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 언니> 2화

2화: 언니를 덮친 괴물

by 송연

언니는 척추 장애뿐 아니라 다리에 힘이 없어 걸을 수 없었다.


3년 동안 누워 지내다 여덟 살 무렵 조금씩 걷기 시작했고, 한 살 늦은 아홉 살에 엄마 등에 업혀 국민학교에 입학했다.


힘겨운 몸으로 국민학교 6년을 겨우 버텨낸 뒤, 언니는 다시 걷지 못하게 되었다.


온몸을 짓누르는 괴물 같은 통증이 언니를 괴롭혔다.

언니는 누워서 아프다고 울부짖으며 통증과 싸웠다. 부모님이 해줄 수 있는 일은 효과도 없는 진통제를 먹이는 일뿐이었다.


십 리나 떨어진 이웃마을 약방으로 뛰어가 진통제를 사 오는 일과, 아침마다 언니의 요강을 비우는 일은 어린 나의 몫이었다.


얼마 동안은 언니의 병세가 점점 악화하는 듯 보였다.


너무 고통스러워하며 아파하는 언니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족들에게는 힘든 날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 언니는 여전히 안방 윗목에 누워 통증에 시달리며 아홉 살짜리 어린 남동생과 오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동네에서 환자 집을 드나들며 링거를 놔주기도 하고 썩은 이를 뽑아주기도 하는 돌팔이 시술사 아저씨가 집에 들어섰다.


평소 어두운 색안경을 쓰고 다녀서인지 음침하고 어두운 얼굴은 어린아이들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자아냈다.


그는 남동생에게 돈을 쥐여주며 마을회관에 있는 연쇄점에서 과자를 사 오라고 시켰다.


아무것도 모르는 남동생이 집을 비운 사이, 그는 움직이지 못하는 언니에게 다가와

상상도 하기 싫은 짓을 시도했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언니는 두 팔을 휘저으며 울부짖었고, 순간 방 안은 공포로 얼어붙었다.


다행히도 남동생이 예상보다 빨리 과자를 사 들고 돌아와 문을 열고 들어서는 바람에, 아저씨는 허겁지겁 바지춤을 부여잡고 도망치듯 사라졌다.


짧은 순간에 일어난 괴물과의 잔인한 사투는 언니를 더 깊은 고통과 절망에 빠뜨렸다.


내가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언니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흐느끼고 있었고, 남동생은 놀람과 두려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서 있었다.

상황을 들은 나는 치를 떨며 동생에게 과자를 돼지우리로 던져버리라고 시켰다.


저녁에 집에 돌아온 엄마는 곧장 그 집으로 찾아가 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냐며 크게 화를 내며 꾸짖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날의 상처는 우리 가족 마음속 깊은 곳에 오래도록 남았다.


시간은 느리게 흘렀다.


그런데 한두 달쯤 지났을까. 기적처럼 통증이 가셨다.


그렇게 아파하던 언니가 어느 날 기적처럼 통증이 사라지고 다시 일어나 앉았다.

왜 아픈지 모르고 앓아야 했던 것처럼 왜 아픈 통증이 사라졌는지도 알 수가 없었지만,

언니는 하루가 다르게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다.


병원도 없는 작은 섬에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왜 아픈지 원인도 알 수 없는 무능하고 무기력했던 그 시간을, 그리고 괴물처럼 찾아온 통증과 장애를 언니는 그 누구도 그 무엇도 탓하지 않고 원망하지 않고 운명처럼

받아들였다.


언니는 일어나서 걸을 수는 없었지만 앉아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소일거리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라디오를 듣기도 하고 서울에서 큰언니가 보내 준 샘터 월간지를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유난히 손재주가 좋았던 언니는 뜨개질을 해서 내 옷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나를 마당에 앉히고 목에 보자기를 둘러준 후 머리카락을 단정하고 귀엽게 잘라주기도 했다.


가끔은 동생들을 시켜 요리 재료를 준비하게 하고 동생들이 좋아하는 고구마튀김이나 야채 전 같은 음식들을 맛있게 만들어 주었다.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나는 언니들이 있는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다.


넷째 언니의 말벗이었고 심부름꾼이었던 내가 언니를 두고 고향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내가 서울로 떠나던 날 언니는 일부러 잠을 자는 척 일어나지 않았다.


3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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