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 언니> 1화

1화: 푸른 조각 위의 집

by 송연

하늘과 바다 사이에 푸른 조각을 조금 떼어 살포시 띄워놓은 것처럼 보이는 다도해의 작은 섬, 그곳에서 우리는 나고 자랐다. 나의 유년 시절 고향 집에 대한 기억은 다복한 가족 안에서의 따뜻함과 가난에서 비롯된 그늘이 늘 공존한다.


부모님은 아들을 간절히 바라셨고, 여섯째 딸인 나를 낳은 후 어렵게 남동생 둘을 얻으셨다.

그 후 계획에 없던 막내 여동생이 태어났다. 그래서 내게는 다섯 언니와 세 동생이 있다.


작은 섬에서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로 아홉 남매를 낳아 기르는 일은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다.

어릴 적 나는 부모님과 여러 형제들의 사랑으로 가난해서 오는 결핍을 극복하며 잘 성장했지만 그 사랑으로도 도저히 넘어설 수 없었던 큰 불행이 우리 가족에게 찾아왔다.


아홉 남매 중 유일하게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된 넷째 언니의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넷째 언니는 엄마에게 가장 아픈 손가락이자 우리 가족에게 아주 특별한 존재다.


언니는 건강하게 태어나 또래처럼 평범하게 자랐다. 네 살이 될 때까지는 잘 걷고 뛰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 다리에 힘이 빠져 걷지도 못하고 누워서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부모님은 아픈 언니를 둘러업고 섬을 나와 해남으로, 진도로, 목포로……백방으로 용하다는 한의원, 침을 잘 놓는다는 침쟁이를 찾아다니며 원인 모를 병으로 아픈 언니를 낫게 하려고 돌아다녔다.


삼십 대의 젊은 아버지가 뱃일, 바닷일을 뒤로한 채 네 살 딸을 등에 업고 처량하게 섬과 육지를 오가는 모습이 내 머릿속에 그려져 한 장의 슬픈 흑백사진으로 남았다.


하지만 병은 나아지지 않았다. 급기야 언니의 등에 주먹만 한 혹이 솟았다. 깜짝 놀란 엄마는 언니를 데리고 가까운 의원을 찾아갔다. 그 섬 유일한 의원은 약방을 하며 아픈 환자를 봐주는 전문 의사 자격도 없는 이의 허술한 곳뿐이었다. 그곳에서 언니의 병이 척추결핵이라는 말을 들었다.


1960년대, 가난으로 영양 결핍이 흔하던 때였다. 부모님은 결핵약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비싼 약값 앞에서 속수무책 무너져 내렸다. 특별한 수입원이 없는 작은 섬에서 자식들 먹이고 입히기도 벅찬 가난한 현실은 비참하게도 언니에게 치료 약이 희망이 되지 못했다.


그때 언니가 제때 치료를 받았다면 어땠을까.


치료약이 있었는데도 치료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꺼지지 않는 불씨처럼 우리 마음속에 남았다.

돈이 없어 치료하지 못한 채, 평생을 짊어질 장애가 언니의 등에 새겨졌다.

결핵균이 스며든 척추는 굽어졌고, 언니는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살아가야 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넷째 언니의 불행과 절망에 대한 기록이 아니다.


인생행로에 끊임없이 나타난 불행과 장애에 결코 좌절하지 않고 견디며 스스로 희망을 향해 걸어 나가는 한 여자의 행복에 대한 이야기다.


2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