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이세무사이야기
5월, 종합소득세 신고로 숨 돌릴 틈 없는 날이 계속되는 와중
거래처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세무사님!! 작년에 프리랜서로 일한 사람 연락이 와서 건강보험이 150만 원 나왔다고 하는데 어떡하죠?"
거래처 대표님의 다급한 전화 목소리
"글쎄요? 본인 건강보험료니까 내는 게 맞을 것 같은데요."
세무사 일을 하다 보면 이게 내 일이 맞는지, 아닌지 애매한 경우가 있다.
건강보험료도 그중 하나로 이것이 세무사 업무인지 아닌지는 그 부과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단, 이마저도 거래처 보험료에 국한된 것으로
소득세 신고로 바쁜 지금 작년에 일한 프리랜서 건강보험료를 문의하는 것은 선을 한참 넘었다고 봐야 한다.
이런 것까지 하다 보면 나중에 시장도 대신 봐야 할지 모르는 일;;
그래도 너무 잘라 말하면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해 보일 수 있으니 마음을 추스른다.
"일단은 주소지 관할 건강보험공단에 연락해서 내용부터 확인해 보라고 하시죠."
"알겠습니다.."
야근을 마치고 퇴근길에 다시 울리는 전화벨
"아까 건강보험료 좀 알아봐 주실 수 없을까요??
공단에 전화해 봤다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네요.."
"아이고.. 지금 소득세 신고기간이라 여유가 없는데.."
"친한 언니 아들이라.. 제가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ㅠ"
"..."
가슴이 꽉 막힐 듯한 기분
부탁하는 말투지만 소중한 고객이다 보니 술술이 세무사에게는 명령으로 다가온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나 말고 누구에게 이런 부탁을 하겠는가?
'받는다.'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상황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결정은 신속하고 답변은 명확해야 신뢰에 금이 가지 않는 법
빠른 체념 후 입 열었다.
"네, 필요한 내용은 카톡에 남겨 놓겠습니다."
-프리랜서 성함
-주소
-3개년 소득금액 증명원
-재산여부
다음날 오후 카카오톡 알림이 반짝였다.
'이름 김성0 , 주소는 000 , 재산은 없고 소득금액 증명원 보냈습니다.'
보내온 내용을 확인해 보니
우리 쪽에서 신고한 인건비 금액, 3개월 총합 500만 원가량 외에 눈에 띄는 수입은 없다.
건강보험료는 소득금액 기준 8% 선인데 소득도 아닌 수입금액 500만 원에 대해
150만 원이라는 건강보험료가 부과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수상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공단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야겠다.
"안녕하세요, 지역보험료 확인차 연락드렸습니다.
"네, 주민번호 불러주시겠어요?"
"040704-XXXXXXX 입니다."
"본인 되세요?"
"저는 대리인입니다."
"관련 내용은 개인정보라 알려드릴 수가 없네요."
지역보험료의 부과내용은 당사자만 확인이 가능한 바 아무 소득 없이 통화가 끝났다.
'악!!!'
머릿속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밀려있는 소득세 업무에 짜증이 머리끝까지 나지만 그렇다고 손을 뗄 수도 없고 미칠 노릇이다.
다시 전화기를 들어 거래처 대표님의 번호를 눌렀다.
"지역보험료는 개인정보라 제가 확인을 할 수 없거든요,
위임장 양식을 보내드릴 테니까 전달해서 작성 좀 부탁드릴게요."
"아 그래요? 바쁘신데 죄송해요. 바로 연락할게요."
"네^-^"
힘들 때 웃는 사람이 일류라는 말이 있듯 감정은 접어두고 웃으며 전화를 마친 술술이였다.
며칠 뒤,
전달받은 위임장을 통해 지역보험료 부과내용을 확인해 보니
프리랜서의 이름으로 부과된 보험료는 실제로는 대부분이 어머니의 보험료였고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느냐..
지역보험료는 직장 외 소득 및 재산에 대해 부과되는 것으로
귀속자 개인별로 보험료 납부서가 발송되는 것이 원칙이다.
단, 주민등록상 세대원이 여럿이고 각각이 지역보험료 부과대상인 경우는
세대원의 지역보험료를 합산
그중 1인 명의로 부과할 수 있다. (연대납부의무발생)
알고 보니 친한 언니는 건강보험료에 놀라 인건비를 갖고 장난친 것 아니냐며 오해를 했고
대표님은 누명 쓴 죄인처럼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에 급히 나를 찾았던 것!
잘못된 행정처리로 오래된 인연이 산산 조각날 뻔한 상황에서
다행히 술술이 세무사의 신속한 판단과 업무처리로 무사히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울리는 카톡 알람소리
'오늘도 한 건 해결!'
기쁨도 잠시 밀린 소득세 신고에 여념이 없는 술술이 세무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