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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비아빠 Dec 04. 2023

내 인생의 큰 버팀목이 사라졌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꼬물거리던 조그만 아이가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부모만이 가진 특권이다. 자식을 갖지 않은 부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그들이 가진 가장 큰 특권을 스스로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일이기에 안타까움이 더 크다. 자식을 버린 부모, 자식을 학대하는 부모, 자식에게 몹쓸 짓을 하는 부모들도 간혹 있기에 무어라 말하기도 어렵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면서 TV에는 이혼한 사람들, 자식 문제, 연애 문제, 먹고사는 문제 등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다는 이야깃거리만 들려온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고 그냥저냥 먹고살면서도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런 평범한 아름다운 모습들은 사람들이 당연하다 생각하는 것인지 주목하지 않는다.


 나에게 슬비는 친구였고, 동반자였고, 버팀목이었다. 더 이상 사랑해 줄 수 없을 정도라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몸과 마음을 다해 사랑해 줬다. 아빠를 졸졸 따라다니며 함께 시간을 보냈으나 간혹 성가셔하기도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왜 그랬을까? 너무나 후회가 된다. 나는 슬비의 친구였기에 항상 붙어 다녔다. 초등학교를 가고 중학교를 가면서 아빠보다는 친구를 찾을 때면 조금 섭섭하기도 했지만, 우리는 다른 가정보다는 더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는 생각이다. 캠핑과 여행을 나름은 자주 다녔고, 함께 드라이브도 가고 맛집도 찾아다녔다. 


 그저 함께만 있어도 너무너무 행복했고 더할 나위 없이 마음이 따뜻해져 온다. 그러한 마음을 매 순간 느낄 수 있음이 행복이고 사랑이 아니면 무엇을 그리 표현할 수 있겠는가?


 어느 누구 보다라고는 할 수도 없고 세상에서 가장이라고도 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처해있는 환경에서 나는 슬비에게 더 잘해주려 노력했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슬비가 섭섭했겠다 싶은 경우도 생각이 나곤 한다. 인생사 완벽이란 게 있지는 않으니 내 그릇의 크기에 맞는 부모노릇은 충분히 했다고 생각해도 되겠지...


 나는 슬비를 위해 살았고 슬비를 위해 일을 했고 슬비를 위해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았다. 매일 매 순간 슬비와 함께했던 즐거운 추억들을 떠올리며 흐뭇해했고, 외고에 진학 한 뒤 매일 볼 수 없음에 안타까웠다. 슬비가 외고에 진학한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우면서도 가장 후회가 되는 일이다. 졸업조차 하지 못할 것을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할게 무에 있을까...


 슬비와 함께했던 내 인생의 찬란했던 시간은 단 보름 만에 막을 내리고 모든 것이 후회와 절망으로 가득 차 빈 껍데기만 남아 매 순간을 과거를 돌이키며 살고 있다. 이것보다 더 슬픈 일이 또 있으랴... 이것보다 허무한 일이 또 있으랴... 이것보다 더 후회되는 일이 또 있으랴...


 나의 미래는 사라졌고 내 인생의 가장 큰 버팀목이 사라졌다. 


 나는 이제 과거에 갇혀 살아가야 하는 슬픈 짐승이 되어버렸다.


 ※ 오늘은 글을 쓰려해도 나의 뇌가 거부를 하는 듯 해 습작으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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