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브런치에 글을 써보며 다른 작가들의 글을 보니
글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가들 상당수가
생계 걱정이다. 반짝 책 한 권이 잘 팔렸다 한들
유명세로 밥벌이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쓴 다는 것과 읽는다는 것은
밥 이상이다. 밥은 누구나 먹고, 아무나 먹고,
계속 지금껏
모든 사람들 동물들까지 먹어왔지만 글은 쓸 수 있는 사람이 정해져 있음을 글을 쭉 쓰는 이들의 글을 보면 알게 된다. 어제 7개월 된 딸을 잠시 돌봄 선생님께 맡기고
오롯이서재에 첫째 딸이랑 다녀왔다.
가만히 서재에 앉아 김영민 신간 (나온지도 몰랐다니!)
가벼운 고백을 읽었다.
내가 그 책을 키득 거리며 읽는 동안 딸은 우주 관련한 동화책을 읽다가 오싹 오싹 크레용 오싹오싹 팬티를 읽었다. 엄마 나 이거 사주면 안 돼?
오싹오싹 크레용은 내가 좋아하는 동화책이란다.
어린이집에서 자주 읽는다고 말한다. 집 앞에 도서관에 가서 빌려볼까? 라니 사달라며 그러면서 도서관에는
내가 읽고 싶은 책이 다 있지는 않다고!
비치도서만 있고 구매할 책은 없어 못 사 왔지만
딸아이와 책방에 가서 책을 사고 책을 고르는 시간은
참 괜찮은 잠시의 휴가였다.
가벼운 고백' 속에 내 마음을 후벼 파는 고백이 하나 있었다. 책 읽기는 밑 빠진 독 같은 거라는 내용이었다.
책을 적당히 읽으면 거기서 교훈도(?) 찾고 힘도 얻고
지식도 얻는 것 같지만 자신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지점은 밑 빠진 독인 것 같다는 그 말이 나는 왜인지 깊이 공감이 갔다. ^^ 오싹오싹 크레용을 인터넷으로 주문해야겠다.
얌전히 앉아 감자깡을 먹으며 책을 보는 8살 아이를 보니 잠시 기뻤다. 책을 읽으며 자유롭게 음료수도 마시고 내 집 서재처럼 이용하는 경험이 좋았다.
아이들도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김영민 교수는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의 저자이다. 가벼운 고백을 구입하려다 블라인드북 한 권을 구매해 왔다. 블라인드 책을 몇 번 사봤지만 대부분 실패(?)해서 사지 않으려다가 어제 간 서점은 책 큐레이션이 대부분 맘에 드는 책들이라 대부분 스테디셀러가 되길 바라는 책들 통째로 다 사고 싶은 책이어서 결국 블라인드북을 고른 것,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아이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우주복 패딩을 입은 아기를 안고 걸어오는 아빠를 보면서 내 동생과 친구겠다란다.
그러더니 그 아기는 어쩌면 동생보다 나이가 많을 수도 있어 란다. 왜?라고 물어보니 내 동생은 신발을 아직 못 걸으니 안 신는데 걔는 운동화를 신고 있었어 아마도 걸을 수 있나 봐라고 난, 우리 딸이 내심 관찰을 잘하는 아이가 되길 바랐는데 마종기 시인이 했던 그 말이 아이에게 이루어지길 바랐다. 그리 되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하다.
딸을 위한 시
-마종기-
한 시인이 어린 딸에게 말했다
착한 사람도, 공부 잘하는 사람도 다 말고
관찰을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
겨울 창가의 양파는 어떻게 뿌리를 내리며
사람은 언제 웃고, 언제 우는지를
오늘은 학교에 가서
도시락을 안 싸 온 아이가 누구인가를 살펴서
함께 나누어 먹으라고.
서점에 아이와 가는 일은 분명히 딸에게 가장
최선의 것을 선물하는 일 같다.
(오롯이서재는 남양주에 위치한 좌석이용권을 구매해 서점지기가 없어도 공간 예약 해서 들어가 책을 읽을 수 있는 서재 겸 서점입니다. )
오롯이서재
경기 남양주시 덕송 2로 6번 길 28-22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