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친구와의 브런치

너의 마음(あなたの気持ち)을 알고 싶어서

by 수진
너의 마음을 알고 싶어.(あなたの気持ちを分かりたいと思っています。)

'모닝구'를 처음 접했을 때 들었던 마음은 생소함이었다. 알고 보니 아침을 뜻하는 '모닝(morning)'을 일본식으로 발음한 '모닝구(モニング)'는 단어 그대로 아침이라는 뜻 외에도 상황에 따라 '아침식사'라는 뜻이 있었다. 즉, 우리나라에서 '브런치(brunch)' 혹은 '런치(lunch)'가 식사의 보편적인 개념이듯 이곳 일본에서는 오전 11:00까지 판매하는 아침식사가 '모닝구'로 명사화되어 있을 정도로 꽤 보편적인 개념인 것이었다.

날을 잡아 친구와 그 모닝구를 먹으러 갔다. 장소는 킷사텐(喫茶店, 쇼와시대에 그 문화적 원형을 두는 휴게음식점. 카페나 다방보다 확장된 문화 공간). 장소적 특성상 커피 홍차 코코아 등 드링크류가 메인이었고, 드링크를 주문하면 모닝구는 오전 시간에 한해 가볍게 토스트 계란 잼 등을 추가 비용 없이 제공해 주는 개념이었다.

역사가 오랜 국민 킷사텐(코메다, コメダ珈琲)인 그곳에 앉아 친구와 차를 홀짝이고 빵을 뜯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와 가정과 일상과 교육... 자신을 둘러싼 삶의 여러 가지 일들을...

출처:コメダ珈琲店(http://www.comeda.co.jp)

언제부터 일까. 정확한 시점에 관한 경계도 희미하지만 어느덧 내게 일본인 친구는 '그' 자체가 되었다. 국적도 성향도 상황도 관계없이 모든 것을 초월해 '너 그리고 나' 일대일로 우정을 교류하는 관계.

가로막히는 것이 있다면 언어일까. 마음을 곧이곧대로 표현하기에는 언어의 한계에 자주 부딪치는 나는 친구에게 말했다. 너와 온전하게 같은 언어로 대화하고 싶다고. 이어지는 친구의 답변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자신은 보통 일본인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나에게 말해버린다고. 자신은 전혀 괜찮지만 행여 자신이 나의 의도를 못 알아챌까 봐 이해가 안 되면 몇 차례라도 물어본다고. 너의 마음을 알고 싶다고. (あなたの気持ちを分かりたいと思っています。)

울컥!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명확히 존재하는 무언가 엄청 따뜻한 것을 건네받은 기분이었다. 아니, 분명 친구는 그것을 건넸고, 난 분명 그것을 받았다. 아마도 온전하게 동일한 것을.

출처:コメダ珈琲店(http://www.comeda.co.jp)

'킷사텐'의 옷을 입었지만 본질은 동네 사랑방인 그곳에는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며 오래된 것을 소중히 여기는 이들로 미뤄보면 앞으로도 그러리라 여겨진다. 많은 이들이 자신과 타인과 가족과 친구와 온기가 담긴 시간을 쌓아가는 곳. 그곳에 들어서는 순간 느껴지는 특별한 기운은 분명 그곳에 쌓인 시간의 색채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그곳에 친구와 나는 우리를 얹은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기분 좋게 그곳을 떠났다.

그날 친구가 주문한 메뉴(버터 토스트&삶은 계란)를 재연해 보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이곳의 삶을 사랑하지만, 친구가 기꺼이 내어준 소중한 것이 나의 이 도시를 한층 특별하게 만들어 주고 있음을 나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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