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 언니> 3화

작은 희망을 안고

by 송연

나는 섬에서 사는 동안 육지를 나가본 적이 몇 번 없었다. 그래서 부모님은 마침 서울에서 잠시 고향에 다니러 온 먼 친척 아저씨에게 나를 서울로 딸려 보내기로 했다.


겨울이라 아직 어둠이 짙은 새벽에 첫차를 타기 위해 마을회관 앞 버스정류장에 부모님을 따라 나왔다.


버스가 도착했다.


고향에 남아있는 언니와 친구들과 부모님의 품 안을 영영 떠나야 하는 슬프고도 두려운 마음으로 홀로 버스에 올랐다.


차창 밖으로 엄마와 아빠가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만 참았던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부두가 발달하지 않았던 그 시절에는 육지로 나가기 위해서 작은 배인 종선을 타고 바다 한가운데까지 가서 큰 객선으로 갈아타고 가야만 했는데 나는 배가 육지에 닿을 때까지 울음을 그치지 않고 울고 있었다.


열여섯 살 소녀가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이별의 무게였다.


유난히 말이 없고 숫기도 없는 섬 소녀는 하필 낯설고 불편한 아저씨의 손에 이끌려 동경해 오던 꿈의 도시 서울에 상경했다.


여전히 고향 집에 남은 언니는 다리가 아파 걷지도 못하고 누워서 하루하루 무료한 날들을 보냈다.


언니의 유일한 친구인 라디오를 옆에 끼고 들으며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알았고 유행하는 노래도 배웠다.


라디오 어느 프로에서 펜팔을 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어 펜팔 친구와 편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그날도 언니는 아무 생각 없이 뜨개질을 하며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그런데 라디오에서 언니의 귀가 번쩍 뜨이는 광고 멘트를 듣게 되었다.


그 광고는 바로 지적장애나 언니와 같은 지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입소하여 재활훈련과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는 시설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언니는 재빨리 그 시설의 이름과 연락처를 메모해 두었다.


그리고 혼자서 며칠을 고민하고 생각했다. 고향에서 이렇게 아픈 몸으로 지루하고 무료하기만 한 이 생활을 계속해 나가기는 정말 싫었다.


그곳에 가서 어쩌면 아픈 곳을 치료할 수도 있고 다리가 나아서 기술도 배우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작은 희망이 언니의 마음속에 비밀스럽게 자리 잡았다.


고심 끝에 언니는 엄마에게 기회를 봐서 서울에 있는 그 시설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부모님은 분명 내가 지금 이 몸으로 그곳에 혼자 들어가 산다고 하면 반대를 하실 게 뻔했다.


며칠 후 저녁밥을 먹고 난 후 언니는 드디어 마음속으로 혼자 준비한 말을 엄마와 아빠에게 선언하듯 말했다. 예상했던 대로 엄마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펄쩍 뛰었다.


그러나 언니는 며칠 동안 밥도 먹지 않고 서울에 있는 시설에 보내달라고 엄마에게 시위를 했다.

그런 언니의 말을 엄마도 끝까지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엄마는 서울에 사는 큰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넷째 언니의 말을 전하고 그 시설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며칠 후 큰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언니도 그 시설에 입소가 가능하니 데리고 올라오라고 했다.

큰언니도 언니가 그곳에 들어가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생활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의견이었다.


엄마는 끝까지 아픈 언니를 혼자 살게끔 그런 곳에 보내는 것이 걱정되어 영 석연치 않은 마음이었지만 아버지와 의논하여 언니를 서울에 있는 시설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언니 나이 스물한 살, 아프고 어두운 슬픈 기억만 있는 고향을 언니의 의지대로 떠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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