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모임

구력이 어떻게 되요?

by 영어 참견러

26년 새해가 되었다. 남편이 근무하는 아부다비를 방문하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경미에게서 톡이 왔다.


경미: 골프 모임에 들어올래? 요즘 불러주는 데가 없어서 가입하게 된 신생 모임이야. 연부킹을 해서 한 달에 한번 라운드 하고, 한 번은 스크린을 하는 모임이야!

나: 굿 뉴스네! 가입할게!

경미: 스크린 한번 해보고 결정해! 남자분들도 계신데 다들 교양이 있어.


그렇게 해서 참석한 첫 스크린 모임 후 점심으로 코다리를 먹었다. 골프를 하고 나면 항상 밥 한 그릇을 다 비우게 된다. 보통은 반 공기도 겨우 먹는데 말이다. 티타임이 되어 남녀간에 서로를 마주보며 앉아 자기소개를 한다. 대부분 60대의 시니어 분들이다.


골프 참견러님! 스윙도 좋고 힘을 쓸 줄도 알고... 갑자기 나에 대한 칭찬이 쏟아졌다. 사실 두세 명이 한 말이다. 당황스러워 아무런 반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은 걸 알고 있기에),


여행을 좋아한다는 강여행이라는 분이 물었다.


구력이 어떻게 되나요? (구력은 골프를 한지 얼마나 되었는지를 묻는 것이다.)

영어로는 How long have you been playing golf? or How many years have you played golf?


다들 호기심에 차서 나를 쳐다보는 듯하다.

나: 2월 말이면 만 3년이 되어요.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스언더(스크린 언더 줄임말) 언니가 골프신동이에요!라는 말을 덧붙인다. 옆에 있던 경미가 한 마디 덧 붙인다. 해나는 연구를 많이 해요.


그러자 난 솔직히 말을 해야 했다. 사실은 18여 년 전에 미국에서 레슨도 받지 않고 이웃에게서 구매한 오래된 클럽을 가지고 남편과 핫도그 먹는 재미로 몇 번(기억은 잘 나지는 않지만 잘해야 10번 정도) 친 적은 있어요. 라며 부연설명을 했다. 그러자 60대 후반의 회장님이 "그게 바로 구력이에요!"라는 말을 던진다. 그렇다면 내 구력은 21년이라고 말을 해야 하나?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구력은 골프 경험을 한 기간(years of golfing experience)이니 약 3개월을 더하면 만 3년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내 판단으로는 구력이란 레슨을 받고나서 머리를 올린 후부터라고 생각한다. 머리를 올린다는 것은 처음 필드에 나가 라운드를 하는 것으로 옛날 총각이라 머리를 길게 땋던 신랑이 장가가는 날 머리에 상투를 올리는 말에 빗대어하는 말이다. 아무튼 동반자와 함께 라운드(Round)를 하면서 점수(스코어, Score)를 계산하면서 부터 구력이 시작된다고 본다. 그만큼 첫 라운드의 경험은 누구나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아니면 악몽이거나...


누가 이런 재미있는 골프를 만들었을까?


골프광이자 구력 25년 정도인 우정언니가 던진 말이다. 그렇게 호기심에 골프에 대해 조금씩 공부하기 시작하였다. 언니도 골프를 하게 된 사연이 있다. 60대 초반이었던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골프를 시작하게 되었다. 한 달간 우울하게 있다가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나 이제 골프 할 거야!라는 말을 하자 남편은 잠깐만... 하면서 망설였다고 한다. 그 당시 여자가 골프를 하면 레슨 프로와 바람이 나는 일이 생겨 염려를 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골프가 그녀를 살려주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 두 분은 '골프 부부'가 되어 일주일에 두세 번 공을 친다. 언니와의 라운드가 마칠 즈음엔 남편에게서 꼭 전화가 온다. 오늘은 어땠어? 요즘은 내 남편에게서도 톡이 온다. 오늘은 어땠어?


