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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하는 슬기 Apr 27. 2023

내가 ‘글쓰기’를 놓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글로 알게 된 인연과 실제로 만나서 봄 데이트하기


나는 '글'로 알게 되고 맺어진 인연이 적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11년 차 블로거이기도 하고, 이제는 글을 업으로 삼고 매일 글 쓰는 사람으로 살아온 지 4년이 지났다. 글로 알게 된 첫 번째는 인연은 오랫동안 글로 소통하다가 실제로 만난 블로그 이웃이다. 이 중에는 6년 넘게 그 연을 이어오며 심적으로 가깝게 지내는 친구도 있고, 하는 일의 분야가 비슷해서 서로 도움을 주는 인연도 있다. 또한 브런치를 통해 함께 글쓰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실제로 만난 분들도 있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지금 운영 중인 글쓰기 클래스 수강생분들의 절반 이상이 브런치 독자분들이었다고 한다.) 이 밖에도 크몽에서 마케팅 글쓰기 업무로 알게 된 클라이언트 분 중에는 장기간 작업을 해오며 좋은 비즈니스 파트너로 알고 지내는 분도 계시다.


그리고 요즘 나에게 있어서 ‘글로 맺어진 인연’ 중 빠질 수 없는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분들’이 있다. 바로 내가 운영하고 있는 ‘글쓰기 클래스의 수강생분들’이다.  2021년 제주살이 할 때 글쓰기 클래스를 처음 시작했고, 경기도 본가로 돌아온 2022년부터 지금까지 수강생분들은 꾸준히 늘어났다. 확률로 치자면 80%가 서울 경기 오프라인 클래스 수강생분이고, 20%가 온라인 수강생분이다.


온라인 수강생분들이 온라인 수업을 듣는 이유는 단 하나다. 오프라인 수업을 듣기에 물리적으로 먼 거리에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수강생분들 모두 온라인 클래스도 상당히 만족스럽게 듣고 계시지만, 종종 “서울, 경기 지역에서 수업 듣는 수강생분들 부러워요~ 저도 작가님이랑 오프라인으로 수업하고 싶어요~ ”라고 말씀해 주시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진심으로 “미리 날짜만 맞춰서 와주시면 저는 언제든 환영이죠~! 그러면 하루 날 잡고 오프라인 글쓰기 클래스도 하고, 제가 가이드로 경기도 본가 투어 (슬기 투어) 싹~ 시켜드릴게요!”라고 말씀드렸다.


그러던 중, 나와 온라인 클래스를 6개월 넘게 하고 계신 윤지 수강생님과 실제로 오프라인 수업 일정을 잡게 됐다. 나와의 ‘오프라인 클래스+슬기 투어’를 위해 3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미리 연차까지 내셨다. 게다가 윤지 수강생님께서 계시는 곳인 경남 진주에서 경기도 여주(내가 지내는 곳)까지 바로 오는 교통편이 없어서 대전 터미널에서 버스를 한 번 갈아타고, 장장 5~6시간이 걸려서.. 힘겹게 와주셨다!


6개월 넘게 일주일에 한 번씩 화상채팅을 통해 글을 함께 쓰고, 많은 이야기를 나눠서 그랬을까. 실제로 뵙는 건 처음이었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꼭 이전부터 매번 오프라인 수업을 해왔던 것처럼, 편안했다. 흘러넘치는 ‘반가움’은 기본이었고.


오늘은 ‘이슬기 작가와 함께하는 오프라인 글쓰기 클래스’ 이자 또, ‘고객님의 취향에 꼭 맞춘, 1박 2일 같은 당일치기 슬기 투어’를 보내기로 한날이다. 그래서 오늘 하루의 코스는 미리 쫙~ 준비를 해놨다.  첫 번째 일정은 우리가 만난 주목적이기도 한 ‘오프라인 글쓰기 클래스’다. 터미널에 윤지님을 픽업한 후 바로 카페 무이숲으로 향했다. 이 카페는 규모가 크고 회의, 모임 등을 위한 공간을 잘 구성해 놓은 곳이라 글쓰기 클래스를 하기 딱 좋은 분위기다.




6개월 넘도록 이렇게 네모난 창을 통해서 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그런데! 이렇게 네모난 창을 나란히 옆에 두고, 함께 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다뇨..! 일상 속에서 흔히 맛볼 수 없는 신기함과 반가움이었어요.



늘 그랬듯 우리의 글쓰기 수업은 즐겁고 보람찼다. 수업을 마치고 나서 나는 본격적으로 작가가 아닌, 슬기 투어의 가이드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카페에서 윤지님의 사진을 열정적으로 찍어드리고, 함께 카페 굿즈도 사고, 더 늦기 전에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다음 코스는 자연과 유유자적함을 좋아하신다는 윤지님의 취향을 적극 반영한 ‘신륵사’가 되겠다. 신륵사는 이전에도 여주를 방문했던 타지 친구들이 왔을 때도 데리고 갔던 필수 코스이기도 하다. 절 특유의 고즈넉함과 광활하고 탁 트인 남한강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여주팔경 중 하나다. 특히 신륵사 강월헌에 앉아 불어오는 부드럽고 시원한 봄바람을 맞으며 강물멍을 때리면 그 순간만큼은 마음속에 일렁이는 온갖 감정들이 남한강물을 타고 ‘유유히’ 내려가는 것만 같다.


