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shing
새벽 4시 30분. 남편이 나를 깨운다. 갈 수 있겠어?
아부다비에 도착한 지 일주일째. 도착 후 구내염이 심해져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상황에서, 생전 처음으로 바다낚시를 구경하기 위해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좀 힘들지만 경험해 봐야지!
항구에 6시에 도착해야 한다는데 새벽형인 남편은 어느새 일어나 아침밥까지 차려놨다. 국물에 밥 한술 말아먹고는 멀미약을 미리 먹고 주섬주섬 준비물을 챙긴 남편을 따라나섰다. 새벽 미명의 시간에 낯선 항구까지 찾아가는 길에 잠시 길을 잃어 어두운 주차장에 차를 멈추고 남편이 차 밖으로 나가 일행에게 전화를 거는 사이에 모스크에서 코란 읽는 소리가 들려온다. 주차된 차 사이로 남자 몇 명이 걸어 다니는 모습에 약간 무섭기까지 하다. 마침 주차장을 지나가던 일행이 신호를 보내고 조금 더 차를 운전해 가니 차가운 바람에 휘날리는 바람막이를 걸치고 후드티를 뒤집어쓴 남자 몇 명이 모습을 드러낸다. 다 한국 사람이다.
고개로만 인사를 나누고 잠시 기다리니 시커먼 얼굴의 남자 두 명이 모습을 드러낸다. 선장이나 어부라기보다는 왠지 나쁜 조직의 끄나풀이나 홈리스 같은 모습이다. 뭐라고 이야기를 나누더니만, 잠시 사라졌다가 검은 봉지를 들고 배에 올라타는데 양말도 신지 않은 모습이다. 아주 작은 화장실이 배 밑칸에 있는데 나니아 연대기의 옷장처럼 그 속에서 뭔가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다. 밖에서 잠시는 문고리를 열고 들어가 보니 상상했던 것보다 아주 작은 변기가 있어 마치 백설공주의 난쟁이 집에 들어온 듯도 하다.
서로 별다른 말도 없이 1시간 정도 새벽바람을 맞으며 달려가니 좀 더 큰 항구가 나왔다. 선장과 어부인 두 남자가 인도한 그곳이 바로 낚시를 하기에 좋은 곳이라고 한다. 낚시의 경험이 있던 두 명정도가 어떻게 낚싯대를 사용하는지 알려주더니 바로 낚시를 시작한다. 검은 봉지에서 나온 것은 바로 새우. 먹기에도 아까운 새우를 생선의 미끼로 쓰려는 것이다. 머리와 꼬리를 손으로 대충 자르더니 낚시 줄에 두 세 게 끼워 배 옆으로 내린다. 일행 중 한 분인 조박사님이 가져온 오징어도 미끼로 사용하면서 생선을 잡지 못하면 미끼라도 먹자며 농담을 한 지 10분 지나니 작은 물고기가 잡혀 올라온다. '이렇게 미끼를 던지고 기다리다가 입질이 느껴지면 건지는 것이 바로 낚시구나! 어렵지 않네?'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팔딱거리는 물고기의 몸을 작은 수건을 사용해 잡은 후 입에 낀 바늘이 잘 빠지지 않자 굵직한 연장을 입에 쑤셔 넣으니 미끼와 함께 바늘이 빠진다. 그러더니 바로 아가미를 칼로 쑤신 후 가져온 아이스 박스에 담는다. 미끼를 먹기도 전에 잡힌 모습을 보니 안쓰럽다가도 피가 여기저기 튀기는 모습을 보니 얼마 전 들은 살인 사건의 현장을 보는 듯 끔찍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하는 이유를 물으니 그렇게 해야 피가 잘 빠져서 회를 칠 때 좋다고 한다. 그래... 하나님이 인간을 위해 음식으로 주신 생선일 뿐이야!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진정되었다.
조박사라는 분은 작고 마른 몸집을 가졌는데, 물고기 박사인 듯 고기들이 올라올 때마다 설명을 해주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그렇게 한 두 마리가 잡히는 시점에 앉아서 간식을 먹고 있던 내게 한번 해보라고 권한다. 선장이 건네준 낚싯대를 받고는 설명을 듣고 바다에 줄을 내리자마자 뭔가 이상한 기미가 있다. 줄을 당기는데 힘이 들어 왼팔에 그립을 걸치고 오른손으로 돌리는데, 무게감이 느껴진다. 바로 옆에 있던 선장도 도와주지를 않고 지켜만 본다. 왜지? 그렇게 1분 정도를 당기다 보니, 보기에도 너무나 아름다운 두 마리의 물고기가 같이 올라온다. 마치 엄마와 딸인 듯 이쁜 모습에 미안함이 드는 순간, 다들 환호성을 친다.
그때 바람같이 달려온 한 남자분이 줄자를 가지고 오더니 길이를 재고는 40cm! 마치 미리 훈련받은 군인처럼 움직이는 모습에 웃음이 나오고 사진 사진 하더니만 대어를 잡은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다. 너무 쉽게 잡힌 상황에서 오히려 민망하고 물고기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아무튼 새로운 경험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곤 다시 자리로 돌아가 줄을 잡고 당기는 일에 다들 열심이다. 그 후 바로 남편도 38cm의 고기를 잡으면서 일명 스타 부부가 된 듯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이 마치 홀인원을 한 것처럼 같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이러한 맛에 낚시를 하나보다. 도중에 좀 더 깊은 바다로 가서 그렇게 네다섯 시간을 보내면서 50여 마리의 물고기를 낚았는데 이런 날이 흔치 않다고 한다.
