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료는 몇 만 원에서 크더라도 몇십만 원을 넘기가 어려워 아주 큰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통장잔액 부족으로 출금되지 않는다는 것은 십중팔구 업체의 사정이 좋지 않아서일 것이다.
특히나 그런 업체는 돌아오는 출금일마다 매번 잔액이 부족하기 마련이다.
세무사는 고객과 여러 해 동안 연을 이어오다 보니 어느샌가 사업의 동반자 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
그런 관계에서 기장료가 한두 달 밀렸다고 바로 연락을 하는 것은 정 없어 보이기도 하고
사람이 너무 계산 적여 보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마냥 모른 체 지내다가 미수금도 쌓여 부담스러운 금액이 된다면
"밀린 기장료가 이렇게나 많다고요?? 미리 말을 좀 하시지.."
"한 번에 드리기가 좀 부담스럽네요. 좀 깎아주실 수 없나요?"
배려심에 한 행동이 오히려 서로 간에 믿음을 깨뜨리는 결과에 이를 수도 있다.
기장료 미수를 확인 후에는
그간 미뤄둔 책상 정리,
신문기사로 경제상황도 살피고
쇼핑몰에서 신상구경 등 딴짓을 하고는 있지만
'직원 월급에, 밥값에, 월세에 내 코가 석자야, 누가 누굴 걱정해?'
'같이 한 시간이 얼마인데 몇만 원 가지고 치사하게 그러지 말자 어련히 주시겠지.'
머릿속에는 감성과 이성 간 내적갈등이 한창이다.
그리고 매 월마다 벌어지는 이 싸움이 끝나고 나면
'나는 AI다.'라는 자기 최면과 함께 자판을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