동영상 2. 토파나 디 메쪼 승강장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산 아래로 내려가는 중
동영상 3. 토파나 디 메쪼 승강장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라 발레스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중
사진 14. 현재 위치는 라 발레스(Ra Valles: 2,472 m)이다. 토파나 산 주변에 난이도가 제각각인 수 많은 스키장이 있다. 겨울철에 방문하여 스키를 타보고 싶다.
사진 15. 라 발레스(Ra Valles: 2,470 m)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내려다 본 풍경
사진 16. 라 발레스(Ra Valles: 2,470 m)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내려다 본 풍경. 돌로미티는 어디에서든 '입틀막' 경치를 보여준다. 사방에 스키 코스가 보인다.
사진 17. 콜 드루치 (Col Druscie: 1,778 m) 승강장까지 내려왔다. 수목이 무성하다.
사진 18. 콜 드루치 (Col Druscie: 1,778 m)에서 바라 본 맞은 편 풍경.
사진 19. 콜 드루치 (Col Druscie: 1,778 m) 주변 풍경. 한켠에 천문대가 있는 것 같다. 이곳에 며칠 더 묵으면서 밤하늘의 별을 보고 싶다.
사진 20. 콜 드루치 (Col Druscie: 1,778 m) 승강장 주변 풍경. 벼랑 위에 라 발레스(Ra Valles) 케이블카 승강장이 보인다.
사진 21. 콜 드루치 (Col Druscie: 1,778 m) 환승장에서 벼랑 위의 라 발레스(Ra Valles) 케이블카 환승장을 바라 본 풍경
사진 22. 콜 드루치 (Col Druscie: 1,778 m) 환승장에서 곤돌라를 타고 코르티나 마을로 내려간다.
사진 23. 코르티나 마을의 아이들 골프장. 아침에 봤을 때 이게 뭔가 궁금했는데, 아이들을 위한 퍼팅 놀이터였다.

우리는 코르티나 곤돌라 승강장으로 내려와 차를 세워둔 호텔 야외주차장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도중에 아이들 놀이터에서 많은 아이들이 골프의 퍼팅 놀이를 즐겁게 하고 있었는데, 참으로 행복해 보였다. 우리나라 놀이터에 도입해도 좋을 것 같다.

손목시계를 보니 오전 11시30분이라 여유가 있었기에 우리는 코르티나 중심가 카페에 들러 카푸치노를 한잔 하면서 잠시 숨을 고른다음, 다음 여행지인 오르티세이(Ortisei)를 향해 천천히 출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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