선장은 낚싯대도 없이 낚싯줄 하나만 가지고도 가만히 앉아서 몇 마리의 고기를 잡아 올리면서 서로의 줄이 엉키면 검고 거친 손을 이용해 금세 풀어놓는 모습을 보니 낚시의 베테랑임에 틀림없다. 이렇게 배를 빌려주고 도와주면서 받는 수입이 50만 원 정도 한다고 하는데,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 나라 사람들도 낚시를 좋아한다니 제법 먹고살만하겠지만, 월급 선장이라 그런지 생활이 넉넉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인지 얼굴에는 웃음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웃음끼가 전혀 없다. 발리에서 해양 스포츠를 할 때 만난 바다 사나이들은 외계인 같은 모습이었다. 바다의 거센 바람과 폭풍우와 싸워온 탓인지 얼굴이 일그러져 있을 뿐만 아니라 서늘한 표정에 무섭기까지 했다. 취미이자 여행객의 모습으로 잠시 바다 놀이를 즐기는 사람들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난 과일과 빵을 건네며 월척 사진을 찍을 때 같이 찍었는데, 생소한 표정을 짓는다. 하선을 할 때도 감사하다며 눈을 맞추며 정중하게 인사를 하니 표정이 잠시 밝아진다. 그래도 미소는 볼 수가 없다.
다행히 양쪽에 육지가 페르시아 만이기에 파도가 그리 강하지 않아서인지 멀미는 없었다. 하지만 배 위에서 미리 맛을 본다고 물고기 한 마리를 회 뜬것을 한 조각 먹다가 큰 비늘이 목에 걸려 간신히 물과 함께 삼켜 버렸다. 그런데 신기하게 회를 먹고 나니 구내염 증상이 좋아져 귤과 빵을 좀 먹으니 힘이 나고 기분이 좋아졌다. 대어를 잡은 것보다 내 입의 염증이 나은 것이 신기했다. 우리가 잡은 물고기는 대략 50마리 정도다. 이 소식을 듣고 찾아온 각자의 지인들 약 15명의 사람들이 식당에 모여 회와 매운탕을 먹으면서 파티를 열었다. 낯선 이국 땅에서 낯선 사람들과 고기를 잡고, 식사를 하는 시간은 이국 땅에서의 외로운 삶을 사는 모든 이를 위로해 주기에 충분했다. 회 맛도 인생 최고의 맛이었다!
월척을 낚은 후유증인지 손이 저려온다. 낚시를 하느라 정신이 없는 일행들에게 귤껍질을 벗겨 가져다주면서 좀 챙겨주고는 자리에 앉아 그들이 전심을 다해 물고기를 잡는 모습을 보니 베드로와 친구들 모습이 떠오른다. 예수님이 부활을 한 이후에도 무엇을 할지 몰라 방황하던 이들은 고기나 잡으러 가자!라는 베드로의 말을 따라 밤낚시를 하고 있었다. 새벽까지 한 마리도 잡지 못해 실망한 모습을 보던 그들에게 멀리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남자는 바로 예수님이었고, 그물을 내려야 할 장소를 알려준다. 베테랑 어부였던 그들은 그 말에 순종하였다. 우리가 바다와 물고기에 대해서는 더 잘 안다고 고집부리지 않고 순종하자, 그물이 찢어질 정도의 수확을 얻었다. 나중에 세어보니 153마리였다 (모나미 볼펜에 새겨진 153 숫자가 바로 물고기의 수라는 사실!). 어획의 순간 그들의 모습은 우리와는 조금 달랐을 것이다. 카메라도 줄자도 없었을 테지만 기적을 체험한 그들은 예수님이 물 위를 걸어올 때처럼 경이감에 아무 말도 못 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하선을 하자마자 베드로는 물고기와 배를 내버려 둔 채 예수님께 달려가 그분의 발 앞에 엎드렸다. 그런 베드로와 제자들을 위해 빵을 준비하고 생선을 구워준 예수님은 그들에게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될 사명을 주신다. 이 장면은 시간이 지나도 늘 내 마음에 진한 감동을 준다.
따스한 집에서 미끼로 써야 할 새우와 오징어를 먹기만 했다면 이러한 놀랍고도 즐거운 체험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새벽이고, 춥고, 멀미도 하고, 돈도 아깝고, 미끼도 아깝다는 생각에 낚싯줄을 바다에 넣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다. 생선 비린내도 나고, 피도 보고, 낚싯대가 손가락에 튕기는 사고도 있었고, 누군가는 바람에 모자를 잃어버리는 일도 있었지만, 이러한 경험에서 얻은 인생의 맛은 회 맛과 함께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때로는 나도 베드로와 친구들처럼 하나님이 주신 비전과는 무관한 일을 하곤 한다. 비전이 무거워서도 그렇고, 게을러서도 그렇고, 일상에 익숙해져서도 그렇다. 지금처럼 잠시 딴짓을 하더라도 제자리로 돌아와 하나님이 주신 비전이 무엇인지를 기억하고 기꺼이 순종할 때가 올 것이리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