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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진 Jul 25. 2023

읽다 보면 궁금해지는 것들

사랑하는 읽기의 세계

 '작가님 글처럼 자신다울 줄 알고, 주변을 편안하게 만드시는 분 같아서요 :)' 

 '글을 보면 작가님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내면이 강한 분이신 거 같아요.'

 나의 글에서 읽히는 나를 추측하는 댓글이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성향의 사람에 근접한 글을 볼 때(사실 여부는 잠시 차치하고;) 나는 조금 기분이 좋아진다. 그것을 계기로 나는 평소 흥미 있던, 글에서 읽히는 것들과 '작가'의 이미지에 관한 글을 쓰고 싶었다.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다. 책을 읽다 보면 나는 많은 것이 궁금해진다. 책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읽다 보면 접해보지 못한 이미지를 혼자 상상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자주 스마트폰을 끼고 책을 읽는다. 생소한 이름의 이국요리가 궁금해서, 처음 듣는 이름의 나무나 식물이 궁금해서, 어떤 동물이 궁금해서, 특정 무늬의 옷과 디자인이 궁금해서, 가끔은 어떤 곤충이 궁금해서, 어떤 지역과 건물이 궁금해서, 어떤 그림이 궁금해서. 여러 가지 이유로 나는 수시로 검색을 일삼으며 글을 읽는다. 덕분에 어떤 책은 아주 진도가 더디 나가기도 한다. 그 검색의 절정을 차지하는 것은 아마도 작가 검색일 것이다. 읽다 보면 작가 개인이 궁금해지는 글이 있고, 어느덧 호기심에 이끌려 그를 찾아본다.

 글에서 비치는 모습에서 혼자 막연히 상상해 본 작가의 이미지에 실제 모습을 대조해 보는 것은 혹 실례일지 모르지만 내게는 퍽 흥미로운 일이었다. 작가를 검색한 뒤 글을 보면 또 느낌이 달라졌다. 상상했던 이미지와 비슷한 경우도 많았지만, 가끔은 상상했던 이미지와 전혀 달라 글 전체에서 받았던 느낌이 다시 세팅되는 경우도 있었다.

 처음은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였다. 한 단어로 정의가 안 되는 시대를 앞서간 매력적이고 지적인 소설가이자 시민 운동가였던 그분에 관해 수업시간에 듣고 인간적 호기심이 생겼다. 왜 그 생각을 못했는지 그를 찾아본 것은 오랜 시간이 지난 뒤였다. 문득 찾아본 그의 사진은 생각했던 이미지와 많이 흡사했다. 지극히 개인적 의견이지만 아름답고 지적인 그녀를 보자 흥미로웠고, 그 뒤로 종종 글을 읽다 어느 순간 작가가 궁금해지면 검색해 보게 되었다. '왠지 이런 글을 쓰신 분은 이런 분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글을 읽다가 궁금해지는 작가와 일방적으로 안면을 텄다.

 드라마로도 방영된 ‘사랑의 이해’의 '이혁진‘작가님은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해 보지 않았더라면 모를 뜨거운 글과 사람의 심리를 미세하고 예리하게 포착하며 고급진 세계에 빠삭한 그가 몹시 궁금해 찾아봤고, 센스 있고 가독성 있는 글에 빠져 '장류진'작가님도 찾아보았다. 가끔 서늘하지만 위트 있는 '은희경' 작가님도 검색의 대상이었다. 은희경 작가님 같은 경우는 소설 '태연한 인생'속 문장에서 작가님을 발견했다. '처음 들어올 때 요셉을 알아봤다는 말은 여자가 처음부터 요셉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남자의 말에 귀를 기울일 때의 다정함과 커피잔을 들어 맛볼 때의 호기심, 친구에 대한 당당하고 친근한 태도, 그 모두에는 그녀의 의도가 들어 있었다.'라는 문장에서 작가님의 성향이 읽혔다. 소박한 듯 하지만 작가다운 예리한 한끝을 품고 있는 '권여선'작가님도 궁금했다. 작가에 대한 검색 후 다음 검색은 작가 본인의 작품에 관한 인터뷰 기사로 이어진다. 작품의 해석은 읽는 이의 몫이지만 그럼에도 재밌게 읽은 작품의 작가 자신의 설명을 듣는 일은 꽤 재밌었다. 그 후 작가에 대한 약간의 친근감과 배경지식으로 무장 한 뒤 글을 읽으면 한층 재밌어진다. 마치 아는 사람의 글처럼.

 그런 이유인지 내게 재밌는 글 중 하나는 단연 '아는 사람의 글'이다. 전제 조건을 하나 더 붙인다면 '좋아하는' 아는 사람의 글이다. 나는 (좋아하는) 아는 사람의 글을 읽는 것이 좋다. 아는 사람의 글은 너무 재미있다. 나의 글을 아는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것은 민망해하면서, 나는 아는 사람의 글이 무척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글을 써달라고 권해보고 싶을 정도로.

행동과 표정과 말이 그 사람을 나타내주는 것은 맞지만 보이는 것의 한계를 넘어 글을 통해 그 사람의 보이지 않는 모습을 접하고 싶을 때가 있다. 우리는 우리 안에 없는 것은 결국 쓸 수 없으므로.


그래서 나는 부지런히 읽고 또 부지런히 쓴다. 새로운 작가들과 안면을 트고 언젠가는 나의 글이 좋아하는 이들에게 가닿는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상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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