조금 전에는 남편이 전화를 걸어 흑인 아줌마와 라운드를 한 이야기를 하면서 30분 동안 골프 이야기를 나누었다. 구력이 되어 보이는 여자분인데, 하도 공을 못 쳐서 퍼팅을 좀 가르쳐주니, 남편에게 이런 말을 던졌다고 한다. 계속하다 보면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주세요! (If i keep going, tell me that it would be better!) 이런 식의 영어로 알아 들었다고 전하는 남편의 말을 들으니 그녀는 골프실력 향상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나 보다. 아니면 포기하기 직전이던가. 그러면서, "당신은 참 잘하는 거야!"라는 격려를 덧붙인다. 이렇게 골프는 우리 부부의 공동 관심사이자 취미가 되었고, 하나의 끈처럼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이어 주면서 우리의 인생을 즐겁게 해준다.


아무튼 공을 치다 보면 플레이어의 구력을 물을 때가 있다. 구력이 좀 된다면, 실력이 부족한 듯해 좀 창피하게 느껴질 수 있고, 때로는 자부심(골프부심)이 되기도 한다. 얼마 안 된다면, 나처럼 골프신동 아니면 골프 천재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처음에 열심히 하다 보면 실력이 일취월장하기에 그런 소리를 농담으로 아니면 진심으로 듣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이런 소리를 듣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다.


구력 10년이나 20년이나 치다 보면 2년 3년 친 사람과 비슷해져!라는 말을 하는 우정언니의 말이 가슴에 다가온다. 구력은 '잔디밥'이라고해서 라운드를 많이 다니다보면 실력이 는다고도 한다.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구력이 실력을 보증해주지는 않는다.


왜 그럴까? 구력이란 경험이고 경험이 쌓이다 보면 실력이 느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왜 초보자에 비해 실력이나 점수가 비슷해지는 것일까? 아부다비에서 만난 유자매의 말처럼 '연습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정도 치게 되면 대부분 더 이상 열심을 내지 않는다. 그저 라운드를 즐기는 정도에 만족하게 된다. 사실 연습은 힘이 든다. 애를 써야 조금이나마 나아지지만 그렇다고 실력이 확연하게 늘지도 않기에 중간에 연습을 포기한다. 아니면 골프를 그만두거나 둘 중에 하나다. 그렇기에 구력을 떠나 계속 실력 향상 혹은 유지의 희망을 가지고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60대 후반의 세리 언니는 나와 첫 라운드를 하던 도중에 불평을 쏟아내었다. 내가 골프에 쏟은 돈과 시간이 얼마인데, 아직도 이렇게 못하나! 나와 멀찌감치 떨어진 곳이지만, 내 귀까지 크게 들렸다. 아니 몸으로 항변하고 있었기에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 그러던 언니가 1년 후에 달라졌다. 스윙도 가벼워졌고, 스코어도 확연하게 줄었다. (골프는 점수가 작은 것이 잘하는 것임^^ 난 100점이 좋은 것인 줄 알았기에...) 내가 칭찬을 던지니, 스윙이나 샷은 그대로이지만, 라운드 전에 고기를 먹으면서 근육을 키우고 나니 체력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어쨌든 그녀의 몸매가 확연히 이뻐졌고 나이에 비해 아주 건강해 보인다. 나도 골프를 하면서 다리 근육이 눈에 띄게 좋아졌고 뱃살도 좀 줄어들었다. 사실 스코어가 주는 것보다 이게 더 기분 좋은 일이다.


골프는 집에서 걸레질하는 것보다 운동량이 적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막상 진지하게 해보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용해야 하는 전신 운동이다. 자녀 둘을 출산해 기르다보니 내 몸을 챙기지 못했다. 집에서 음식하고 청소하고 교회에서 여러가지 봉사를 하면서 어깨 통증과 고관절 통증에 시달렸던 내가 이제는 집 밖을 나와 필드를 거닐면서 건강해졌으니 골프는 내게 은인이자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내 구력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듯이 내 몸의 근육이 늘어나길 그리고 좋은 인연과의 추억도 함께 늘어나길 희망해 본다. 무엇보다 곧 은퇴를 앞두고 있는 남편과 함께 써 나아갈 골프의 역사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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