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쉼표구름 Oct 02. 2024

과정을 기록하는 게 결국 브랜딩

과정에서 나는 온전히 나답다. 


둘째 아이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왜 가만히 있지를 못하니?" 정말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집안 이곳저곳을 누비면서 시키지도 않은 일에 도전하는 아이를 보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다. 




화분에 물을 주거나 (당연히 바닥은 물이 줄줄) 형이랑 같이 키우는 달팽이를 돌봐주기(지나간 자리마다 흙이 떨어져 있고) 테이프 클리너를 들고 온 집안을 (뛰어다니며) 밀고 다닐 때나 냉동실에 얼음을 넣는다고 하다가 (주방을 물바다로 만든다.) 게다가 집에 있는 날이면 내 뒤를 졸졸 쫓아다니면서 일거수일투족 참견이다. 




아이들이 잠든 밤이 되면 낮에 있었던 둘째 아이의 사건사고를 남편과 이야기한다. 그런 이야기 끝에는 "누굴 닮아 그러는지. .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데, 그 말을 하면서도 나는 찔리고, 남편은 그걸 정말 모르냐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아니라고 부인하고 싶지만 그건 내 모습과 흡사하다.





"엄마 휴지 좀 갖다 줘" 하면, 큰 아이는 어디 있냐고 답답한 소리를 하지만, 둘째 손엔 이미 휴지 3개가 들려있다. 여분까지 챙겨 오는 그의 센스는, 무한한 시도 끝에 만들어진 귀여운 사회성이다. 




이럴 때 우리 둘째는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고, 뿌듯함에 미소를 짓는다. 그 한 번의 성공을 위해, 무수한 실행 뒤에 붙는 엄마의 잔소리를 듣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오늘은 아무것도 안 하고 쉴 거야~'하면서, 청소기만 밀고, 빨래만 돌리고, 그러는 게 나다. 그뿐이랴, 돈도 벌고 싶고 내 커리어도 쌓겠다며 시작한 블로그 활동을 비롯해 도전했던 수많은 실행들을 보면 우리 둘째의 성향이 나를 똑 닮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게 된다. 




집에서도 이런 나의 성향을 충족시키며 갖은 도전을 실행해 볼 수 있는 곳은 바로 온라인이었다. 글쓰기는 내 오랜 취미 생활이다. 그런 나에게 블로그는 맞춤 옷을 입은 것처럼 꼭 맞는 공간이다. 여기서 나는 형편없는 실력일 때부터 용감하게 글을 써서 발행했다.




한 번은 '주부의 자리에서 나로 시작하는 법'이라는 제목의 강의 모집을 한 적이 있었다. 나와 같은 주부들에게 자신 안에 잠재력을 찾아 나아가라는 내용을 담았다. 자신 안에 장점을 찾을 수 있는 방법과 관련 책 추천까지 나름대로 그 당시 내가 배우고 경험했던 모든  노하우를 담아서 강의안을 만들었다. 그리고 매일매일 강의 연습을 했다. '너무 많은 분들이 신청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너무나 부끄러울 만큼 응원 댓글 외 신청자는 한 명도 없었다. 






한 출판사에서 책 출간 이벤트가 열렸다. 사람들의 반응도에 따라 순위를 매겨 1위가 되면 책 출간을 할 기회를 얻게 된다. 나머지 2, 3위는 책 출간을 위한 코칭을 해준다고 했다. 이런 기회는 잡아야 했다.





프로 실행러인 나는 3번을 참여했다. 참여할 때마다 대대적인 홍보도 하며 열심히 했지만 3번 다 모두 순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이 또한 실패. 





