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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진 Sep 15. 2024

최소한의 과학공부

개인적인 서평

 책을 읽다 보면 내용이 흥미로워 작가에 대한 검색을 이어가는 경우가 있다. 이런 책을 쓴 분은 어떤 분이실까 하는 호기심에 작가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는 것이다. 최소한의 과학공부 같은 경우는 반대로 작가님을 알고 책을 읽게 된 경우였다. 발행된 글에 늘 성실하게 답변을 주시는 작가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읽게 된 것이 책을 선택한 처음 동기였다. 사실 독서는 어디까지나 취향의 영역이므로, 아마도 자발적으로는 고를 생각을 못했을 제목과 디자인의 이 책을 덕분에 접하게 되었다.  

 성인이 된 후 거의 처음으로 과학 관련 책을 읽어보았고, 선택은 무척 성공적이었다. 목차에서 이미 작가님의 박식함이 느껴졌던 이 책을 읽을수록 넓고 새로운 세계를 접했고, 작가님의 노력에 대한 놀라움 또한 컸다. 이렇게 방대한 책을 문과 출신이 저술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지 숙연해졌고, 처음에는 덕후적 취향으로 비롯되었으리라고 단순하게 여긴 추측은 마지막 나가는 글을 통해 크게 빗나갔음을 깨달았다. '집필이 너무 힘겨웠다'라고 고백한 마지막 부분의 담백한 표현 속에 숨길 수 없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죄송하게도.. 각자가 가지고 있는 지식수준은 다르므로 읽다 보니 중간중간 검은 것은 글씨 흰 것은 종이.. ^^;; 의 부분이 있긴 했다. 개인적으로는 '최소한'의 과학공부는 아니었지만 독자마다 지적 수준의 차이로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다를 것이니 그 부분은 차치하고, 개인적 서평에서는 지식적인 부분 외의 부분을 다뤄보도록 하겠다.

 먼저,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작가님의 균형 잡힌 시각이었다. 실질적으로 기록상에서 다뤄지고 있는 인물들 외의 숨겨진 인물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 부분이 좋았다. 작가님은 어떠한 일의 성과를 대표하는 사람 뒤에는 실질적으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잘 알고 계신 분이라 느껴졌다. 어쩌면 현재의 본업이 과학자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연구하도록 돕고 있음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여성 과학자에 관한 언급에 관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딸을 키우는 아빠가 성별에 관한 평등 지수가 높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적이 있는데,  그 경우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성 과학자 '프랭클린'에 관해 언급한 부분이 기억에 많이 남았고, 그 부분을 프랭클린을 향한 위로로 해석했다.

 자칫 딱딱하게 읽힐 수 있는 주제를 다루는 이 책이 딱딱하지만은 않게 읽힌 것은 책 중간중간 반영되는 저자의 시각 덕분 아닐까 싶다.  P.216. 사실 이런 연구가 돈이 되냐는 현대과학에서도 꾸준히 반복되는 질문이다. (중략) 그것이 가져올 결과는 과학자 본인도 대부분 알 수 없다.

윗부분에서 한편으로는 작가님 본인의 글은 쓰는 이유도 동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 본인 또한 글이 가져올 결과는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그 글을 쓰는 것. 그 마음으로 쓰고 계신 건 아닌지 문득 생각해 보았다.

  P.136.(패스토어와 윌슨의 대화에서) 이 새로운 지식은 전적으로 국가의 명예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을 지키는 일이 아니라, 지킬만한 가치가 있도록 만드는 일과 관련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 또한 인상 깊었다. 사실적인 과학 지식 이외의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부분이었다. 어쩌면 그래서 '순수 호기심'의 영역이 존재하는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보이지 않는 것을 사랑한 사람들의 이야기 아닐까? 또한 문장 표현에 있어서도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방식이 어떠한 답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읽는이가 자신의 시각에 따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정보만 제공하는 방식이 긍정적으로 여겨졌다.

 평소 모르던 분야의 책을 읽는 일은 뇌의 안 쓰던 부분을 자극해 한편으로는 복잡한 현실을 벗어나 머리를 식히기에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이 책은 과학에 대한 기초지식이 희박한 분들께도 추천해 드릴 만한 책이라 여겨진다. 생각보다 훨씬 유익한 책이었고, 읽을 동안은 잠시 복잡한 일상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도 책의 장점이었다. 또한, 분야가 나뉘어 있어서 여러 차례에 걸쳐 나눠 읽기도 좋았다.

 또한, 이 책을 가지고 일본으로 돌아오던 길 인천공항 출국장 매대에서도 판매되고 있었고, 벌써 5쇄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새삼 책의 인기를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인천공항 출국장 서점에서 판매되던 최소한의 과학공부. 신기하고 반가웠다.


 이 책의 꾸준한 건승을 기원하며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서평을 쓰는 마음을 덧붙인다.

'소설가가 된 이후, 이따금씩 친구의 그 말이 떠오를 때가 있다. 나에겐 찻집도 없고, 편지를 보내오는 사람도 없지만, 나는 어쩌면 알지 못하는 누군가를 향해 계속 답장을 써 보내는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닐까?'-백수린, 다정한 매일매일

 이것이 비단 소설에만 적용되는 부분일까. 알지 못하는 누군가를 향해 계속 답장을 써 보내는 것은 글을 쓰는 모두의 숙명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작가님 또한 그 마음을 알고 계시기에 관심작가의 글에 꾸준히 성실하게 댓글을 달아주시는지도 모른다. 첫 책부터 대박을 터뜨리시고 이미 몇 권의 책이 계약되어 있는 작가님께서 부지런히 답장을 쓰는 일을 이어가시기를 바라며 작가님께도 응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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