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결정하는 사람은 매일 진다

신호, 행동, 보상

by 사심가득

"오늘 운동할까, 말까?"


이 질문을 매일 하는 사람은, 매일 안 할 이유를 발견한다. 오늘은 피곤하니까. 오늘은 비가 오니까. 오늘은 저녁 약속이 있으니까. "할까 말까"라는 질문은 공정한 질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울어진 질문이다. 인간의 뇌는 현재의 불편을 피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반면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의외의 답이 돌아온다. "별 생각 없이 그냥 퇴근 후에 헬스장으로 가요." 이 사람에게 운동은 결정이 아니다. 루틴이다. "할까 말까"라는 질문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앞선 글에서 의지력이 답이 아니라 구조가 답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시작의 문턱을 낮추고, 마찰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습관'은 그 구조의 최종 형태다. 마찰이 0이 된 상태, 결정 없이 실행되는 상태를 습관이라고 일컫는다. 습관이 만들어지면, 의지력은 필요 없어진다.




습관은 결정을 없앤다

습관이란 특정 상황에서 반복되어 자동화된 행동을 의미한다. 의식적으로 결정하지 않아도 실행되는 것이 핵심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양치하는 것을 매일 고민하는 사람은 없다. 세수를 하면 자동으로 칫솔을 잡는다. 이것이 습관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습관이 형성되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 "21일이면 습관이 된다"는 말이 널리 퍼져 있지만, 이건 1960년대 성형외과 의사가 환자들의 외모 적응 기간을 관찰한 것에서 와전된 이야기다.


실제 데이터는 다르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심리학자 필리파 랠리(Phillippa Lally)와 동료들은 96명의 참여자에게 새로운 건강 행동을 하나 골라 매일 같은 맥락에서 실행하게 했다. 아침식사 후 물 한 잔 마시기, 점심에 과일 먹기, 저녁 전 15분 달리기 같은 행동들이었다. 매일 자동화 정도를 측정했다.

결과, 행동이 자동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평균 66일이 걸렸다. 하지만 개인차는 컸다. 18일 만에 자동화된 사람도 있었고, 254일이 걸린 사람도 있었다. 간단한 행동은 빨리 습관이 됐고, 운동처럼 복잡한 행동은 1.5배 더 오래 걸렸다.

66일이라는 숫자보다 더 중요한 발견이 있다. 하루 빠뜨려도 습관 형성 과정에 거의 영향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 번 놓치면 자동화 점수가 약간 떨어졌지만, 다음 날 다시 하면 곧바로 회복됐다. 완벽한 연속 기록이 아니라, "대체로 꾸준하게" 반복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습관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습관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 가지 요소가 맞물려야 한다.


첫째, 신호(cue)다. 이는 행동을 촉발하는 상황을 일컫는다. 시간, 장소, 직전 행동, 감정 상태 등이 신호가 될 수 있다. "아침에 커피를 내린 뒤"가 신호라면, 커피를 내리는 행동이 자동으로 다음 행동을 불러온다.


둘째, 행동(routine)이다. 이는 신호에 반응해서 실행하는 행동 자체를 말한다. "커피를 내린 뒤 5분간 글을 쓴다"의 "5분간 글쓰기"가 여기에 해당한다. 앞선 글에서 다뤘듯이, 이 행동은 충분히 작아야 한다. 시작의 문턱이 낮아야 반복이 가능하고, 반복이 있어야 자동화가 된다.


셋째, 보상(reward)이다. 행동 후에 따라오는 일종의 만족감이다. 보상이 있어야 뇌가 "이 행동은 반복할 가치가 있다"고 학습한다. 보상이 없으면, 반복은 고통이 되고, 습관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서 생긴다. 미루던 일은 대부분 보상이 없거나 보상이 너무 먼 미래에 있다. 운동의 보상은 몇 달 후의 체력 변화다. 보고서의 보상은 마감일에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는 아무 보상도 없다. 신호가 있고, 행동을 시작하더라도, 보상이 빠져 있으면 습관 루프가 완성되지 않는다.