이뿐만이 아니라, sns 팔로워 달성 계획을 블로그에 공표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고(역시나 달성 실패), 내 꿈과 목표를 수시로 블로그에 글로 썼다. 솔직히 이 부끄러운 과거의 글들과 실패의 흔적들을 모두 지우고 싶었을 때도 많았다. 실제로 글을 비공개 처리 한 적도 있었다. 성공했던 일화, 나의 강점을 부각시킨 글, 열에 한 명에게 들었던 칭찬 후기만 남겨 놓고 싶기도 했다. 




그렇지만 머지않아 깨달았다. 무수한 실패를 경험하면서도 또 하고 또 하는 게 내 캐릭터라는걸. 게다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적어 두었던 글들이 모두 나라는 사람을 브랜딩 해 나가는 과정이었구나 하고 말이다. 




브랜딩에 대해서 배우기 위해 다양한 책을 읽고 유튜브 영상도 찾아보았다. 공부를 하면서 느낀 점은 결국 브랜딩도 정의하기 나름이라는 것이었다. 물건이나 회사가 아닌, '나'라는 사람을 각인시키는 일을 일컫는 퍼스널 브랜딩은 더더욱 하나의 방법으로 정의한다는 자체부터가 말이 안 되었다. 하나같이 다 다른 사람들인데, 하나의 방법만이 있다면 그건 꽉 막힌 결말이 아닐까 하는 결론이 섰다. 




그때부터 나만의 브랜딩 정의를 내리기로 했다. 블로그에 쓰는 나의 모든 생각들, 경험들, 그 속에서 겪은 크고 작은 성공과 무수한 실패들, 그 속에서 얻은 기술, 또 교훈과 성찰, 잘 하려고 다짐하는 긍정적인 나와 포기하고 싶다고 징징대는 못난이 같은 내 모습도 전부 브랜딩이다. 내가 꿈꾸는 모습을 위해 오늘도 한 걸음씩 나 자신을 달래며 나아가는 것 역시 브랜딩이다. 




이런 모든 과정을 블로그에 기록하는 것이 결국 브랜딩을 완성시키는 방법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포기하고 싶다고 징징대는 못난이보다는, 한 번 더 해보자 하고 토닥이는 긍정이가 자주 이겼으면 좋겠다. 




내 꿈인 작가에게도 글을 잘 쓰는 것만큼 온라인 인지도는 필요하다. 또한 앞으로 모임을 운영하고 내가 하는 일들을 홍보하기 위해서도 온라인 세상에서 나의 이름을 알리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때때로 힘들지만, 대부분 이런 행위들이 나의 삶에 활력을 안겨준다. 앞으로도 나를 온라인 세상에 잘 뿌리내리도록 돕고 싶다. 




내 주변의 몇몇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블로그 운영에 매달린다고 여긴다. 스트레스를 받아 가면서까지 그걸 뭐 하려 하냐는 것이다. 나도 때때로 동의한다. 




하지 않아도 지금 당장 사는데 큰 지장은 없다. 그렇지만 행동하지 않는 나를 견딜 자신은 없다. 내가 갖고 있는 태도 중에서 내 세울 것은, 현재에 안주하는 태도보다는 미래를 위한 준비를 조금씩이라도 성심껏 해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쉼표구름은 오뚝이고, 그게 내 브랜드니까. 




꿈을 품고 있는 사람의 삶은 빛난다고 믿는다. 그런 사람들은 남들이 의미 없다고 하는 말에 속지 않는다. 그저 묵묵하게 제가 결심한 것들을 조금씩 해내며 살아간다. 물이 들어와야만 노를 젓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물이 들어올 때를 대비하여 노 젓는 것에 익숙해지기 위한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그런 노력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기록으로 붙잡아 두어야 한다. 내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기록해 두는 것이다. 기록을 쌓아가기에는 블로그가 가장 적합하다. 여러 개의 꿈을 블로그 카테고리 별로 나눠 동시에 기록해 나갈 수도 있다. 그게 모이면 꿈꾸던 내가 된다. 꿈을 향한 모든 기록은 브랜딩이다. 





이전 08화 블로그가 돈이 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