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줄거리
스탠턴은 한때는 살아있었던 포대 자루 속의 사람을 마루 바닥 깊숙이 넣고, 집에 불을 지른다. 범행을 숨기기 위해 도피를 하던 중 난쟁이 남자를 몰래 따라가 기인 쇼를 관람한 후 유랑극단에서 일하게 된다.
갖은 재능을 뽐내는 극단원 사이에서 ‘몰리’라는 여자에게 시선을 빼앗기고, 타로카드를 다루는 ‘지나’와 ‘피트’ 부부의 심령술에 빠지게 된다.
이후 몰리와 함께 유랑극단을 떠나 상류층을 대상으로 독심술을 연기하던 중 심리학자 ‘릴리스’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스탠턴을 의심하며 시험에 빠뜨렸고, 스탠턴은 재치를 이용하여 위기를 넘긴다. 그 과정에서 릴리스의 과거를 들먹이며 오히려 그녀를 곤경에 빠뜨렸고, 대중들은 심령술을 전적으로 믿게 되면서 스탠턴은 본격적으로 상류 사회에 발을 들이게 된다.
스탠턴은 릴리스의 정신분석을 허락하는 대신 상류층의 고급 정보(이전의 릴리스가 행했던 정신분석 상담 내용)를 공유받는 거래를 한다. 릴리스의 정보를 바탕으로 아들을 잃은 노부부의 심령술이 성공적으로 끝낸 후, 다음 의뢰로 위험한 인물 ‘에즈라 그린들’을 소개받는다.
뉴욕의 알아주는 부자이자, 예측 불가능한 성격을 가진 그린들은 첫 만남에서부터 스탠턴을 의심하지만 그는 이 위기 또한 무사히 넘긴다. 그린들은 심령술을 넘어선 죽은 자를 불러내는 강령회를 요구하였고, 스탠턴은 극단에 있던 옛 인연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큰 금액의 돈에 현혹되어 제안을 받아들였다.
몰리를 영매로 이용하여 강령회를 강행하려 했던 그의 속임수가 들통나면서 그린들을 살해하게 되었고, 이를 지켜본 몰리는 그의 곁을 떠난다. 그는 릴리스에게 맡겨놓은 돈을 찾아 떠나려 하지만 그녀의 마지막 정신분석에 말려들면서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결국 그는 부랑자가 되어 술에 빠져 지낸다. 우연히 지나가 그려진 유랑극단 포스터를 주웠던 그는 극단이 있었던 자리에 돌아가지만 극단의 주인은 바뀌어있었다. 일자리를 찾던 그는 새로운 극단주의 ‘기인 역할을 해달라는 제안’을 승낙하고 허탈한 웃음과 눈물을 보이며 영화는 끝이 난다.
유랑극단의 볼거리 중 하나는 기인 쇼이다. 기인은 야수인지 인간인지 구분되지 않는 외형을 가졌고, 살아있는 닭을 잡아먹는 쇼를 보여준다. 그는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 속에, 하릴없이 닭의 목을 물어뜯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기인이 도망치던 날, 기인을 찾아낸 곳은 유랑극단 내에 설치되어있던 귀신의 집이었다. 기인에게 알 수 없는 연민을 느끼던 스탠턴은 결국 엔딩에서 ‘기인을 만들기 위한 제안법-새로운 기인을 찾기 전까지 임시직으로 일하겠소?’라는 말이 거짓인 것을 알면서도 받아들였고, 스스로 기인을 자처한다.
귀신의 집에는 엔딩을 복선 하는 듯한 재밌는 문구가 있었다. 스탠턴은 귀신의 집에서 기인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둘러보던 중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수 백개의 눈(eyes) 속에서 한 문구가 적힌 장신 거울과 마주하게 된다.
“거울이 진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거울 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다. 그가 바라본 자신의 모습은 기인과 닮아있었을 것이다. 술을 탐하듯 욕망에 사로잡힌 모습. 그는 어쩌면 기인이 되지 않기 위해 술을 피했을 수도 있다. 혹은 심령술을 하던 피트가 술로 착각한 메틸알코올을 마시면서 죽음에 이르는 것을 보고 술에 대한 공포를 느껴 ‘절대 술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갖고 살아간 것일 수도 있다.
