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 불화로 다시 태어나다.
A: 안녕하세요. 오늘 딥다이브에서는 아주 특별한 곳이죠. 전남 화순 운주사, 그 천불천탑의 비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좀 탐구해 보려고 합니다.
B: 네, 안녕하세요.
A: 저희가 오늘 다룰 자료는 홍석경 박사님의 연구 논문인데요. 관경 16관 변상도에 의한 운주사 천불천탑의 새로운 해석, 이걸 중심으로 파헤쳐 볼 거예요.
B: 맞습니다. 흔히 운주사를 좀 여러 신앙이 섞인 곳으로 보기도 했잖아요.
A: 네, 뭐 도교나 별자리 신앙 같은 이야기도 있었죠.
B: 그렇죠. 그런데 이 논문은 전혀 다른 주장을 해요. 천불천탑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3차원 불화라는 겁니다.
A: 3차원 불화요? 와, 이게 오늘 저희의 미션이네요. 이 흥미로운 주장을 따라가면서 운주사의 비밀을 한번 풀어보는 것.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B: 네, 좋습니다.
* 우리 문화유산 다시 보기: 운주사 천불천탑, 3차원 불화로 다시 태어나다. (mp3 음성파일)
B: 그럼 이걸 도대체 왜, 누가 만들었을까요? 이 어마어마한 프로젝트를요?
A: 네. 그 점이 중요하죠. 눈문에서는 조성 시기를 대략 서기 1300년 전후로 봅니다. 고려 후기 충렬왕에서 충선왕 그 시기쯤으로요.
B: 서기 1300년 전후요?
A: 네. 그때가 몽골이랑 아주 오랫동안 전쟁을 치른 직후라서 사회가 굉장히 피폐했거든요. 백성들 고통이 정말 심했죠.
B: 아, 전쟁 직후군요.
A: 네. 특히 전라도 지역 피해가 아주 컸다고 해요. 그래서 아마도 이때 강진만덕산 백련사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스님들, 백련결사 스님들이 계셨는데
B: 백련결사요?
A: 네. 이분들이 정토신앙을 굉장히 강조했거든요. 그래서 아마 왕실이나 귀족들의 후원을 받아서 전쟁으로 고통받는 백성들을 위로하고, 또 극락왕생의 희망을 눈으로 직접 보여주려고 했던 게 아닐까?
B: 아, 현실의 극락정토를 구현해서 희망을 주려고 했다는 거군요.
A: 그렇죠. 아미타불의 서방정토를 현실에 구현하려고 했던 거죠. 그리고 운주사 근처가 마침 돌 구하기 좋은 응회암 지대였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었을 거고요.
B: 정말 그 시대적 배경과 사람들의 염원이 담긴 거대한 프로젝트였네요.
A: 네. 그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중략)
B: 네. 오늘 딥다이브에서는 화순운주사 천불천탑을 보는 아주 새로운 시각, 그러니까 단순한 사찰 유적이 아니라 고려시대 사람들이 꿈꿨던 이상세계, 아미타불의 서방정토를 관경 16관 변상도라는 그림을 바탕으로 현실에 구현한 거대한 3차원 예술작품이라는 해석을 만나봤습니다.
A: 맞습니다. 만약 이 해석이 사실이라면 운주사 천불천탑은 정말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기 힘든 그런 3차원 변상도라고 할 수 있고요.
B: 세계 유일의 3차원 변상도?
A: 네. 그리고 동아시아 정토신앙과 불교미술의 어떤 접점을 보여주는 아주 귀중한 유산이 되는 거죠. 단순히 그냥 보는 것을 넘어서서 그 공간에 직접 당신이 들어갔을 때 그때 비로소 완성되는 체험적인 예술공간이기도 하고요.
B: 체험적 예술공간. 그 말이 참 와닿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