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대몬 헌터스의 더피는 호랑이일까? 해치일까? 표범일까?
요즘 네플릭스에서 방영하는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네플릭스의 글로벌 영화부문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더불어 OTT 음악과 등장 동물 캐릭터(까치와 호랑이)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까치와 호랑이 굿즈를 찾는 시청자의 아우성에 네플릭스는 당초 판매 계획에 없던 호랑이 굿즈를 부랴부랴 만들어 7만원 대에 판매한다고 한다. 덩달아 국립중앙박물관의 뮤지엄 샵에서 판매하는 까치와 호랑이 배지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케데헌에 등장하는 호랑이를 상상의 동물 해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듯 하다. 네플릭스의 소개에 따르면, 눈망울이 좌우에 3개씩 달린 새는 수지(Sussie)라는 이름의 까치이고, 다소 멍청하고 우스꽝스런 동물은 더피(Derpy)라는 이름의 호랑이라고 한다. 케데헌의 까치와 호랑이 캐릭터는 조선 후기에 민간에서 널리 유행했던 작호도(鵲虎圖)에서 이미지를 따온 것 같다. 작호도는 소나무 가지에 까치가 1마리 혹은 2마리 앉아있고 소나무 아래에는 호랑이가 배치된 그림을 말한다. 그렇다면, 이 그림에는 어떤 상징이 담겨 있으며, 왜 우리 조상은 이런 그림을 반복적으로 그렸을까?
작호도(鵲虎圖)는 중국(명나라)에서 기원한 듯 하다. 이 그림에서 소나무는 새해를 뜻하고, 까치는 기쁜 소식을 상징하며, 소나무 아래 동물은 사실 호랑이가 아니라 표범(豹)이다. 표범은 중국어로 '豹'라고 쓰고, 발음은 '바오(bào)'이다. 한편 "보고하다, 아뢰다"의 '보(報)'를 중국어로 발음하면 '바오(bào)'가 된다. 따라서, 표범=보(아룀)를 상징한다. 즉 소나무+까치+표범 그림은 "새해에는 기쁜 소식만 들려오길 바란다 (新年喜報.신년희보)" 라는 뜻을 담은 일종의 새해 연하장같은 그림이었다.
오래된 작호도일수록 호랑이 줄무늬는 점차 사라지고, 동글동글한 표범 무늬만 남는다. 이것은 원래 작호도의 호랑이가 표범이었다는 증거이다.
신년희보를 뜻하는 작호도(소나무+까치+표범) 그림에서 표범(호랑이)은 기쁜소식을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 즉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의 전령인 헤르메스 역할을 하는 게 작호도의 표범(호랑이)이다.
케데헌의 감독, 메기 강이 이것을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케데헌에서도 호랑이 더피는 진우의 메세지를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귀엽게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