‘절대’라는 말은 술이 곧 그의 치명적인 약점이라는 것을 드러내었고, 릴리스는 계속적으로 그에게 술을 권하며 마침내 술로써 그를 파멸에 이르게 만든다.
comment: 의학의 분야에도 정파와 사파로 나뉘는 부분이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한 사람의 정신 역동을 이해하는 것에는 정신분석이라는 심리학에 기반한 정파와 사람의 옷차림, 특히 신발을 보고 그 사람을 파악하는 심령술이라는 사파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릴리스가 스탠턴을 파괴하고 싶었던 것은 사파인 심령술에 간파당한 정파 심리학자의 수치심과 노여움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유랑 극단주의 자랑거리 중 하나는 태아 혹은 태어난 후 얼마 되지 않아 명을 달리 한 영아들의 사체를 모은 수집품이었다. 그중 가장 애착을 가진 아이는 ‘에녹’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어머니를 해치고 나온 아이는 제3의 눈, 즉 삼지안을 갖고 있었다.
제3의 눈은 초월적인 능력을 뜻하며, 사람을 꿰뚫어 보는 힘을 상징한다. 스탠턴이 원하던 그 능력인 것이다. 에녹의 세 번째 눈은 스탠턴의 눈을 가리는 천에 새겨져 심령술에서 사용이 되는데 이는 그의 힘과 재능을 상징하는 의미를 띤다.
마지막 장면에서 새로운 극단주의 기인 제안을 받아들인 스탠턴의 모습을 에녹이 지켜보고 있었다. 에녹은 그의 위험한 시작부터 처절한 파멸까지를 모두 지켜본 목격자의 역할을 맡고 있다. 어쩌면 에녹이 신의 대변인으로써 스탠턴에게 심령술을 전해준 피트의 말을 대신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거짓말은 끊임없이 거짓말을 부르지. 거짓말을 하다 보면 사람들을 해치게 되고, 그 끝에는 결국 신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음을 알게 되지.”
한 남자의 삶이 악몽으로 표현되는 이유 중 하나는 끔찍한 고통이 계속되는 두려움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사건에 휘말려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악몽이라고 생각되기도 하며, 골목길이 주는 음침함이 악몽과 더해져 벗어날 수 없는 끔찍한 경험을 떠오르기도 한다.
150분이라는 기나긴 러닝 타임 역시 집중력이 부족한 나에게는 ‘나이트메어 앨리’가 아니었을까(크흠). 중간중간 지루해질 때 즈음 새로운 인물,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졸리지만 잘 수 없는 혹은 악몽이지만 헤어날 수 없었던 영화였다.
묘하게 느껴지는 컬트의 기운, 하지만 상징적인 컬트 영화와는 달리 모든 떡밥을 수거해주는 아주 친절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스탠턴이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이기 직전, 오랜 친구이자 심령술을 알려준 지나는 타로카드를 통해 그의 미래를 점치며 경고한다.
“심령 쇼는 하지 마.”
스탠턴이 뽑은 지나의 카드는 3장이었다.
1. 임박한 위험(추락)
2. 급박한 선택
3. 역방향의 매달린 남자(reverse card)
가장 마지막에 뽑은 카드는 가장 중요한 카드로 매달린 남자의 역방향 뜻은 ‘아직 선택의 기회가 있다.’이다. 하지만 스탠턴은 그녀를 비웃으며, 카드를 다시 뒤집어 정방형으로 둔다. 결국 자신이 결심한 일들을 행하겠다는 의미였다.
<참고> 타로카드 12번 매달린 남자
** 정위치의 의미
수행, 인내, 봉사, 노력, 시련, 착실, 억제, 타협.
** 역위치의 의미
헛수고, 오기, 태만, 자포자기, 욕망에 짐.
살인을 저지르고 경찰에 쫓기는 날, 스탠턴은 한 기차의 화물칸으로 숨어 들어가는데 안에는 수많은 닭장이 있었다. 그는 몸을 숨기기 위해 스스로 닭장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닭 속에 파묻힌 그를 보며, 그가 곧 닭의 목을 탐해야만 하는 기인의 운명을 받아들이겠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나이트메어 앨리’는 끝없는 욕망에 사로잡히다 못해 운명에 잡아먹힌 스탠턴의 비극적인 삶을 그렸다.
신의 영역에 도전하며 이를 향해 바벨탑을 쌓는 자는 곧 파멸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