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도 세 번 하면 작심9일이다

왓더헬 vs. 자기용서

by 사심가득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사흘째까지는 잘 버틴다. 그런데 넷째 날, 회식 자리에서 치킨을 한 조각 먹는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든다. "이미 먹었으니까 오늘은 끝이다." 치킨 한 조각이 두 조각이 되고, 거기에 맥주가 따라붙고,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까지 산다. "어차피 망한 거, 내일부터 다시 하지 뭐."


다이어트만 그런 게 아니다. 운동도, 공부도, 글쓰기도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 며칠 잘 하다가 하루 빠지면, 그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일주일이 되고, 결국 "나는 역시 안 돼"로 끝난다.


이 글은 그 패턴에 대한 이야기다. 왜 한 번의 실패가 전체의 포기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어차피 망했으니까

토론토 대학교의 심리학자 재닛 폴리비(Janet Polivy)와 피터 허먼(C. Peter Herman)은 수십 년간 다이어터의 행동을 연구했다. 이들이 발견한 현상 중 가장 유명한 것이 "what-the-hell 효과"다. 한국어로는 "에라 모르겠다 효과"라고도 불리는 것 같다.


실험은 이렇다. 다이어트 중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먼저 밀크셰이크를 마시게 한다. 고칼로리 음료로 식사 규칙을 깨뜨리는 것이다. 그다음 아이스크림을 원하는 만큼 먹게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미 밀크셰이크를 마신 사람은 아이스크림을 덜 먹어야 한다. 배도 부르고, 이미 칼로리를 섭취했으니. 실제로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렇게 행동했다. 밀크셰이크를 마신 뒤에 아이스크림을 적게 먹었다.


그런데 다이어터는 반대였다. 밀크셰이크를 마신 뒤에 아이스크림을 더 많이 먹었다. 마치 "이미 규칙을 어겼으니 오늘은 마음껏 먹자"는 듯이 행동한다.


이것이 what-the-hell 효과다. 이는 자기가 세운 규칙을 한 번 어기면, "어차피 망했다"는 생각이 자기 통제를 완전히 풀어버리는 현상이다. 핵심은 실패의 크기가 아니다. 밀크셰이크 한 잔은 다이어트에 그렇게까지 치명적이지 않다. 문제는 규칙이 깨졌다는 인식 자체다. "깨졌다"는 판단이 들어오는 순간, 나머지를 지키려는 동기가 사라진다.


미루기에도 같은 패턴이 적용된다. "매일 30분 글을 쓰겠다"고 정한 사람이 하루를 빠뜨리면, "어차피 연속 기록이 깨졌으니"라는 생각이 들고, 다음 날도 안 하고, 그다음 날도 안 한다. 한 번의 빠짐이 전체의 포기로 이어진다. 치킨 한 조각이 다이어트 전체를 무너뜨리듯, 하루의 빠짐이 습관 전체를 무너뜨린다.




자책이 연료가 아니라 독이 되는 이유

what-the-hell 효과가 작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지력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다. 의외로 답은 감정에 있다.


규칙을 어기면 죄책감이 밀려온다. "또 이러고 있네." "나는 왜 맨날 이 모양이지." 이 부정적 감정이 불편하다. 그리고 이 시리즈의 첫 번째 글에서 다뤘듯, 미루기의 핵심은 불쾌한 감정을 회피하는 것이다. 자책이 만들어낸 부정적 감정을 피하기 위해, 뇌는 다시 회피를 선택한다. 다이어터는 더 먹고, 미루는 사람은 더 미룬다. 단기적으로 기분이 나아지기 때문이다.


자책을 하면 부정적 감정이 올라온다. 그러면 감정을 회피하고 싶다. 이 때문에 더 큰 실패를 겪고 더 많이 자책한다. 악숙환에 빠지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에는 더 열심히 해야지"라는 다짐은 작동하지 않는다. 다짐은 더 높은 기준을 세우고, 높은 기준은 더 쉽게 깨지고, 깨진 기준은 더 큰 자책을 만들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용서한 학생들에게 일어난 일

칼턴 대학교의 심리학자 티모시 파이킬(Timothy Pychyl)과 마이클 월(Michael Wohl)은 119명의 대학교 1학년생을 대상으로 연구했다. 두 번의 중간시험 전에 각각 미루기 정도와 자기용서 수준을 측정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첫 번째 시험에서 공부를 미뤘지만 스스로를 용서한 학생들은 두 번째 시험에서 덜 미뤘다. 반면 미루고 나서 자책한 학생들은 두 번째 시험에서도 여전히 같은 수준으로 미뤘다.


