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는 축복이다.

by 술술이세무사

어느 직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세무사 자격증을 땄다고 끝이 아니죠.


첫 출근해 문제집과 조문으로만 접하던 세법을 실무에 적용하는 것은

아기 걸음마 배우듯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깔끔히 정리되어 있는 수험서만 보다 법조문을 보려니 복잡하고 어색해 다시 수험서를 찾고요.

의뢰인과 통화를 하기 전부터 긴장으로 입술이 파랗게 질린 적도 있습니다.


그렇게 연차가 쌓여 3년 차, 5년 차를 바라볼 때면 '이제 나도 어엿한 세무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설에 가족들이 모이면 연말정산 이야기라도 꺼내며 아는 척도 하고 싶고 말이죠.


하지만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방대한 세법의 양과 곳곳에 숨어있는 함정에 걸려

몰라서 틀리고, 알아도 틀리는 일을 몇 번 겪고 나면

어깨를 쭉 폈던 자신감도 저 밑 지하까지 고개를 숙이기 마련입니다.


세무사의 실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반성하는 것에 끝나지 않습니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니 관계가 산산조각 날 수 있고

세금을 다루는 일이니 금전적 손해를 배상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실수 이후 몰려오는 자괴감도 상당합니다.


실수를 하고 나면 어딘가 멀리 도망치고 싶습니다.

게임처럼 리셋버튼을 눌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고요.


하지만 도망쳐 도착한 곳에 결코 낙원이란 없는 법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겨낼 수밖에요.


그리고 당시 느꼈던 괴로움의 크기만큼 이를 다시 겪고 싶지 않기에 더 노력하고 공부하게 됩니다.




"실수는 축복이다."


업무 중 실수가 발견되면 회의시간에 직원분들에게 하는 말입니다.


실수는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누가 실수 한 번 하지 않을 수 있까요?

어떤 실수든 더 큰 문제가 되기 전에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고

그 안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에 저는 실수를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단, 그러기 위해선 지켜야 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실수로 벌어진 문제를 책임 있게 처리하는 것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




10년이 훌쩍 넘게 세무사를 해오며 많이 실수했고 그만큼 괴로움도 컸습니다.

그리고 그런 시간들이 모여서 저를 요만큼 정도는 성장시켰다고 할까요.


작년만 해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올해가 되니 마치 3년 차에 느꼈던 것처럼 '이제 어엿한 세무사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 또 실수가 터져 나오면 그새 지하로 떨어지겠지만 말이죠 ㅎㅎㅎ


역경 속에서 피어나는 꽃이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고 하죠? (뮬란 中)


그럼 술술이 세무사는 오늘도 비바람 맞으러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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