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나라 수뇌부는 작은 땅인 가정이 촉나라 군대의 보급로와 퇴로의 생명줄을 보존하는 거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대도시 장안이 위태로우니, 강한 국력을 바탕한 중앙의 병력을 어떻게든 최대한 끌어모아 경험이 많은 장합을 지휘관으로 삼고 단기간에 빠른 점령을 목표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동이 불편한 좁은 산지를 포함한 작은 땅을 단기간에 점령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제 2계 위위구조囲魏救趙 [2])
마속은 성채가 아니라 산에다 방어 군대를 주둔했습니다. 평지보단 높은 산지가 싸움을 거는데 장애가 많을테죠. 단단한 바위들, 빼곡한 나무들, 무성한 풀들은 서로가 만나는 범위를 줄입니다. 지켜야할 곳의 부피도 줄어들고 반비례해서 밀도는 높아집니다. 공격자를 방해하면서 더 효과적으로 지킬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마속은 불리한 측면에서 취할 수 있는 방어의 기본 원칙을 수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원리에 갇힌 나머지 가장 중요한 요소를 빼먹고 맙니다. 물과 음식. 한 곳에서 한 마음으로 지키는 군대를 구성하는 인간에게 필요한 자원의 공급입니다. 정확한 이유는 후세에서도 모르지만, 계획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놓친 모양새입니다. 먹고 마시는 문제가 제일 중요하다는 사실 정도는 초등학생도 이해하기 때문이죠.
장합은 마속의 실수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가능한 식량, 물의 보급로를 통제하고 포위를 계속 유지했습니다. 약수터나 보급 통로가 없으니 들어오는 건 없고 나가는 건 많으니 시간이 흐를수록 말라 비틀어지겠죠. 심리적으로도 마찬가지로 피로, 불안, 공포, 두려움, 무력감과 같은 비관적 감정들이 사기를 어지럽히고 영양 공급이 단절되어 신경계나 머리에 힘이 빠지니 싸우기가 어려운 정신 상태가 됩니다. 이러면 지키기 위해서 싸우지도 못하고 패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억의 다중체계를 주장한 애트킨슨과 쉬프린(Atkinson & Shiffrin, 1968)은 기억을 감각기억, 작업기억, 장기기억으로 구분했습니다. 눈 여겨볼만한 것은 데이터의 흔적이 1초인 감각기억과 최대 수십년인 장기기억 사이, 작업기억입니다. 정보들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전두엽 중에서 배외측 전전두엽(PFC)이 작업기억을 관장합니다. 여기는 컴퓨터 램RAM과 비슷하게 다양한 정보처리가 일어납니다. 시각, 청각, 언어, 의미, 정서 등의 각종 정보가 연결되고 통합이 이루어집니다. 이렇게 인지적 처리를 전개하는 이 작업 마당은 저장 용량의 제한이 있습니다. 통상 5개부터 9개의 정보가 한계이죠. 또한, 이 배외측 전전두엽은 생각을 조율할 뿐만이 아니라 감정까지도 조절합니다. PFC가 망가지면 감정들의 통제가 어려워지고 주의집중에 문제가 생깁니다. 인지적 처리가 이루어지는 작업기억에도 나쁘겠죠.
이일대로의 심리적 타격점은 다른게 아닌 상대의 PFC입니다. 조절이 불가능할 정도의 감정과 욕정을 부추깁니다. 죄책감을 일으키는 경고나 질책처럼 가벼운 압박부터, 살고자하는 생존 욕구와 직결되는 잔인한 압박까지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결과는 천천히 파악하시면 됩니다. 동일 부위의 기능인 작업기억의 상태를 관찰하시고 기능이 저하된 사실을 확인하세요. 작업기억의 용량 평균이 7개라면, 2개 혹은 3개 이하로 밖에 처리를 못하는지를 측정하시면 됩니다. 예시로 평소에 무난히 처리하지만, 일하면서 고려할 요소가 많은 과중 업무를 하나 시켜보세요. 처리가 늦거나, 결과물이 부족하다면, 이일대로의 요건이 성립된 걸로 간주합니다.
물리전에서의 측정이라면, 추가할 말이 없겠죠. 결과 데이터상으로 상대 자원의 수지收支가 우리 자원의 수지보다 계속 적자인지 봅니다. 그림으로는 노키아와 애플의 시장점유율 그래프처럼 비슷한 양상으로 이해하세요. 공격을 늦춤으로써 수비의 의미를 잃게 하고 밀집된 수비와 공격 사이의 밀도차를 줄이는 것이 전략의 핵심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제 4계 이일대로以逸待勞 공식
1. 상대보다 유리한지 확인하세요. (두 나라의 병력 차이)
2. 거의 싸우지 않고 이기는 이일대로는 다른 힘을 빌려 싸우는 차도살인借刀殺人보다 상책입니다. 고려할수 있는 공격 전략들 가운데서 차도살인보다 더 우선순위로 둡시다. (식수 공급을 끊는 포위 유지 후 공격)
3. 일차 전략을 실행하세요. (식수 공급을 끊는 포위 유지 / 회사에서의 경고, 관계 단절 등 심리적 압박)
4. 싸울 힘이 없는지 확인하세요. (일차 전략 착수 후의 자원 수지 비교 / 작업기억의 자체 측정)
5. 공격하세요. 저항 없이 무너질 겁니다.
만리장성은 만리가 아닙니다. 만리로 만드는 건 믿음이겠죠. 이젠 그 믿음을 바꿔 씌울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