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후쿠오카
* 검소하다 : 사치하지 않고 꾸밈없이 수수하다.
일본 생활 가운데 자주 느껴지는 가치를 꼽자면 하나는 '검소함'일 것이다. 단아하고 정갈하며 군더더기가 없는 문화. 오래전 이들이 생활해 온 공간을 보아도 단아함과 정갈함의 본질이 오랜 시간 이어져 왔음이 느껴진다. 아마 검소함 또한 그것과 궤를 함께 하지 않을까.
아이 학교의 행사가 있어 다녀왔다. PTA 親子ふれあい会. 학부모와 교사 연합회(PTA, Parent-Teacher Association)가 주최해 자녀들과 어울리는 행사였다. 그날의 게임은 공 던져 넣기(玉入れ) 게임으로 어릴 때 우리나라 운동회에서 하던 콩주머니 던지기와 매우 유사했다. 긴 장대 끝에 매달려 있는 바구니 안에 공(우리나라의 콩주머니)을 집어넣어 많이 넣는 팀이 이기는 게임.
소박한 행사였다. 직접 만들어 여러 번 기운 흔적이 있는 낡은 공(玉)은 친근했고, 참가자들에게는 마실 것이 하나 제공되었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맛의 그들의 성정과 닮은 차(茶). 덕분에 단순하지만 즐거움의 본질에 충실한 시간을 보냈다. 학부모에게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외에 과연 바랄 것이 있을까.
일터에서 동료들과 나누는 간식 또한 거창하지 않다. 직접 우린 따뜻한 홍차를 텀블러에 담아와 따라주거나(찻잔이 매우 예쁘다.), 금방 지은 밥에 후리카케를 뿌려 주먹밥을 만들어 오거나. 혹은 받는 이가 부담되지 않을 딱 그만큼의 간식. 초콜릿 하나. 비스킷 한 조각. 도넛 하나. 그렇게 소소한 간식을 나눈다.
텐쵸(店長)의 나눔도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누군가 직접 기른 귀여운 농산물. 과일 한두 개. 새해에는 우리나라의 세뱃돈과 비슷한 개념의 돈(お年玉)을 주기도 한다. (물론 세배는 않는다.) 그러한 문화권이기에 새해의 돈을 담는 봉투도 센스가 가득하다. 앙증맞은 크기의 소액을 담을 수 있는 봉투.
검소하고 군더더기 없는 이들의 문화와 과하지 않은 생활. 무언가를 받으면 작게라도 마음을 담아 답례하는 문화. 때로는 그 야무진 문화가 불편하던 시간도 있었지만, 이제 조금은 안다. 검소한 단정함 속 본질은 '온기'에 가까울 것을.
날이 추워 온천에 다녀왔다. 따뜻하고 맑은 온천을 감각하며 생각했다. 어쩌면 이곳에서 느낀 마음은 일정 부분 온천에 빚지지 않았을까. 뜨거운 열기를 품은 곳에서 살아온 이들이라면 그 기질이 온전하게 차가울 수 없을 것 같아서. 때로는 차가움을 가장한다 해도.(※ 츤데레(つんでれ, 겉으로는 무뚝뚝하거나 쌀쌀맞지만 속마음은 따뜻함)의 뜻을 생각해 보면 과연!이라고 수긍할지도 모르겠다.) 감사하게도 내가 온천의 기운을 한끝 닮은 이들만 만나왔을지 모르지만.
덕분에 후쿠오카는 내게 일상 속 감각으로 기억될 것 같다. 특정 온도의 검소함으로. 오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