그래서 보상을 설계해야 한다.




하기 싫은 일에 하고 싶은 일을 묶어라

와튼스쿨의 행동과학자 캐서린 밀크먼(Katherine Milkman)은 헬스장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디오북은 좋아했다. 특히 몰입도 높은 소설을 듣는 것을 즐겨했다. 그에게 소설 오디오북은 한번 듣기 시작하면 멈추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한 가지 규칙을 만들었다. "이 소설은 헬스장에서만 듣는다." 그 결과, 그는 주 5일 운동하게 됐다.


밀크먼은 이 개인적 경험을 실험으로 옮겼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226명의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세 그룹으로 나눴다. 첫 번째 그룹은 몰입도 높은 오디오북이 담긴 아이팟을 받았는데, 이 아이팟은 헬스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 두 번째 그룹은 같은 오디오북을 받았지만 어디서든 들을 수 있었고, 헬스장에서 듣는 것을 권장만 했다. 세 번째 그룹은 25달러 상당의 서점 상품권만 받았다.


9주간의 결과. 헬스장에서만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었던 첫 번째 그룹은 통제 그룹보다 헬스장 출석률이 51% 높았다. 권장만 받은 두 번째 그룹도 29% 높았다.


밀크먼은 이것을 유혹 묶기(temptation bundling)라고 이름 붙였다. 원리는 단순하다.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일"(should)에 "하고 싶지만 죄책감이 드는 일"(want)을 물리적으로 묶는 것이다. 운동은 해야 하지만 하기 싫다. 오디오북은 듣고 싶지만 시간 낭비 같다. 이 둘을 묶으면, 운동이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된다. 미래에 있던 보상이 지금으로 당겨진다.


이 원리는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좋아하는 팟캐스트는 집안일을 할 때만 듣는다. 좋아하는 카페는 보고서를 쓸 때만 간다. 핵심은 "하고 싶은 것"에 접근하려면 "해야 하는 것"을 거쳐야 하도록 묶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습관 루프의 빠진 요소인 즉각적 보상이 채워진다.




습관은 마찰이 0이 된 상태다

앞선 글에서 마찰을 다뤘다. 예컨대 넷플릭스의 마찰은 0이다. 넷플릭스의 다음 시리즈를 보는 데 드는 노력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반면, 보고서의 마찰은 6이라고 했다. 컴퓨터를 켜고, 워드 파일을 열고, 지난번에 어디까지 했는지 봐야 하는 등 작업 시작하기까지의 단계가 많다는 의미다.


습관은 어떤 행동의 마찰이 완전히 0이 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아침에 양치하는 데 마찰은 없다. 결정도 없고, 단계도 없다. 그냥 한다.


정리하면 이 챕터의 흐름이 하나로 이어진다.


의지력은 답이 아니다. 그래서 시작의 문턱을 낮추고, 마찰을 줄여야 한다. 그리고 마찰이 충분히 줄어든 행동을 반복하면, 어느 순간 그 행동은 결정이 아니라 자동 반응이 된다. 습관이 되는 것이다. 마침내 습관이 되면 의지력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매일 "오늘 운동할까?"를 고민하는 사람은, 매일 그 질문에서 진다. 그리고 습관은 그 질문을 없애는 방법이다.


보상을 설계하고, 신호를 정하고, 행동을 작게 유지해 보라. 그리고 완벽하지 않아도 대체로 꾸준하게 반복하라. 66일이 지나면, 더 이상 결정하지 않아도 된다.




참고문헌

Gardner, B., Lally, P., & Wardle, J. (2012). Making health habitual: The psychology of 'habit-formation' and general practice. British Journal of General Practice, 62(605), 664–666.

Lally, P., van Jaarsveld, C. H. M., Potts, H. W. W., & Wardle, J. (2010). How are habits formed: Modelling habit formation in the real world. Europe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40(6), 998–1009.

Milkman, K. L., Minson, J. A., & Volpp, K. G. M. (2014). Holding the Hunger Games hostage at the gym: An evaluation of temptation bundling. Management Science, 60(2), 283–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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