하지만 현실 속 슬기투어에서는 삼각대 없이 둘이 같이 사진 찍겠다고 위태롭게 폰을 세워두고 윤지님 옆으로 달려가기 바빴다. 10초 타이머가 지나면 다시 세워둔 폰으로 가서 사진이 어떻게 찍혔나 다시 달려가 확인하고는 깔깔깔 웃는데, 꼭 여고생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저희 분명,, 실제로는 처음 본 사이입니다..? 10년 넘게 알고 지내던 동네 언니-동생 같은 케미는 어디서 나오는걸까요.


그다음 코스는 우리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망의 저녁식사 시간이다. 그리고 저녁을 먹으러 걸어가는 길에는 벚꽃이 예쁘게 핀 거리를 거쳐가는 깨알 코스까지 넣어놨다. 저녁 먹으러 간 삼겹살집에 자리 잡고 앉자마자 일단 소맥으로 ‘갈증’을 풀어줬다. 여기서의 갈증은 정말 오래 걸어서 목이 마르기도 했고, 또 윤지님과 내가 목말라하던 '이 시간에 대한 갈증'이기도 하다.


소맥 한 잔에 어찌나 신나던지. 윤지님과 내 입꼬리는 하늘을 향해 바짝 올라가 있었다. 모니터 화면을 통해 보던 윤지님과 실제로 만나 “짜~안~!”을 외치는 그 순간, 온라인 수업을 하던 어느 겨울날이 떠올랐다. 당시 심적으로 힘들었던 내게 수업이 끝날 때쯤 윤지님이 이렇게 말씀해 주셨었다.

“작가님! 제가 곧 작가님 계신 곳으로 가서 소맥 타 드릴게요! 우리 같이 한 잔 하면서 훌훌 털어냅시다!”

그때 윤지님이 해주신 그 말 한마디가, 그 말을 해주시는 윤지님의 마음이, 그렇게도 든든했다.



글과 진심의 힘을 믿는 사람, 그리고 소맥의 시원함을 사랑하는 사람과의 한 잔을 저는 ‘행복’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그 소맥을 정말! 이렇게! 실제로 만나서 함께 마실 줄을 몰랐다. 이 상황이 신기하기도 했고, 또한 그 말을 지키기 위해 아주 먼 길을 와주신 윤지님께 너무 고마울 뿐이었다. 그리고 단순히 글쓰기 클래스 작가와 수강생의 관계라기보다 우리는 서로의 삶에 ‘응원’의 존재가 되어감을 느꼈다.


맛있는 고기 한 점에, 한 잔 곁들이며 지난 시간 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늦어버렸다. 원래 슬기 투어 일정대로라면 이자카야로 2차를 가는 것이지만, 다음 만남을 기약하기 위한 '의도적 아쉬움'을 일부러 남겨놓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날, 각자 스케줄이 있어서 오전 시간에 커피 한 잔을 끝으로 슬기 투어는 끝이 났다.


우리는 ‘6개월 넘게 늘 그래왔던 것처럼’, “그러면 저희는 다음 수업 때 뵈어요~”라는 말을 남기고 서로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렇게 글로 맺어진 인연과 봄날의 따뜻하고도 예쁜 추억 한 장이 완성되었다.



삶에서 진심과 진심이 만나면 그건 기적과 같은 일 같아요. 저의 일상에 기적과 같은 봄날을 선물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나는 항상 생각한다.

나는 정말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그중에서도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특히나 요즘 들어서 더더욱 나는 정말 ‘인복’ 하나는 정말 타고났다고 느낀다.

내 주변에는 ‘사람’과 ‘삶’에 진실되고 진심인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진심은 내 삶에 찾아와 나의 진심과 닿아 찐득한 우정, 사랑과 같은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곤 한다.


요 근래 나의 일상 중 가장 자주 보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분들은 클래스 수강생분들이다.

모든 수강생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질수록 내 머릿속과 가슴속에 선명해지는 한 문장이 있다.

‘아.. 이분들.... 이분들은 정말 찐이다..!’

우리 수강생분들은 글쓰기에도, 사람에게도, 삶에도, 그리고 이슬기라는 사람에게 갖는 마음도,

모두 모두 진짜 진심인 사람들이다.






문득 ’글‘이라는 불안한 꿈을 선택하고 그 앞에서 수없이 흔들리고 무너졌던, 그래서 나의 선택을 후회하고 아파했던 나날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요즘 나는 내가 선택한 ‘글’이라는 일과 꿈에 진심으로 고마울 때가 더욱 많다.

물론 '글'로 하고 싶은 일도, 이뤄내고 싶은 꿈도 아직 많이 남아있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나는 ‘글’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진심으로 깨닫고 있다.

글은 나에게 상상하지도 못했던 것들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나는 글로 인해 소중한 인연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 인연들과 나는 ‘재미, 위로, 응원, 희망’과 같이 값진 것들을 서로의 삶에 나누고 있고, 더 나아가 우리는 서로에게 그러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이것이 바로 내가 '글'을 놓지 못하는, 놓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이자 가치다.







(본문의 주인공이신)

저와 함께 7개월 넘게 글을 쓰고 있는,

그리고 삶과 글 속에 진심과 긍정이 향긋하게 묻어나는 '유유히' 작가님의 브런치입니다.

https://brunch.co.kr/@fixuuu






오늘도 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응원 덕분에 저는 글쓰기라는 저의 일과 꿈을 지키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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