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엄마, 조금씩 성숙해져 가다

by 쉼표구름

큰아이가 처음으로 품에 안기던 날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태어남과 동시에 우렁차게 우는 아기를 향해, 배 속에 있을 때 지어 주었던 태명을 불러주며 달랬습니다. 그랬더니 거짓말처럼 울음을 뚝 그치고 소리가 난 쪽을 빤히 쳐다보더라고요. 네. 알아요. 그맘때는 눈의 초점도 잘 안 맞는다는 사실을요.

그리고 느꼈죠. 저 작은 아기를 평생 사랑하겠구나. 내가 정말 엄마가 되었구나. 한편으론 이 소중한 생명을 잘 키울 수 있을까? 두렵기도 했답니다. 힘들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조리원에서 집으로 돌아온 순간부터 엉망진창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나름 잘 해낼 줄 알았거든요.


철없는 엄마, 조금씩 성숙해져 가다


결혼 3년 차였던 어느 날, 회사가 문을 닫는 바람에 실업자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회사에 취업하려면 임신을 더 미뤄야 했는데, 더 미루면 자연 임신이 어려워질 것 같아서 취업 대신 엄마가 되기로 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얼마 안 가 아기 천사가 찾아와 주었답니다.

지독했던 입덧 기간이 지나간 뒤, 집에만 있으려니 좀이 쑤시더라고요. 스무 살 때부터 일을 시작해 별로 쉰 적이 없어서 그런지 시간이 생겨도 마음껏 즐기지를 못했습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나 하고 기웃거리다가 블로그 체험단을 알게 됩니다. 육아용품 체험단이라는 별천지의 세상에 눈을 뜬 것입니다. 공짜로 물건을 받고, 블로그에 리뷰 글 하나만 올리면 되는 거였어요.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기저귀, 물티슈, 아기 이불, 젖병 등, 웬만한 육아용품은 체험단을 통해 준비를 마칠 수 있을 정도였답니다. 실력이(?) 향상된 덕분인지, 나중에는 디럭스형 유모차에 카시트까지 받게 되었지요. 열혈 육아 블로거가 되어 갔습니다.


조리원에서도 아기 보는 틈틈이 리뷰 글 또한 열심히 쓸 만큼 정신이 홀딱 빠져있었습니다. 이때는 손목을 많이 쓰지 말고 쉬어야 하는데 말이죠.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선지 수유하는 법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채 조리원을 퇴소하게 됩니다. 그때만 해도 집에 가면 지금보다 편하게 블로그를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아 철이 너무 없었네요.


수유 자세 때문인지, 아니면 아기가 입이 작아선지, 집에 돌아와 모유 수유한 지 며칠 만에 가슴이 다 헐어 버렸어요. 아프지만 아기는 먹어야 하니까 이를 악물고 수유했지요. 가슴 통증은 그렇다 치는데 밤에 잠을 푹 자질 않아서 정말 힘들었어요. 낮엔 그럭저럭 버티겠는데 밤에는 정말 속된 말로 돌아버릴 것 같더라고요.


간신히 재웠다 싶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엥~하고 울고, 조금 자는가 싶어서 살금살금 밖으로 나와 다른 일을 좀 보려고 하면 그때부터는 시간 간격으로 깨서 울더라고요. 조리원에서는 수유콜 하지 말아 달라고 하면 밤에 잠이라도 잘 수 있었는데, 집에 오니 나 대신 젖을 물려줄 사람도 없고, 남편은 야근한다고 매일 늦으니 맡길 데도 없었습니다.


잠을 잘 자지 않고 울어대는 아기를 안고서 얼마나 많은 밤을 같이 울었는지 몰라요. 그런데 재밌는 얘기 하나 해드릴까요? 밤에 아기가 안 자서 슬펐던 이유가 뭐냐면요. 피곤해서도 있지만, 실컷 블로그를 할 수 없어서요. 낮엔 체험단 물건 사진을 찍어 놓고, 밤에 블로그에 리뷰글을 썼거든요. 그런데 애가 계속 깨서 우니까 이도 저도 못 하고 발이 묶이니 그게 정말 답답하더라고요. 그때 알았어야 했어요. 저는 집에 있더라도 아이가 너무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자신이 성장하지 못하면 우울감을 느낀다는 사실을요.


그때는 알지 못했어요. ‘엄마의 시간을 다시 찾는 일’이 훗날 제 삶을 완전히 바꿔놓을 거라는 것을요. 이 책은 그 과정을 천천히 따라가며, 엄마인 당신도 충분히 똑같은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이야기입니다.


위 글은 <엄마의 틈새 시간>책 일부입니다.전문은 책에서 읽어 보실 수 있어요.


https://brunch.co.kr/publish/book/11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