왜 그런 걸까? 자기용서가 부정적 감정을 줄였기 때문이다. 부정적 감정이 줄어들어서 회피할 감정도 줄었고, 과제에 다시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진의 표현을 빌리면, 자기용서는 "회피 동기에서 접근 동기로의 전환"을 만들어냈다.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있다. 자기용서는 합리화가 아니다. "미뤄도 괜찮아, 별일 아니야"가 아니다. 자기용서는 세 단계를 거친다. 첫째, 미룬 것이 잘못이었음을 인정한다. 둘째, 그로 인한 죄책감과 후회를 느낀다. 셋째, 그 감정을 놓아주고 다음 행동으로 넘어간다.


자기용서와 합리화의 차이는 이렇다. "미뤄도 괜찮아"하며 합리화하는 것은 첫째 단계를 생략한다. 그대신 문제를 인정하지 않는다. 반면에 자기용서는 문제를 인정한 뒤에 부정적인 감정을 놓아준다.




실패를 계획에 포함시켜라

what-the-hell 효과의 근본 원인은 전부 하거나 전부 안 한다는 all-or-nothing 사고다. 완벽하게 지키거나, 그렇지 않으면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다. 이 사고방식에서는 한 번의 예외가 전체를 무효화한다.


이 문제의 해결책은 의외로 단순하다. 실패를 계획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앞선 글에서 다뤘던 연구를 떠올려보자. 습관 형성 연구에서, 하루 빠뜨려도 자동화 과정에 거의 영향이 없었다. 이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완벽한 연속 기록이 아니라, "대체로 꾸준하게"가 습관의 조건이다.

이걸 미리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가 크다. "매일 운동하겠다"는 계획은 하루 빼먹는 순간 "실패"가 된다.


반면에 "일주일에 5번 운동하겠다"는 계획은 이틀 빠져도 여전히 성공이다. 같은 행동이지만, 프레임이 다르다. 전자는 한 번의 예외가 실패를 의미하고, 후자는 예외가 계획 안에 포함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적용하면 이렇다.


"매일"을 "며칠/몇주/몇달에 몇번"으로 바꾼다. 예컨대, "매일 글을 쓰겠다"가 아니라 "이번 주에 5번 글을 쓰겠다." 빠지는 날이 생겨도 그 공백은 여전히 내가 통제 가능한 계획 안에 포함되어 있다. 계획이 깨지지 않으면, what-the-hell 효과가 작동할 틈이 없다.


빠진 다음 날이 가장 중요한 날이다. 습관이 무너지는 건 하루 빠졌을 때가 아니라, 빠진 다음 날 다시 하지 않았을 때다. "이틀 연속 빠지지 않기"를 유일한 규칙으로 삼는 것도 방법이다.


"나는 왜 맨날 이러지?"라는 자책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대신 "어제 왜 못 했지? 내일은 어떻게 하면 될까?"라고 질문하면, 생각을 회피하던 습관에서 해결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이것은 이 시리즈에서 다뤘던 귀인 재훈련의 원리이기도 하다. 실패를 "나는 안 되는 사람"으로 해석하지 말고, "이번에 전략이 맞지 않았다"로 해석하는 것이다.




작심삼일도 세 번 하면 작심9일이다

이 챕터의 흐름을 돌아보자. 의지력은 답이 아니다. 그래서 시작의 문턱을 낮추고, 환경의 마찰을 줄이고, 반복을 자동화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구조를 갖추더라도, 실패는 반드시 일어난다.


중요한 건 실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패한 뒤에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작심삼일이라고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 작심삼일을 세 번 하면 작심9일이다. 그렇게 아홉 번을 하면 27일이고, 그걸 세 번 하면 81일이다. 랠리의 연구에서 습관이 형성되는 평균 66일을 훌쩍 넘긴다. 완벽하게 매일 하지 않아도,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는 것을 반복하면 된다.


그러니 다음에 하루를 빠뜨렸을 때, "나는 역시 안 돼"라고 말하는 대신, 이렇게 말해보자.


"괜찮아. 내일 다시 하면 돼."


그 한 문장이, what-the-hell 효과를 끊고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참고문헌

Lally, P., van Jaarsveld, C. H. M., Potts, H. W. W., & Wardle, J. (2010). How are habits formed: Modelling habit formation in the real world. Europe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40(6), 998–1009.

Herman, C. P., & Mack, D. (1975). Restrained and unrestrained eating. Journal of Personality, 43(4), 647–660.

Polivy, J., & Herman, C. P. (1985). Dieting and binging: A causal analysis. American Psychologist, 40(2), 193–201.

Wohl, M. J. A., Pychyl, T. A., & Bennett, S. H. (2010). I forgive myself, now I can study: How self-forgiveness for procrastinating can reduce future procrastination.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48(7), 803–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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